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동산 전망] ④ “내년 말, 1인 가구 공급 부족 현실화... ‘월세 인센티브’ 강구해야”
실거주 의무 폐지 불발... “정책이 정치에 휘말려”
중소형 PF 부실·1인 가구↑... “非주택부문 공급 위기”
‘전세 월세화’ 유도하고... 주거비 부담 덜어줘야
내년에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가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3차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대내적으로는 4월에 총선이 열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경고음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입주물량 부족으로 전세 가격은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이 같은 혼란의 파고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전문가 4명을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송인호(57·사진) 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중에서 대중과 가장 접촉면이 넓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경제정보센터는 여론과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외 경제정보를 수집·분석해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생애 주기별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부동산 시장·정책 관련 세미나에도 자주 참석한다. 송 소장의 주 전공은 ‘부동산 정책 계량 분석’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박사를 졸업하고 KDI에서 부동산연구팀장, 경제전략연구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비즈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ㅡ내년에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전세 가격 상승이다. 내년 하반기, 전세 가격 상승 폭은 매매 가격 상승 폭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본다. 내년 상반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3% 라면, 전세 가격은 이를 약간 웃도는 선인 4%로 예상된다. 매매는 2.5% 상승 정도로 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특히 서울 전세 가격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ㅡ전세 가격 상승은 통상 매매 가격 상승을 부른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보고 있다. 국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시점은 7월로 예상한다.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대기 수요’가 반영될 것이란 뜻이다. 높아지는 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인이 될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 집값 상승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다만 본격화라는 의미는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정도지, 급등의 의미는 아니다.”
ㅡ무주택자라면 언제 매입이 좋을까.
“시점만으로 봤을 때 내년 상반기가 그나마 좋지 않을까 싶다. 우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하다. 또 올해 GDP 성장률은 1.4%인데, 내년엔 2.1%다. 거시경제와 주택시장 흐름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집값은 내년 상반기까지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본다. 집은 거주뿐만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도 봐야 한다. 가격이 매겨지는 자산이다. 갭투자 역시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물’이지, 저는 투기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ㅡ실거주 의무 폐지(주택법 개정안) 불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건이다.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가구가 약 5만 가구다. 그만큼 전세 물량도 줄어든다. 인구 수로 보면 15만~20만 명의 거주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정부가 당장 1~2개월 안으로 시그널이라도 줘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청약 받은 것을 투기로 보긴 어렵다. 또 당장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입주 후 2년, 혹은 3년 후 실거주하면 어떤가. 그렇게 안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 정책이 정치에 의해 휘둘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ㅡ정책 입안 당시, 실제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저는 주택정책 자문위원이자 주거정책심의위원이었다. 실거주 의무는 쉽게 말하면 ‘분양가 상한제로 이득 봤으니 받은 것만큼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입주 시점부터 실거주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계약갱신청구권도 반대했다. 당시 세입자들의 평균 임차 기간은 이미 3.9년에 달했다. 그런데 갱신권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3가지 가격’이 생겼다. 규제 가격, 협상 가격, 시장 가격이다. 협상 가격은 협상 우위가 누구냐에 따라 규제 가격과 시장 가격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한다.”
ㅡ꼭 손봐야 할 정책이 또 있다면.
“전세 대출 제도다. 향후 임대차 관련 정책 방향 중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 전세 사기 대응 방안 일환으로 나왔다. 주금공(HUG)나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전세 자금을 100% 대출받을 수 있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증 회사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인데, 시장에 맡겨서 은행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ㅡ서민 지원 방책이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등록된 전세 보증금 규모는 240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639조 원이다. 정부의 정책은 서민의 주거비나 주거 환경 및 거주권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정부 방점을 전세 대출이 아닌 비주택 부문 ‘전세의 월세화’에 둬야 한다. 월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저는 내년 말,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ㅡ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심각하다. 다만 대기업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형 PF’와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비(非) 아파트형 PF’로 나눠 봐야 한다. 대형 건설사 PF 기준금리는 통상 10% 내외다. 중소형 건설사 PF 금리는 20%에 달한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를 보자.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다. 해마다 37만 가구씩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비혼과 고령층 인구다. 통계상 이들의 평균 거주 면적은 10~13평이다. 주로 오피스텔과 빌라 등에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아파트 PF는 중소형 건설사 사업장이 대다수다.”
ㅡ1인 가구 수요를 충당할 수 있나.
“중소형 건설사 브릿지론 규모가 현재 30조 원 정도다. 그런데 40%가량이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1인 가구 수를 맞추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내년 말이 되면 비아파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다. 공급 물량을 인허가 물량, 착공 물량, 준공 물량, 입주물량 등 시계열로 따져보자. 인허가 물량은 중도 포기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모든 건수가 물량으로 잡히지 않는다. 변수는 착공 물량이다. 아파트는 착공 시점에서 2년 6개월 이후 기축 물량으로 진입한다. 그런데 비아파트는 착공 후 1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ㅡ수요는 많은데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월세 인센티브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ㅡ최근 청년의 주택자산 확충을 위한 ‘독특한 모델’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내놓은 ‘실험적 발상’인데, 선분양 방식의 개선에 방점이 있다. 모든 청약에는 생애최초자, 신혼부부 등 특별분양이 있다. 이것을 ‘구분 청약’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1000만 원을 넣든, 2000만 원을 넣든 자신이 낸 금액에 비례해 지분을 갖는다. 그러면 한 사람이 여러 단지 아파트에 지분을 여러 개 조금씩 갖게 되는 경우도 나온다. 구분 청약자에 한해 ‘임차 청약’도 하게 해준다. 이를테면, 1%의 구분 소유권도 갖고 임차도 하는 것이다. 임대료는 갖고 있는 지분만큼 매달 배당된다. 5년 후에는 임차권 우선자에게 분양 전환 권리를 준다. 만약 그 사람이 포기하면 나머지에게 주고, 모두 포기한다면 그땐 일반 시장에 푼다. 5년 후 시세 가격으로 시세 차익도 얻는 셈이다.”
(해당 내용은 KDI 연구 보고서 ‘주택 시장의 규제와 주택공급 방식의 방향 : LTV, DSR, 보유과세 그리고 선분양 방식의 개선을 중심으로’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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