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도 꽁꽁" 밖은 0도, 집안은 3도…서울 마지막 달동네, 혹독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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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이렇게 앉아있으면 무릎이 시려."
지난 26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배정옥씨는 양손으로 두 무릎을 쓸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날씨에 가전기기와 하수도가 얼었다.
집 옆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던 남편이 3년 전 세상을 떠난 뒤 장씨는 손님을 접대하던 공간에 침대를 두고 연탄난로에 의지한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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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이렇게 앉아있으면 무릎이 시려."
지난 26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배정옥씨는 양손으로 두 무릎을 쓸며 이같이 말했다. 얇은 양철로 지붕을 얹고 회색 천막을 씌운 4평 남짓한 공간이 곧 팔순을 바라보는 배씨의 보금자리다.
최근 서울의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면서 백사마을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백사마을에는 현재 100여 가구가 모여 산다. 대부분이 연탄을 사용해 겨울을 난다.
배씨 집은 연탄을 때 훈훈한 공기가 방안을 채웠지만 바닥과 벽에서 나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탁기와 김치냉장고 등 생활 잡화가 늘어져 있는 공간의 바닥 온도를 재보니 3도였다. 0도인 문밖과 다를 바 없었다. 말을 할 때는 입김이 새어 나왔다.
배씨는 "평소에도 티셔츠에 패딩 조끼, 얇은 패딩, 두꺼운 패딩까지 기본 4겹을 입는다"며 "그랬는데도 저번 주는 너무 추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날씨에 가전기기와 하수도가 얼었다. 그는 "세탁기에 열선을 감아놨는데도 얼어서 지금은 작동을 멈췄다"며 "여기에 화장실 하수도도 얼어 변기에도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사용했다"고 했다.
같은 골목에 살고 있던 장순분씨(86) 집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집 옆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던 남편이 3년 전 세상을 떠난 뒤 장씨는 손님을 접대하던 공간에 침대를 두고 연탄난로에 의지한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연탄난로엔 연탄 4장이 들어가는데 4장이면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성인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크기의 장씨 방은 연탄난로 덕분에 18~19도 정도로 데워졌다.
그러나 방문 바로 옆에 있는 문을 열자 온도는 곧장 0도로 바뀌었다. 천장에 구멍이 뚫린 세면 공간에 놓인 세숫대야에는 얼음이 단단했다. 침실에서도 방한화를 신고 있던 장씨는 "연탄난로에 물을 데워서 세수도 하고 손을 씻는다"며 "밖에선 너무 추워서 목욕은 못 한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167가구로 2년 전과 비교해 8.5% 줄었지만 서울은 4.7% 늘어난 1827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난방비와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백사마을 주민들도 난방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개발 소식이 전해진 2019년부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면서 백사마을 내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주민들의 수입도 자연스레 줄었다. 골목에는 군데군데 '공가 안내문'이라는 문구가 적힌 빈집들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연탄값마저 올랐다. 허기복 연탄 은행 대표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연탄 가격이 한 장당 50~300원 정도 올랐다"며 "소비자 가격으로 장당 850원 정도 하는 데 배달비를 포함하면 1200원까지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402만6000장까지 연탄 기부받았는데 올해는 246만장 정도 후원받았다"며 "작년보다 낮은 300만장을 기부 목표로 잡았지만 그보다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통 10월 초부터 이듬해인 4월 중순까지 연탄을 사용한다. 이 시기에만 가구당 평균 1050장 정도의 연탄을 소비한다. 허 대표는 "겨울을 나기 위해선 한 달에 보통 기름 1.5 드럼이 필요한데 50만원 정도 나와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연탄은 한 달에 14만원 정도라 80세 이상 고령층 저소득 가구엔 필수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월을 넘기면 후원이 많이 줄어 연말까지 기부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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