원숭이 엉덩이는 빨~개…근데 붉은 포도로 만든 ‘이건’ 왜 안 빨개?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1. 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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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와인클럽 31- 샴페인의 색과 기포

원숭이 엉덩이가 빨간 이유는 엉덩이쪽 피부가 얇기 때문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원숭이 엉덩이가 빨간 이유를 아시나요? 피부가 얇아 피가 비치기 때문이라네요. 사람의 입술이 빨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면 레드 와인이 빨간 이유는 아시나요? 맞습니다. 적포도 품종을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샴페인은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도 만듭니다. 그런데 샴페인은 왜 빨간색이 아닌 황금색일까요? 이번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샴페인의 색과 기포의 비밀에 대해 알아봅니다.

스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30년 전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현지 레스토랑에서 무슨 물을 마실 거냐고 물어봐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에도 종류가 있다니. 그러면서 스틸(still) 워터를 마실거냐, 스파클링(sparkling) 워터를 마실거냐고 묻는데 미국 레스토랑에선 수돗물(tap water)을 제외하곤 물도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와인도 일반 레드, 화이트는 ‘스틸’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기포가 있는 와인을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는데 특히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와 샴페인(Champagne)은 스펠링이 같습니다. 샹파뉴는 불어 발음이고 샴페인은 영어발음인데요. 현지 발음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사실 지명뿐 아니라 와인 이름도 샴페인 대신 샹파뉴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샴페인은 일반 와인,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물론 ‘샴페인’이란 브랜드가 가격 프리미엄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와인이나 스파클링에 비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갑니다. 이 복잡한 과정에 샴페인의 색과 기포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샹파뉴서 레드 와인을 생산한 이유
샴페인의 생산지인 프랑스 샹파뉴는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북위 48~49.5도로 ‘만주’ 지역과 비슷합니다. 북반구의 와인생산 가능지역을 북위 50도 정도로 보니 거의 북방한계선에 있습니다. 와인을 생산하기엔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입니다.

프랑스 샹파뉴에는 로마시대부터 포도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샹파뉴(Champagne)란 이름도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과 비슷하지 않나요? 로마 남쪽에 위치한 캄파니아(Campania)와 지형이 유사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샹파뉴에서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의 생산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샴페인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건 불과 300년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요? 샹파뉴 지역에도 물론 와인이 생산됐습니다.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스틸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인데 일반 레드 보다 색이 연했다고 합니다.

와인의 색은 포도 껍질이 결정
왜 샹파뉴의 레드 와인은 일반 레드와인보다 색이 연했을까요?

과거 샹파뉴의 레드 와인은 부르고뉴 레드 와인에 비해 맛의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청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더 맛이 없었어요. 그나마 피노 누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도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와인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 껍질의 색입니다. 포도껍질에서 ‘빨간’ 색소가 추출되기 때문에 포도즙을 짜서 와인을 만들 때 포도껍질의 접촉을 최소화하면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도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적포도라도 껍질이 없는 포도즙 자체는 투명하니까요. 포도껍질의 접촉이 많아지면 연어색의 ‘로제 샴페인’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
돔 페리뇽
하지만 예전에는 피노 누아로 깨끗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 깨끗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수도사 돔 페리뇽입니다. 그는 수도사이면서 셀러 마스터(Cellar master)였습니다. 돔 페리뇽은 열렬한 피노 누아 숭배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품질 좋은 와인은 피노 누아에서 생산된다고 믿었습니다. 돔 페리뇽이 샴페인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노력이 바탕이 돼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현재 샴페인은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와 청포도 품종인 샤르도네 등 3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듭니다.

샴페인 하우스에 따라 적포도 품종 비율이 높은 곳이 있습니다. 크룩, 폴 로저가 피노 누아 비율이 높습니다. 반면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모에샹동, 살롱 등이 샤르도네 비중이 높습니다.

피노 누아 등 적포도 100%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청포도인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부릅니다. ‘블랑 드 누아’라도 샴페인의 색은 여전히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그러면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쉬라즈로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듭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람브루스코로 만든 레드 스파클링이 한국에 수입되고 있습니다.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 2차 발효
샴페인의 색을 알아봤으니 이제 기포를 살펴보겠습니다.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2차 발효’에 있습니다. 소위 ‘샴페인 방식’이라는 것인데요. 일반 와인은 한 번의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반해 샴페인은 2번의 발효과정이 있습니다.

샴페인 양조자는 스테인리스 스틸 통이나 오크통에서 1차 발효를 통해 기본 와인을 만듭니다. 이때 포도에 붙어 있던 효모(또는 인공효모)는 포도에 있는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탄산)로 분해시키는데, 이중 탄산가스는 공기중으로 날려 버립니다. 여기서 멈추고 출시하면 일반 스틸 와인입니다.

하지만 샴페인을 만들려면 추가 과정이 필요합니다. 샴페인이 일반 와인에 비해 생산비용이 더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조자는 1차 발효가 완료된 스틸 와인에 ‘설탕(당분)’등이 섞인 용액을 넣어 2차 발효를 시킵니다.

용액은 와인, 당분, 효모, 효모 영양분, 정제물질이 섞인 혼합물인데 리큐어 드 티라지(liLiqueur de tirage)라고 부릅니다. 효모는 다시 설탕(당분)을 잡아먹고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해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2차 발효를 통해 알코올 도수가 1~2도 정도 올라가고 탄산(버블)이 생깁니다. 2차 발효 때는 와인을 병에 담고 마개로 틀어막아 탄산을 가두는데 샴페인 병안의 기압도 5~6기압까지 상승합니다.

예를 들어 설탕 4g이 1기압의 탄산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6기압을 맞추려면 24g의 설탕을 추가하게 됩니다. 샴페인하우스에선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cane sugar)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효모는 죽어서 풍미를 남긴다
샴페인의 대모 클리코 여사
샴페인에서 독특한 빵, 비스킷, 토스트 풍미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효모 때문입니다. 당을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해시켜버린 효모는 죽어서 앙금을 형성합니다. 죽은 효모 세포가 분해하는 과정을 효모 자가분해(yeast autolysis)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샴페인의 풍미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앙금은 샴페인을 탁하게 만듭니다. 병을 거꾸로 세워 앙금을 병 입구로 모이게 한 뒤 이를 제거하고 맑은 샴페인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르미아주(Remuage) 기법을 고안한 사람이 클리코 여사입니다. 젊어서 과부가 돼서 ‘뵈부(과부) 클리코’로 불리게 됐습니다. ‘뵈부 클리코’란 샴페인도 무척 유명하죠.

아직도 끝난 게 아닙니다. 샴페인에선 앙금을 배출한 만큼 와인과 당분을 섞은 액체를 추가하는 데 이 액체를 리큐어 덱스페디시옹(liqueur dexpeditoin)이라고 부르고 이 과정을 도자주(dosage·도사지)라고 합니다. 리큐어 덱스페디시옹에 사용하는 당분의 양이 샴페인의 최종 당도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리큐어 드 티라지나 리큐어 덱스페디시옹에 어떤 성분이 몇 %씩 함유돼 있는 지는 각 샴페인 하우스의 노하우, 또는 영업비밀에 속한다고 합니다.

김기정 매일경제신문 컨슈머전문기자가 와인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풀어드립니다. 김 기자는 매일경제신문 유통팀장, 식품팀장을 역임했고 레스토랑 와인 어워즈(RWA), 아시아와인트로피 , 한국와인대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기자페이지에서 ‘구독’을 누르면 쉽고 빠르게 와인과 관련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kim.kijung@mk.co.kr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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