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모 7.6 지진으로 한때 동일본대지진 이후 13년만 ‘대(大) 쓰나미 경보’

이시카와현에서 강진 발생
1995년 한신대지진보다 큰 규모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에선 2명 심정지
건물 무너져 매몰 사고도 잇따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서 1일 발생한 규모 7.6 지진으로 와지마시 도로가 갈라져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최대 높이 5m의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는 경고에 새해 첫날을 맞아 가족 모임을 하던 사람들은 허겁지겁 대피에 나섰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10분쯤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규모 7.6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규모 9.0보단 약하지만, 1995년 1월17일 한신대지진(규모 7.3)보단 강한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남쪽 도쿄의 고층 빌딩 안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제공

이시카와현과 도야마현 등 동해에 접한 일본 북부 연안엔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NHK에 따르면 4시 57분 이시카와현에선 1m 20㎝ 쓰나미가 관측됐고, 도야마현에서도 80㎝ 쓰나미가 발생했다.

특히 기상청은 한때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 최대 5m의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쓰나미경보’를 발령했다. 대쓰나미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13년 만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8시 30분쯤 대쓰나미경보를 해제했지만, 쓰나미가 24시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며 인근 고지대나 건물 옥상으로 계속 대피해 달라고 명령했다.

NHK 또한 “뒤돌아보지 말고 피난해달라” “동일본대지진을 기억하라” “목숨을 지키기 위해 빨리 도망가라” 등의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다.

金七聖子@松波酒造 X(옛 트위터) 동영상 캡처

인명 피해 사례도 보고됐다. NHK는 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에서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람이 매몰된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6곳 이상에서 사람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확한 총 부상자 숫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와지마시에서는 지진으로 발생한 화재도 계속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대피한 주민들의 긴박한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에 사는 코니시 에이치는 아사히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새해를 맞아 딸과 손자들이 놀러 와 함께 TV를 보던 와중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흔들림이 몇 분간 계속되면서 집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코니시는 곧 아내와 자동차로 피난을 떠났지만, 도로에 균열이 일어나는 등 차량 정체가 심해 차를 버리고 걸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피난을 떠나는 와중에도 여진이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면서 “쓰나미 정보가 제때 전달되지 않아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다른 자동차로 도망친 딸의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서 1일 발생한 규모 7.6 지진으로 와지마시 주택과 도로가 일부 파손됐다. AFP연합뉴스

지진의 여파로 JR동일본은 도호쿠·조에츠·호쿠리쿠 지역의 신칸센(일본 고속철도) 전 노선 운행을 중단했고 니가타 공항도 운영을 멈췄다. NHK는 “이시카와현 주택 3만2940호가 정전됐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민에게 쓰나미 관련 정보 제공을 확실하고 하고 대피 방안도 철저히 마련하라”며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히 협력해 피해자 구조와 응급 상황에 전력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지진 발생 후 이시카와현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2기의 가동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쓰나미나 지진 영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니가타현과 후쿠이현에 있는 원전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현시점에서 원전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