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號 SH의 2년]⑨"공기업 땅장사 안 돼"…공영개발이 '도깨비방망이'?

이수현 2023. 12. 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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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취임 후 구룡·성뒤 등 공영개발 '속도'…낮은 수익성·토지보상 갈등은 '넘어야 할 산'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서울시의 주택 공기업 수장으로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과감한 발언으로 '부동산 정책 저격수'란 별명까지 가졌던 김 사장은 재야에서 외쳤던 주장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또 그 성과는 시민에게 적합하고 만족하는 수준일까.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김헌동 사장이 공영개발에 목소리를 낸 것은 17년 전이다. 당시 김 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으로 활동하며 판교신도시를 공영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한 건물. [사진=뉴시스]

공영개발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다. 시공만 건설업체에 맡기고 모든 과정을 공공기관이 진행한 후 민간에 분양해 민간개발을 할 경우 건설업체가 가져가는 이익을 공공기관이 흡수할 수 있다.

17년이 지난 현재 판교신도시는 국내 IT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김 사장은 공영개발에 대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 등 공기업이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땅장사' 대신 공영개발을 진행해 서민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3월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SH가 2011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0년간 공공택지 87만평 매각해 5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한 김 사장은 "SH공사가 지난 2004년 이후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권을 남용하면서 제 배만 불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혹독하게 비판하던 대상인 SH공사를 이끌게 된 김 사장은 공영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곡과 고덕강일지구 등 기존 공영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분양을 시작했고 신규 사업을 위한 택지 확보에 집중하는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2011년부터 공영개발 논의가 이어졌지만 보상 방식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SH공사의 100% 공영개발로 추진한다고 밝힌 후 토지보상 등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서초구 성뒤마을도 공영개발로 사전청약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분양주택(뉴홈) 단지인 성뒤마을은 2010년 LH가 서초구와 함께 '글로벌타운'으로 공영개발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2017년부터 SH가 다시 공영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사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인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아 내년으로 미뤄졌다.

김 사장은 두 지역을 개발하면서 용적률을 높이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서초 내곡지구 공공주택 사업성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구룡마을과 성뒤마을 등 새로 개발할 곳은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는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평가된 토지 위에 용적률 100~200%대 아파트를 500%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지어서 시민께 건물만분양(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상 토지 거주민의 보상 문제다. 공기업이 추진하는 공영개발은 싼 가격에 주택을 분양해야 하기에 수익성이 낮은데, 토지보상금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소유주들이 적지 않다.

토지주들에게 돌아가는 토지보상금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법안에 따르면 토지감정은 토지소유자와 지자체,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법인 세 곳을 추천해 진행한다. 평가액은 각 법인이 평가한 가격의 평균값으로 정한다.

다소 복잡한 절차를 따르다보니 LH와 SH 등 공기업은 공영개발을 추진하면서 토지 소유주와 택지 보상을 두고 자주 갈등을 빚는다. LH의 경우 2021년 3기 신도시 토지주와 토지보상금을 두고 갈등이 벌어져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토지주와 갈등은 SH도 마찬가지다. 구룡마을의 경우 현행 토지보상법에는 적법한 건물에 분양권을 제공하도록 하지만, 구룡마을은 무허가건축물이 많아 주민 일부가 개발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뒤마을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SH는 성뒤마을의 토지보상금을 확정했지만 일부 토지주들이 낮은 보상금액에 반발하면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을 신청했고 현재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SH는 지난달 30일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이주 대책 기준을 공개했다. 이주대책과 주택특별공급, 생활대책 등이 담긴 내용에는 분양권 발생 기준 등이 함께 담겼다.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기준일(2015년 5월 15일) 이전부터 자기 토지상 주거용 건축물(법에 따라 허가를 받았거나 1989년 1월 24일 이전 주거용 무허가건축물이 확인된 경우)을 소유하고 거주한 경우에는 전용 55㎡(자진 이주 시 60㎡)를 받을 수 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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