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대론] ② “4050도 박탈감 느껴요”... 청년층에 집중된 대출·청약 혜택

오은선 기자 2024. 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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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큰 손’ 뺏긴 40대... “사고 싶어도 못 사”
“장기 무주택자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MZ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 지원에 힘을 얻은 영향이다. 반면 기성세대의 부동산 구매는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대출 혜택 등이 청년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생애주기별·세대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에서 세대별 특성은 무엇인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서울에 사는 무주택자 40대 외벌이 A씨는 자칭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A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분양가 때문에 평수를 줄여 중소형 아파트 당첨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공급 방식과 가점제 비중 등을 청년들에게 유리하도록 손질하면서, 당첨 확률이 줄었다. A씨는 “공공분양 물량은 대부분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돌아가고, 특례보금자리론도 결혼 시기가 안 맞아 신청하지 못했다”며 “대출 혜택 정책이 2030에 맞춰져 있어 정말 집이 필요한 4050들은 소외당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40대 무주택자 비율이 65%를 넘어서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출 혜택이 청년층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역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의 기준을 ‘형식(나이)’이 아닌 ‘실질’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러스트=이은현

◇ “한 땐 큰 손이었는데...” 30대의 ‘패닉바잉’에 눌린 40대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2023년) 1∼9월 거래된 부동산 매매 건수 가운데 40대의 매입 비중은 25.9%에 그쳤다. 반면 30대가 사들인 비중은 27.1%를 차지했다.

사실 부동산 업계에서 30대가 ‘큰 손’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0대와 40대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이 되면서 30대가 40대를 0.1%포인트(p) 정도 근소하게 앞섰다. 이후 2020년 집값이 오르면서 30대가 ‘패닉 바잉(공황 매수)’에 나섰고 매수세가 우위로 굳어졌다. 2021년이 되자 30대(36.4%)와 40대(26.4%)의 격차가 10%p 벌어졌다.

2022년에는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여파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주택 구매를 줄이면서, 30대와 40대 격차가 4.7%p 정도로 좁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30대가 여전히 우위였고 2023년에도 40대의 매입 비중을 추월했다.

이를 두고 ‘40대가 주택 구매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오히려 ‘30대가 많이 샀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실제로 40대의 매입 비중은 꾸준히 ‘20% 중반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30대 비중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20%에서 30%를 넘나 들었다.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청약·대출길 막히고... 공공분양도 ‘그림의 떡’

이처럼 30대가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의 ‘방향키’도 30대 중심으로 맞춰졌다. 정부는 지난해 청약제도를 개편하면서 ‘추첨제 물량’을 대폭 늘렸다. 전용 60㎡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일반 분양 물량의 60%를, 60~85㎡ 이하는 30%를 추첨으로 뽑아 젊은 세대인 저(低)가점자의 당첨 기회를 높였다. 중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물량이 추첨제로 공급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정부가 선보인 ‘뉴홈’ 정책도 2030세대에 집중됐다. 정부는 5년간 공급하는 공공분양 주택 50만 가구 중 68%(34만 가구)를 청년층에 할당했다. 나머지 16만 가구가 4050세대 등 중·장년층에 공급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하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대출 문턱도 한 층 높아졌다.

이런 상황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약통장과 대출을 연계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신설, 신생아 특공 등 대부분 정책금융 혜택이 2030세대에 집중돼 있다.

◇ “대출·청약 혜택, ‘장기 무주택자’에 집중돼야”

전문가들은 연령대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4050세대 장기 무주택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정확하게 누구를 대상으로 혜택이 주어지는지 ‘수혜 대상’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30대에 대한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껏 열심히 산 50대들이 20대에 비해 인센티브가 없다면 그 또한 불공평하다”며 “나이로 제한을 두지 말고 ‘퍼스트 홈 바이어(First home buyer)’, 즉 생애 최초로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15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같은 가점을 주기보다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점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기 지역의 경우, 장기 거주한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대나 나이가 중요하다기보다 무주택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며 “청년들에게 주는 기회는 유지하되, 나이가 많더라도 무주택 기간이 길거나 뒤늦게 출산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청년들과 비슷한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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