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집값 오른다” 4명… “실수요자 올해 집 사라” 6명
지난해 연초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반등하던 전국 집값이 하반기 들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추석 이후 아파트 매물은 늘어나고 거래량은 급감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마저 하락 전환하면서 ‘2차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본지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2024년 주택 시장 전망’을 설문해 보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집값이 작년 말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상반기까지는 주택 시장 관망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도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방의 경우 올해도 집값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7명 대부분은 올해 주택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금리’가 될 것으로 봤다. 실수요자라면 올해 중 경매나 청약, 급매물을 통해 아파트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매매는 ‘상저하고’, 전세는 상승세 지속
전문가 7명 중 4명은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작년 말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반기에는 작년 하반기와 같은 약세가 지속되다,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있어 상반기까지는 거래가 급감한 시장 위축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전셋값과 매매값이 동시 상승하는 상승장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금리 불확실성과 전셋값 급락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서울·수도권 집값은 물가 반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올해도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점진적으로 물가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시장에 풍부한 주택 매수 수요가 유입되기는 힘들다”고 했다.
전셋값은 전문가 7명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매매 수요 역시 전세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쳐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 가구 수준으로 1990년 조사 이래 최저치다.
실수요자의 주택 매수 시점으로는 7명 중 6명이 올해 중을 꼽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 매수자 우위 시장이 유지될 때 신생아특례대출 등 실수요자 우대 대출을 활용해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총선 이후 시장 상황과 정책 방향성을 보고 신중하게 저가 매수의 기회를 잡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금리가 최대 변수…경매·청약 노려야
올해 주택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에 대해서는 7명 중 6명이 ‘금리’를 꼽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플레이션 문제와 연동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 집값 반등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좀 내려야 수요자들도 주택 구매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나 규제 완화 등이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를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는지 눈여겨봐야 한다”며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나 취득세 중과 완화,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 등이 이뤄져야 전세 공급자가 늘어나 전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가장 유망한 부동산 투자처로 전문가들은 경매나 청약,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꼽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를 못 버틴 한계 매물들이 쏟아져 경매 시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을 1순위로 하고 기존 주택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급매물을 노리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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