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가득 찾은 연말의 선물 보따리 발레 '호두까기 인형'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김문영 2023. 12.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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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데뷔 무대…강미선-콘스타틴 노보셀레프 부부 연기도
내년 40주년 맞이하는 유니버설발레단…새해 공연도 '풍성'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2장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올해 37번째 시즌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합니다.

지난 1986년에 초연을 한 이후 연속 매진과 흥행 신화를 쓴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해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97.8%, 총 3만 7천여 명의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습니다. 예스24의 '클래식/무용 분야'와 인터파크의 '무용/전통예술' 연간 판매 순위 1위도 차지했는데요.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올해의 공연은 회차가 16회차로 늘어나,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울지 주목됩니다.

연말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장식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는 부모와 어린 아이가 가득 찼던 지난 23일 공연을 리뷰합니다.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 할리퀸·무어 인형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1장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유니버설발레단]

눈이 오는 날 밤, 클라라의 집으로 여러 가정이 서로 반기는 인사를 하며 들어갑니다. 이 평화로운 장면 연출을 위해 중간 반투명막 등을 활용해, 난반사된 조명이 실제로 눈이 오는 듯한 느낌을 주자 객석에서 "와"라는 함성이 크게 터져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장면이 전환된 이후 집 안에서는 단체로 안무를 하는 아름다운 파티의 장면이 나옵니다. 눈을 가린 채 아이들과 놀아주는 다정한 마법사 드로셀마이어 역을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가 맡아 카리스마 있는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상 클라라의 오빠인 프릿츠와 친구들은 병정놀이를 좋아하고 짓궃습니다. 때문에 남자 아이들은 장난감 말과 칼을 좋아하고 여자 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연출됩니다.

이때 '한 번만'을 외치는 손 모양을 하며 튀어오르는 프릿츠 역의 연기가 눈에 띕니다. 호두까기 인형을 나중에 망가뜨릴 클라라의 오빠가 누구인지를 단번에 추정케 하기 때문입니다. 각 가정의 남매 관계를 연상하도록 해, 관객석에서는 미소가 흘러 나왔습니다.

1막 2장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무용수는 실물 크기의 사람 인형 역을 맡은 두 남성 무용수입니다.

할리퀸 인형 역의 패트릭 부르파처는 인형보다 인형 같은 꺾기 춤을 보여주다가 상자 밖으로 나와서는 양 다리를 뻗은 채 허리보다 높은 위치까지 뛰어오르는 점프를 보여줬고, 180도를 넘어 200도가 넘게 다리가 꺾인 상태로 '운반'되어 퇴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무어 인형 역할인 무용수 이승민도 마름모 모양으로 다리를 붙이며 뛰어올랐습니다. 반복적으로 겅중겅중 뛰는 점프와 빠른 회전을 선보였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 매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생쥐 군단'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1장 전투 [사진=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의 또 다른 백미는 생쥐 군단과 호두까기 인형의 결투 부분입니다.

징그러워야 할 생쥐 군단은 주된 관중이 될 어린이들을 감안해,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관을 하고 있습니다. 배불뚝이 복장을 하고도 높은 점프력을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내는가 하면, 발레와는 살짝 동떨어졌지만 놀리는 듯한 엉덩이춤도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생쥐 군단은 그날 그날 무용수들이 정해, 아이돌 댄스부터 발레 ‘오네긴’, ‘춘향’, ‘파가니니 랩소디’ 등을 커버해 재미난 동작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3일의 생쥐왕은 같은 날 무어 인형 역할도 맡은 이승민이 연기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이 생쥐 군단을 물리칠 때 '탕탕' 효과음이 생생하게 들리는 가운데, 클라라가 생쥐 군단을 무찌르려고 방석으로 생쥐 역인 무용수들을 누르는 귀여운 모습도 관중인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웃음 짓게 하는 포인트였습니다.

아쉬움 없이 완벽했던 이유림의 데뷔 무대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클라라의 새로운 얼굴이 된 이유림의 주역 데뷔 무대는 아쉬움 없이 완벽했습니다.

마법사 드로셸마이어의 힘으로 멋진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 역을 강민우가, 아름다운 숙녀로 변신한 어린 클라라를 이유림이 맡은 가운데, 소나무 숲에서의 스노우 파드되(남녀가 둘이 추는 춤)에서 둘은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습니다.

