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자의 ‘과학 리더십’에 힘 보태야[기고]

2023. 12.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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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이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공과를 두고 역사적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으나 1962년 제1차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의 수립을 시작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대덕연구단지 설립까지 박 전 대통령의 '과학입국' 국정철학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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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많은 사람들이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이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공과를 두고 역사적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으나 1962년 제1차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의 수립을 시작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대덕연구단지 설립까지 박 전 대통령의 ‘과학입국’ 국정철학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후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 산업의 바탕에는 기업인들의 결단과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불모지였던 시절,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갈 것을 선구적으로 예견하고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면에는 혁신적 기술에 투자했던 이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었다.

산업화 시기 국가지도자들의 과학에 대한 통찰과 추진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과학기술 경쟁력 역시 최상위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어려운 과제도 남겼다. 과거의 빠른 추격자 전략, 즉 선진국 기술을 개량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 힘으로 세계 최초의 기술을 만드는 선도자로 변모해야 할 시점이다. 양적 투자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새로운 시대 상황과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말은 쉽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국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기술을 선점하지 않으면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다.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제약 없이 할 수 있도록 관리자 중심의 제도·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기초 원천·차세대 연구는 긴 안목으로 과감히 투자하고, 세계 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협력도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정치인들에게서는 과학기술과 혁신의 비전과 통찰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국회의 소모적인 정치논쟁 속에 국가 생존이 걸린 과학기술 법안들이 적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가 신흥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8개월 가까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우주 탐사를 위해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에 우리 항공우주산업의 성장 동력이 멈추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국익을 우선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계 관행으로 굳어진 낡은 규제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기간에 급증한 연구개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부처 이기주의 같은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를 실천해 나가기 위해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실을 설치하겠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과학기술수석실 설치는 최근 과학계가 겪고 있는 갈등의 파고를 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전 세계적 불확실성과 복합위기 전망 속에도 국가지도자들이 과학에 대한 비전을 갖고 힘을 합친다면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혁신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에 더욱 힘을 보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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