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체국 점심시간 휴무, 시민은 답답하다

경기일보 2023. 12.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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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자가 시민의 입장에서 체험해봤다. 27일 낮 12시30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우체국이다. “잠시 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 시작됩니다.” 우체국 내에서 흘러 나온 방송이다. 정확히 30분이 되면서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떴다. 때마침 50대 시민이 서둘러 뛰어 들어왔다. 직장 점심시간에 맞춰 왔다며 우편물 접수를 요구했다. 직원이 이를 말렸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의왕시의 한 우체국도 취재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우정사업본부가 점심시간 휴식제를 결정한 것은 2016년이다. 직원들의 휴식권 보장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제도다. 경기∙인천지역 우체국은 지난 6월부터 시범 실시했다. 4인 이하 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우체국이 우선이었다. 이게 27일부터 5인 이하 우체국 57곳으로 확대됐다. 시간이 흘렀으면 시범 실시를 해온 지역의 시민들은 적응을 할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셔터 내려진 우체국 앞에서는 크고 작은 항의가 이어진다.

우체국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익히 알려졌다. 공직자라고 무조건 희생을 강요받는 시대도 아니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미 결정된 업무 경감 제도를 되돌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방법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앞서 살폈듯이 시민의 불편이 너무 크다. 단 몇 명의 시민이라도 그들에게는 없던 불편함이 생겼다. 이 희생 또한 간과 못할 현실이다.

우정사업본부에는 단순히 우편 배달 업무만 있지 않다. 금융과 관련된 서비스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일반 우편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금융 서비스 업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30분까지다. 시중 은행보다 30분 길다. 하지만 시중 은행은 점심 시간에도 업무를 한다. 직장인들에는 점심시간이 중요한 금융 업무 처리 시간이다. 이 중요한 시간을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막는 셈이다. 불편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시범 실시의 목적이 뭔가. 본격 실시에 앞선 실험이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절차다. 문제가 발견됐으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면 원안을 변경할 수도 있다. ‘셔터 내리는 점심시간’을 금과옥조의 제도로 고집할 일이 아니다. 인력 보강을 통한 보완 근무, 창구 축소를 통한 인력 재배치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변이 “홍보를 강화하겠다”다. 원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우체국 직원들의 권리 반대편에는 이용자 국민의 권리가 있는 것인데. 왠지 시민의 권리가 너무 가벼이 취급된다는 서운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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