강민우는 안정적으로 이유림과 안무하며 높은 점프력을 선보였고, 이유림도 균형을 맞추며 역할에 맞는 밝은 표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데뷔 무대를 펼친 이유림은 한예종 무용원을 거쳐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7년간 활동했으며, 2016 시칠리아국제발레콩쿠르 1등, 2019 헝가리무용가협회가 선정한 최고 신인무용수에 선정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눈송이 왈츠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어진 눈송이 왈츠에서는 종이 눈이 내리는 무대가 매우 환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눈송이 요정들이 전체 군무는 잘 맞았지만 두 명씩 맞춰서 춤을 출 때는 조금씩 안무가 안 맞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눈송이 왈츠의 편성에 넣은 어린이 합창에서도 어린이들의 소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정이 불안정하고 박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연주를 맡은 코리아쿱오케스트라는 1막과 2막의 중후반은 훌륭했으나, 서곡에서 관악기의 박자가 늦고 소리가 맑지 않았습니다.

민속무용도 귀여움 극대화…환상적인 꽃의 왈츠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2막 스페인 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2막의 스페인 춤과 아라비안 춤과 러시아 춤은 민속 무용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표현했다면, 중국 춤과 양치기 소녀는 아이들을 위해 귀여움을 극대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디저트 초콜릿을 나타내는 스페인 춤의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와 드미트리 디아츠코프는 플라밍고 느낌의 여성 안무와 투우사 느낌의 남성 안무를 힘 있게 보여줬고, 남성 안무는 유연하고 빠른 제자리 돌기로 관전 매력을 살렸습니다.

커피콩을 나타내는 아라비안 춤은 군무가 잘 맞았지만 독무를 추는 리드가 다리를 한 차례 제때 내리지 못한 옥의 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천막을 부풀리는 듯이 천을 무용수 위로 드리우는 연출은 눈을 사로 잡는 부분이었습니다.

차를 표현하는 중국 춤의 유니버설발레단 버젼은 부채를 쥐어 귀여움을 가미하는 느낌이 컸고, 막대사탕을 나타낸 러시아 춤은 남성 무용수 1명과 여성 무용수 2명이 위로 뛰어오른 뒤 독특한 발 착지를 보여주는 무대로 훌라우프 사용은 없었습니다.

'갈대피리의 춤'에 맞춰서는 양치기 소녀가 아기 양들, 늑대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앞치마를 하고 수저를 든 늑대가 양을 먹으려 하자, 어린이인 나머지 양들이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의 많은 버젼에서 생략되는 마더 진저와 아이들의 춤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버젼에서도 생략되었습니다.

꽃의 왈츠는 마린스키 버젼과 똑같이 분홍 색 꽃이 피고 지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몸의 움직임이 늦게 반영되는 치마가 꽃잎의 나풀거리는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고, 완벽한 군무가 환상적이었습니다.

과자나라에서 사탕요정으로 변한 클라라가 왕자와 함께 추는 그랑 파드되에서는 선명하게 들리는 첼리스타 소리와 함께 이유림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작고 소중한 사탕요정의 느낌을 살렸고, 호두왕자의 독무도 큰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바이노넨 버젼' 마린스키 발레단의 정수 선보이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2막 피날레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이 만든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안무를 토대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황실 발레의 세련미, 정교함,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마린스키 스타일'은 고도의 테크닉과 스토리텔링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중에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명곡과 더불어 원작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합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1966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만든 볼쇼이 발레단의 안무도 있는데, 이는 국립발레단이 사용합니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마리'이고 극 초반의 호두까기 인형을 목각인형이 아닌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합니다.

발레단 40년 내공 '부부' 무대도 기대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2장 스노우 파드되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발레단 근속 도합 40년의 내공인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공연도 크게 기대할 만 합니다.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최정상인 발레리나임을 증명한 강미선은 지난 2013년 콘스탄틴과의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서 청혼을 받아 결혼에 골인한 바 있습니다.

바가노 발레아카데미를 졸업했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발레리나 강미선, 두 사람이 자신들의 특별한 이 작품에 합동 출연하는 모습은 오늘(27일)에 이어 오는 30일에도 볼 수 있습니다.

내년이면 창단 40주년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은 새해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돌아옵니다.

내년 2월에 ‘코리아 이모션 정(情)', 5월에는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6월에는 ‘더 발레리나’를 올리며, 9월에는 '라 바야데르'를, 그리고 12월이면 어김없이 잊지 않고 ‘호두까기 인형’으로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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