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100세 시대 정신건강 관리법

송길호 2024. 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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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2023년 현재, 한국인 (평균)기대수명은 83.5세지만 최빈사망연령은 90세를 넘어섰다고 하니 사실상 100세 시대 길목에 들어선 셈이다. 의학자들은 100세 시대에 인류가 당면한 과제는 뇌 기능 퇴행으로 말미암은 인지기능 장애 극복이라고 강조한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생각의 지도’가 좁아지는 데다 ‘사고의 유연성’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옹고집, 질투심 같은 감정조절 장애를 뿌리쳐야 한다는 말이다. 노후에 나타나는 “비인간적 행동은 노화 때문이기보다 내재하는 악한 마음을 통제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표출된다.”(황세희, ‘러브 에이징’)고도 한다. 늙어갈수록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허영심, 질투심을 버리고 자기 정화에 힘을 기울이라는 뜻 아닐까.

장수시대 노후를 여유롭게 맞이하려면 교만과 질투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권위의식이나 체면치레에 치중하다 보면 타인 간의 부조화로 엉뚱한 장면에서 화를 자초하는 모습도 보인다. 누구라도 자유롭기 쉽지 않은 미련과 시기심은 남을 피곤하게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 멍들게 하는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만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상호의존 관계가 매우 깊기에 독서, 운동, 베풂으로 정신건강을 풍요롭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신체 건강의 밑거름이다.

어릴 적에 어른들은 조그마한 선(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며 그 반대로 조그마한 악(惡)이라도 무겁게 여기라고 했다.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적덕은 조그만 것들이 차례차례 쌓여 가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큰 덕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 세상의 그 큰 죄악은 작은 악이 쌓여서 이룬 것이며 (凡罪充滿 從小積成, 법구경, 악행품 121), 또 이 세상의 큰 행복도 작은 선이 쌓여서 이룬 것이다.” (凡福充滿 從纖纖積, 122)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 보자. 없는 사람들에게 그지없이 야박하게 굴면서 큰돈을 긁어모아 대학교에 기부하고 이름 석자를 빛내기보다 땅콩 한 알이라도 꾸준히 나눠 먹는 자세가 오히려 덕을 쌓아가는 길이 아닐까.

나이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 가는 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논어, 위정4)고 했다. 이 구절을 처음 읽으면서 어른이 되면 마음이 영글어 허욕을 저절로 제어하는 줄 착각했다. 나이를 먹어도 사십불혹(四十而不惑)의 참뜻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마음에 거칠 게 없어야 신체도 건강하게 되는 종심(從心) 경지에 이르려면 쉬지 않고 세상에 감사하는 자세로 인격을 닦으라는 뜻이 아닐까. 그 옛날 춘추시대에 73세까지 쉬지 않고 교훈을 전파한 공자, 문예부흥기에 예술에 대한 집념을 84세까지 쏟은 미켈란젤로, 94세까지 그치지 않고 인생 애환을 그린 샤갈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인류가 맞이하는 수명 100세 시대를 여유롭게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정신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 세상살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인생을 스스로 구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남이 허허롭게 사는 모습을 보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공감능력을 갖춰야 결국 자기 인생까지 훈훈하게 이끌게 된다. 장수시대를 여유롭고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꾸어야 할 마음 자세라 할 수 있다. 인생사 갖가지 욕심을 다스려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세상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종심의 경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시선 두보는 시 ‘곡강(曲江, 양자강)’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며 70세까지 사는 일이 참 드문 복이라고 했다. 오늘날에는 무려 30년을 더 사는 셈이니 많은 이들이 그보다 큰 복을 누리는 셈이다. 복을 받는 만큼 더 베풀어야 더 큰 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육체적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들의 정신연령도 더 알차져서 여유로운 삶의 기틀을 잡아가는 갑진년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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