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동산전망] ①“3분기부터 소폭 상승... 금리 인하 효과 보려면 DSR 규제 풀어야”
내년 입주물량 ‘최저’... 전세가격 상승 지속
“2025~2028년 공급 부족 대비해야”
내년에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가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3차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대내적으로는 4월에 총선이 열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경고음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입주물량 부족으로 전세 가격은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이 같은 혼란의 파고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전문가 4명을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합수(56)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업계에서 대표적인 ‘공급론자’로 통한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권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공급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3기 신도시 계획이 나왔지만, 정작 “살 만한 위치에 쓸 만한 아파트가 없다”고 외친다. 35만3000가구가 공급 되지만, 정작 수도권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60만 가구로 늘려야 한다고 한다.
박 교수는 내년을 기점으로 유례 없는 ‘공급 부족 대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입주물량 공백기를 시작으로 2025~2028년까지 3대 공급물량이 동시에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공택지(정부)·도시정비(지자체)·개발사업(민간) 물량이 전부 메마르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있는 사무실에서 박 교수를 직접 만났다.
ㅡ내년 분기별 전망은 어떤가.
“올해(2023년) 집값 상승 폭은 하반기에 조금 증가하다 9월에 정점을 찍고 11월에 확연히 조정이 됐다. 몇 년간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매수 심리가 하락했는데, 올 상반기에 매수자가 진입했다. 이에 다시 2차 부담감을 느끼며 추격매수 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내년(2024년) 1분기까지는 매수 심리가 계속 위축되다 2분기 보합, 3·4분기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반등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다만 지방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
ㅡ미국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주택 매수와 관련해서는 금리와 유동성,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우선, 금리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본다.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시그널은 매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가 언제까지 오를지 몰라’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거야’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금리는 조정되지만 대출 규제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ㅡ대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뜻인가.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비율은 40%까지다. 이를 내년에도 유지한다면 금리 인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DTI와 달리) DSR 주머니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원금까지 포함된다.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확 줄어드는 셈이다. 2021년 7월 하반기, 집값이 급등하면서 급조된 규제인데 현 정부가 이것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DTI가 아닌 DSR 비율을 60%까지 대폭 완화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은 출산대책의 일환으로 70%까지 완화해야 한다.”
ㅡDSR 규제를 완화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저금리 시절, 기준금리가 0.5% 정도로 낮았기 때문에 가산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인상되자, 대출 금리 자체가 급등했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떨어진다 해도 가산금리 자체가 여전히 높아서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DSR 주머니를 키워서 기존 대출자들에게 ‘탈출의 기회(대환 대출)’를 줘야 한다. 이를 테면 6%대 금리를 4%대로 갈아타게 하면 가계 부담이 줄고 그만큼 소비가 진작되며 경제가 회복된다.”
ㅡ정부는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다.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지 않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체율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를 보면 기업 대출은 0.47%, 가계 대출은 0.38%다. 가계 대출 중 주담대 대출은 0.24%로 선방하고 있다. 반면 가계신용대출은 0.76%다. 취약계층, 즉 저신용자 대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부가 실수요자들이 이용하는 주담대와 혼용하고 있다.”
ㅡ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예상된다.
“공공 유동성 관련해서 보자. 내년 상반기 예산분이 4월 총선 전인 1분기에 상당 부분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세수 부족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때는 4분기다. 전문가들 상당수가 ‘현재 경기 침체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GDP 성장률을 보면, 올해는 1.4%인데 내년에는 2.1%로 예상했다. 민간 유동성은 다주택자나 자산가들이 1년 전 고금리 시절, 예치해 둔 정기예금 자금을 봐야 한다. 약 100조원 정도 된다. 그런데 금리가 6%대에서 4%대로 내려가면서, 1년 연장하지 않고 3개월 상품에 예치하고 있다.”
ㅡ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보는 것인가.
“정기예금 자금의 30%, 즉 30조원 정도는 부동산 시장의 재진입을 위한 자금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본인이 상가 등 건물을 살 수도 있겠지만, 다주택자 입장에서 주택을 또 늘리는 것은 부담이다.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와 연결된다.) 따라서 해당 자금은 주택 시장에서 자녀들의 주택 마련을 지원할 유동성으로 흐를 확률이 높다고 본다. 결국 그 시기는 연초가 될 것이다.”
ㅡ전세 시장은 어떨까.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역대 최저치다. 이는 전세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통상 새 아파트가 입주할 때 ‘입주장(場)’이 형성된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싸게 줘서 잔금(대출)을 메꾸는데, 이 시장이 확 쪼그라드는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물량 자체가 없으니 ‘싼 전세’ 기회가 차단된다. 게다가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유지되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청약 받은 4만여 가구(일반 분양)도 전세를 못 준다. 서울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더욱 커졌다.”
ㅡ내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지나.
“2025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2000가구다. 다소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1만2000가구가 옛 둔촌주공 물량(실거주 의무 대상)이고 나머지는 잠실 진주, 청담 삼익, 반포 메이플 자이 등 재건축 부담금 면제 단지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입주 물량이 적다. 도시정비(재건축) 물량을 보면 대단지(3930가구)인 잠실 5단지의 경우, 입주까지 6년 남았다. 한남 뉴타운 2·3·4·5구역도 아무리 빨라도 2029년엔 입주 못한다. 9100가구에 달하는 노량진 뉴타운 역시 빨라야 내년 분양이다. 입주까지 3~4년 공백기가 생긴다. 성수전략정비구역(8200가구)도 6년 정도 걸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재개발 정비구역 800개 가운데 400개를 해제한 여파다.”
ㅡ공공택지 물량도 줄어드나.
“도시개발 사업은 작년부터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공공택지 물량은 3기 신도시가 입주하는 2028년 이후 공백기로 봐야 한다. 그러면 그 때 무엇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까. 바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8년 1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재실시했고, 같은 해 3월 5일 안전 진단을 강화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쓴맛’을 내년부터 국민이 보게 될 것이다.”
ㅡ인구 감소를 전제로 ‘공급량 부족’을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인 가구를 합한 비중은 약 64%다. 곧 주택 10채 가운데 7채는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가구가 된다는 뜻이다. 각종 통계를 보면 가구 수는 오는 2040년까지 증가한다. 1·2인 가구 증가로 중소형 평형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2021년 94.2%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96%였다. 나머지는 오피스텔과 같은 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가구를 기준으로 시장을 분석해야지 막연하게 ‘인구가 준다’고 해서 집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ㅡ마침 정부가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했다.
“공급 부족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차원이지 않을까 싶다. 해당 방안은 재건축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허용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400%로 높여서 제한된 땅을 활용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도 손을 봐야 한다. 즉 공급 확대를 위한 다른 방안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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