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임시완, 땀과 노력으로 써 내려간 또 한 편의 ‘청춘시대’[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2. 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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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장병태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쿠팡플레이



우리가 특정 배우의 작품을 따라가며 찾아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믿고 보는 OOO’ 식의 표현처럼 그가 만들어낼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가 고른 작품이라면 재미있을 거야, 그가 한 연기라면 만족할 수 있을 거야. 나날이 높아지는 수준을 맞춰가기엔 배우로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배우 임시완도 그렇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11년 남짓. 늘 다른 배역에서 필요한 만족감들을 일정한 수준 이상 가져다준다. 청춘의 고단함과 외로움, 환희와 절망, 냉소와 열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성과도 그러하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택했고, 충청도를 택했다. 그는 ‘소년시대’의 장병태가 됐다.

“코미디 장르를 처음 하는 부분에 있어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어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촬영 중간에 보조 출연자분들이 저를 보고 웃으시더라고요. ‘내 얼굴을 보고 웃는 것은 고무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는 사람을 보고도 웃음이 날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잖아요.”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장병태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쿠팡플레이



임시완이 연기한 장병태는 ‘지질함’의 모든 것을 압축한 캐릭터다. 1989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장병태는 온양의 ‘찌질이’로 살다가 부여로 전학 가 부여농고에 다니는데 당대의 주먹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와 이름이 비슷해 그로 오해받고, 졸지에 ‘학교 짱’이 된다.

“코미디는 보통의 이야기보다 힘 자체가 다르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언젠가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위트나 코미디가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이명우 감독님께서 인터뷰로 ‘이 사람이 은퇴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하셨는데, 설마요. 저는 은퇴가 아니라 연기를 더 오래 가져가고 싶은 생각에 코미디를 골랐어요.”

망가지는 연기뿐 아니라 병태를 구성하는 요소 중 중요한 것이 충청도 사투리였다. 부산 출신인 임시완은 사전에 2~3개월 사투리 전담 선생님과 함께 충청도 사투리를 연마했다. 또한 촬영 전 직접 충남 부여에 어학연수(?)를 떠나 직접 거주민들의 대화를 들었던 노력도 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장병태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출연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올해 5월이었나? 촬영 들어가기 한 달 반, 두 달 전에 현지의 느낌도 받고 싶어서 부여에 갔어요. 사실 북적북적한 거리를 상상했는데 너무나도 고즈넉한 느낌이라 놀랐죠. 소득 없이 길거리를 걷다가 밥을 먹으려고 현지인 부부께서 하시는 식당을 들어갔는데, 나이가 지긋한 두 분이 사투리를 쓰고 계셨어요. 일부러 길게 말을 붙여서 단련하고 나름 통했다 싶어 계산하려는데 ‘서울서 왔슈?’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나왔죠.”

코믹연기에 충청도 사투리 거기에 주로 친구들에게 얻어맞는 병태를 위해 몸을 쓰는 연기도 배웠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임시완은 ‘장병태로 얼굴을 갈아 끼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 중반 이후 병태는 자신을 나락을 내몬 이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데, 너무 완벽하게 몸을 만드는 것도 병태가 아닌 것 같아 ‘지질한’ 몸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에도 힘을 썼다. 장병태로의 변신은 오롯이 임시완의 세심한 대본해석과 함께 역할을 향한 각고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저와 병태는 맞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른바 ‘병맛’이라고 하죠? 별 재미를 의도하지 않고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거 같아 뱉은 대사에 대해 감독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냐’라고 해주실 때는 그게 입바른 칭찬인 것 같진 않고, 제 속에 타고난 ‘찐따미’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단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을 거듭했는데 감투로 이러한 제 속성을 가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죠.”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장병태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출연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유독 가녀린 체구였지만 형형한 눈빛이 있었고, 제국의 아이들로 아이돌 가수 데뷔를 했지만 2011년 이후부터 그의 이름은 연기로 꽃피워졌다. ‘해를 품은 달’ 허염, ‘적도의 남자’ 이장일, ‘미생’의 장그래, ‘타인은 지옥이다’ 윤종우, ‘트레이서’의 황동주 등 드라마를 포함해 ‘변호인’ 박진우, ‘오빠생각’ 한상렬, ‘불한당’ 조현수, ‘비상선언’ 류진석 등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성격의 배역을 연기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캐릭터의 성격과 무관하게 청춘의 외로움과 고단함이 묻어있었다.

“그런 작품만을 찾는 것은 절대로 아닌데, 작품을 하고 나면 그러한 정서가 묻은 경우가 많아요. 밝아 보이는 역할을 하면 뒤 대본에서 항상 그렇게 숨겨졌던 과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정말 내가 찾아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결국 삶이란 위기가 없으면 드라마화가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있어요. 마냥 밝은 느낌으로라도 드라마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장병태 역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 사진 쿠팡플레이



그는 넷플릭스의 인기작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캐스팅됐다. 캐스팅 이외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졌다. 하지만 시즌 1을 보고 이병헌에게 전화해 “선배님이 ‘프론트맨’이셨어요?”하고 놀랄 정도로 시리즈의 팬이었다. 또 세계적인 작품에서 구현될 그의 청춘은 어떠할지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든다. 고단한 ‘소년시대’로부터 거듭나는, 임시완의 ‘청춘시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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