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하나씩 숨기며 살아갈 어린이에게 용기가 되어주기에 충분"[동화 심사평]

2024. 1.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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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는 이력서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면접장 같다.

작품을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응모자의 기대 어린 시선을 느낀다.

그럼에도 결국 심사에서 따져야 할 시선은 작품이 어린이를 보는 시선이다.

세상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흔들리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찾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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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위원 김유진(왼쪽) 아동문학평론가와 김남중 작가가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심사는 이력서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면접장 같다. 작품을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응모자의 기대 어린 시선을 느낀다. 그럼에도 결국 심사에서 따져야 할 시선은 작품이 어린이를 보는 시선이다. 응모작 중에는 치매, 이혼, 반려동물, 친구, 이성, 교실, 투병, 환경 등 기시감 넘치는 소재와 접근 방식이 넘쳤다. 세상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흔들리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찾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그 가운데 장점이 눈에 띄는 세 작품이 있어 본심에서 논의했다.

'은혜 갚은 두꺼비'는 옛이야기와 동요에 나오는 두꺼비를 신축 아파트 한복판에 데려다 놓은 시도가 능청스럽고 재미있었다. 무리해 장만한 새 아파트 때문에 가족 모두 저마다의 문제를 안게 되는데 그 사정을 자연스레 풀어놓다가 두꺼비의 등장으로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도 희망적이었다. 다만 대출과 장거리 출퇴근, 새집 증후군, 친구 관계처럼 실제적인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두꺼비가 어디까지 은혜를 갚은 걸까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를 모셔 오래'는 도시의 그늘에서 일찍 철들 수밖에 없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빈곤, 다문화, 이혼, 차별, 일탈은 어쩌면 연쇄적인 문제여서 이를 차례로 만날 수밖에 없는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래전에 사회 전반에 떠올랐던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프다. 지금까지 반복되어 식상할 수 있지만 경찰차를 타고 가면서도 셀카를 찍는 어린이들, 부모가 뭐라 하든 우정 불변을 다짐하는 어린이다움 속에서 하늘을 덮은 무게를 이기려 몸부림치는 새싹을 보게 된 감동은 크다. 다만, 초반에 산뜻했던 구어체 서술의 장점이 작품이 진행될수록 은근한 피로감으로 바뀐다는 점을 밝혀둔다.

'후드 지온'은 안정되고 섬세한 문장과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팔의 흉터로 마음까지 상처를 입은 지온이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안전수영 수업 준비로 고민하는 사정, 비밀 계획을 세워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 과정이 선명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뜻밖의 친구에게 들키고 그 친구와 결국 소통하며 자신의 문제를 마주할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되는 결말까지 절실함이 느껴졌다. 으레 신춘문예 응모작에 기대하는 도전이나 파격은 아니어도 크고 작은 흉터 하나씩 숨기며 살아갈 어린이 독자에게 용기가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세 작품 가운데 어린이의 고민을 절실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 '후드 지온'을 당선작으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선자께 축하드리며 지금 속도와 호흡 그대로 차분하게 걸어가시길 응원한다.

심사위원 김남중 김유진(공동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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