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최고 입지 '원베일리 상가' 고분양가에 공실 폭탄

정영희 기자 2023. 12. 2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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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수익형부동산의 '위기'(2)] '황금 거위' 옛말… 아파트 상가 애물단지

[편집자주]은퇴 자산의 투자 단골일 뿐 아니라 금리·대출 규제시대에 효자상품이던 '수익형부동산'이 무너졌다.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르게 커지자 정부가 특례 보금자리론 등 아파트 지원을 강화해 비아파트 자산과의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원베일리 스퀘어' 전경.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월세 받아도 '마이너스 수익률'… 건물주도 줄줄이 경매
(2) [르포] 강남 최고 입지 '원베일리 상가' 고분양가에 공실 폭탄
(3) 강남 주상복합 시행사 월이자 '40억'… 브리지론 10%대 급상승

서울 지하철 3·7·9호선이 정차하는 고속터미널역에서 나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길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통유리가 눈에 띄는 초고층 건물이 보인다. 3.3㎡(평)당 평균 5653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단지 내 상가 '원베일리 스퀘어'다.

평일 낮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2990가구 대단지 아파트의 1층 상가인데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적었다. 올 8월에 입주한 이 아파트는 1층 상가에 빈 점포가 많았다. 편의점과 간편 음식점 몇 개가 전부. 손님을 기다리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삭막하게 느껴졌다. 건물 한쪽에는 상가 분양 홍보관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스티커로 가득했다. 대형 상가에 흔한 커피 전문점 하나가 없었다.


'반포 대장주' 상가에 '임대 문의'만 가득


1층보다 임대료가 낮은 편인 지하 1층은 오히려 공실이 덜했다. 대형마트와 세탁소, 필라테스 센터 등이 입점해 있었고 에스컬레이터와 거리가 떨어진 호실은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였다. 임대차가 완료된 곳도 대부분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아서 썰렁했다. 2~5층도 공실이 적지 않았으나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을 뿐 올 4월 청약 첫날에 분양은 완료됐다.
상가 공실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도 좋지 않았다.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구매하고 상가에는 방문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를 지적했다. 그는 "10평 상가 월세가 500만원이라는데 비싸서 들어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베일리스퀘어 지하 1층은 공실로 즐비했다. 아직 임대가 완료되지 않은 호실과 분양도 마치지 못한 호실이 뒤섞여 있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래미안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해 지하 4층~최고 35층 23개동으로 지은 아파트다. 편리한 교통과 명품 학군, 한강 조망권 등을 앞세워 부촌 아파트로서의 명성을 갖췄다.

상가는 지하 3층~지상 5층 300여개 호실로 조성됐다.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일반분양은 162호실. 고속터미널과 연결되고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도 가까운 '더블 역세권'이라는 장점이 부각돼 3.3㎡당 최고 1억1000만원의 고분양가가 책정됐다. 위치와 층에 따라 다르나 ▲지하 1층(56개 호실) 2800만~4500만원 ▲1층(57개 호실) 7800만~1억1000만원 ▲2층(15개 호실) 5200만원 ▲4층(3개 호실) 4500만~4800만원 등이었다.

입찰 당시 지하 1층 소형 상가가 최고 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총 계약률은 60%로 저조했다. 공실이 많은 상태가 지속되자 조합은 지난 10월 21~60㎡(이하 전용면적)로 구성된 각 층 보류지 6개 호실에 대해 8억6015만~14억3240만원 입찰을 진행했다. 법인을 포함 총 3명이 응찰해 최고가 8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공실은 22개 호실로 전체의 7%가량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상가 1층 47㎡는 현재 25억원에 매매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 1층 14㎡는 매매가가 9억8000만원이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은 분양을 기다리는 공실은 적은 편이지만 임차 매물이 다수 나와 있다"며 "1층은 평수 대비 분양가나 임대료가 비싸서 지하 1층이 더 많이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지하 1층 51㎡ 매물이 보증금 1억원, 월세 460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며 "동일 보증금과 월세 기준 1층은 23㎡ 크기가 임차 매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입점한 대형마트 뒤로 빈 상가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분양 한파에 재건축 상가 휘청


신반포 3차·경남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7월 추가 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원베일리 스퀘어 상가 통매각을 추진했다가 가처분신청 등 반대 의견이 제시돼 갈등을 겪었다. 기존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 이후 신임 조합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1740억원에 일괄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고금리 여파로 분양시장이 침체돼 상가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은 아파트보다 더 불황을 겪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상가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3분기 1.39%에서 1년 만에 0.84%로 추락했다. 강남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0.49%포인트(p) 줄어든 0.69%에 그쳤다.

공실률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9.4%를 기록한 뒤 올해 내내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됐으나 물가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임차인의 경비 상승, 손님 측면에서 지출 한계가 나타남에 따라 공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분양이 원활하지 않자 원베일리 스퀘어를 통매입한 업체는 조합 측에 올 11월로 예정됐던 잔금 납부일을 내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악화로 인한 분양 지연의 책임을 조합도 일부 지겠다는 의미다.
저녁 6시를 넘긴 시간에도 원베일리 스퀘어 분양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과거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수요층이 탄탄해 공실률이 낮고 수익성이 보장된 알짜 투자처로 꼽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상권이 침체에 빠진 데다 설상가상 대출 이자마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 특히 원베일리 스퀘어처럼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상가는 분양 대금이 많을수록 조합원의 분담금이 줄어드는 형태라 분양가 할인이 쉽지 않다.

2018년 입주한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또한 5년이 넘도록 공실로 남은 상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락시영주택재건축조합은 지난 10월 올해 5번째 상가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6월 진행된 4차 최저 입찰가보다 2.7% 하락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았다.

분양을 앞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상가 4개동 중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과 맞닿은 '포레온 스테이션5'도 미분양 우려가 커진다. 연면적 6만1814㎡ 지하 3층~지상 4층으로 일반분양분 259호실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지하철역과 상가가 이어지는 초역세권 구조에 배후수요가 1만2000명 이상이라는 장점을 가졌지만 높은 임대료가 예상돼 전망이 어둡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분양가와 이자 부담이 큰 신규 상가에 대한 관심이 작아져 지금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안정된 상권 내 우량 상가에 투자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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