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을 죽음으로 몬 것은 누구인가[종합]

강주일 기자 2023. 12. 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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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균. 사진공동취재단.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배우 이선균(48)이 숨진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7일 이씨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12분 ‘이씨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매니저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현장에서 이씨의 차를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는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있었으며 이선균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소방 관계자가 도착했을 때 이선균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시신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선균은 지난 10월 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항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평소 가정적이고 성실한 이미지를 쌓아온 그가 10월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형사 입건되자 대중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배우 이선균. 연합뉴스



이선균은 28일 경찰에 출석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당시 그는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답변을 미뤘다. 이후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고, 2차 출석에선 “유흥업소 실장 A씨가 수면제라고 속이고 약을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선균은 지난 23일 세 번째로 경찰에 소환돼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틀 만인 26일 오후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진술과 마약 인지 여부와 횟수 등에서 주장이 엇갈리자, 이선균 측이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A씨의 진술 뿐이라며 누구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49일 만에 또 경찰에 출석한 이선균



이선균의 사망으로 경찰의 강압수사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경찰은 “피의자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이선균의 사망 전날 자극적인 영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가세연’은 26일 ‘[충격영상] 오빠랑 나랑 ···이선균-김OO 풀녹취’ 등 2개의 영상을 올려 이선균과 유흥업소 여실장과의 개인적인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누가 녹취했고 어떻게 입수했는지 수사해라” “영상 당장 내려라” “사람들의 흥미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 죽음에 이르게 할거냐”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이선균 사망 직후 유튜브 커뮤니티에 “이선균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적었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관련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고 이선균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그가 수십년간 배우로서 성실히 일 한만큼 방송·연예계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특히 “군중심리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지은 죄 만큼만 죗 값을 치르게 하자”는 등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배우 이지훈은 “본인이 겪어보지도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말, 정말 공정할까. 평등할까. 뉴스, 유튜브, 부풀려진 소문, 그놈에 네티즌, 마녀사냥, 누가 누굴 평가하는가. 본인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살고 있는가. 그만 몰아세워라”라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배우 수현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두 번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한국 연예계는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기도를 보낸다. rest in peace”라는 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죄송하다.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고인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2009년 5월 배우 전혜진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 2명을 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장지는 전북 부안군에 있는 선영이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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