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도시’된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성탄절 불구 축제 중단

정미하 기자 2023. 12.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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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은 해마다 성탄절이면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퍼레이드 등 축하 행사, 거리마다 울리는 종소리로 시끌벅적했고 관광객이 북적이기로 유명했다.

24일(현지 시각) AP통신, CNN방송 등 주요 외신은 "성탄절 이브 축하 행사가 취소되면서 베들레헴은 유령 도시와 비슷해졌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성탄절 축하 행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베들레헴은 차분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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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벌어진 가자지구, 불과 70km 거리
가자지구 주민 연대 차원서 성탄절 행사 취소
관광업 수입이 전체의 70%, 전쟁으로 타격

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은 해마다 성탄절이면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퍼레이드 등 축하 행사, 거리마다 울리는 종소리로 시끌벅적했고 관광객이 북적이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베들레헴에서 불과 70km 떨어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시는 가자지구 주민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공개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베들레헴 주민 상당수는 약 70㎞ 떨어진 가자지구에 가족·친지를 두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AP통신, CNN방송 등 주요 외신은 “성탄절 이브 축하 행사가 취소되면서 베들레헴은 유령 도시와 비슷해졌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성탄절 축하 행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베들레헴은 차분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의 구유 광장에 부서진 시멘트와 돌무더기 위에 아기 예수 인형을 놓고 그 위에 철조망을 얹는 장식이 전시돼 있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성탄절 행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 AP 연합뉴스

AP통신은 “구유 광장을 장식하던 조명과 성탄절 트리는 사라졌고, 매년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던 외국인 관광객과 밴드도 정체를 감췄다”며 “대신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빈 구유 광장을 순찰한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에서 6년 동안 살았다는 베트남 출신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존 빈은 “올해는 성탄절 트리도 없고 조명도 없이 그저 어둠뿐”이라고 말했다. 한 레스토랑 사장은 “가자지구 내 주민 일부가 갈 집조차 없는 상황에서 성탄절을 예전처럼 축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BBC에 “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났고, 베들레헴에 있는 교회에서 12년 동안 신부로 일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베들레헴은 이처럼 우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들레헴의 교회는 가자지구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애도를 표하기 위해 화려한 장식이 달린 트리 대신 부서진 시멘트와 돌무더기 위에 아기 예수 인형을 놓고 그 위에 철조망을 얹는 것으로 장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예수의 탄생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AP통신은 회색 잔해에는 그동안 성탄절에 구유 광장을 채웠던 빛과 여러 색상이 전혀 반사되지 않았다”며 “춥고 비 오는 날씨가 암울한 분위기를 더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들레헴에서 성탄절의 상징성은 도시의 영혼과도 같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되면서 애도의 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성탄절 기념 축제가 취소되면서 베들레헴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베들레헴은 수입의 약 70%를 관광업에서 거두며, 대부분은 성탄절에 벌어들인다. 전쟁 전 베들레헴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6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주요 항공사들이 이스라엘행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베들레헴을 찾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베들레헴에 있는 70개 이상의 호텔이 문을 닫았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전쟁은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하마스는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 이상의 인질을 잡았다. 하마스에 따르면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인 2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5만명 이상에 달한다.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약 85%는 난민이 됐다.

하지만 성탄 전야에도 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부 알 마가지 난민 캠프에 있는 집들이 파괴되면서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23~24일 사이 이스라엘 군인 15명도 전투 중에 사망하는 등 이스라엘 측 피해도 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으로 15년 동안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 살았다는 스테파니 살다냐는 AP통신에 “우리는 평화의 왕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기에, 이번 성탄절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며 “이 전쟁을 멈출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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