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27] 오타니의 ‘만다라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 12. 25.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만다라(mandala)와 아트(art)의 합성어가 ‘만다라트’라고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계획표를 가리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도상(圖像)이 티베트의 만다라이다. 만다라를 심플하게 압축하면 주역의 구궁도(九宮圖)로 전환된다. 정사각형 안에 9개의 네모 칸이 있는 게 구궁도이다. 중앙 한복판의 칸은 비워 놓고 나머지 8개 네모 칸에 팔괘를 배치해 놓았다. 만다라트는 이 구궁도의 배치를 활용하여 자신의 목표 달성 계획과 방법을 각자의 네모 칸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10년 연봉 7억달러의 미 프로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 그가 고교 시절에 작성했다는 만다라트가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구궁으로는 밑의 줄 가운데 칸에 운(運)을 표시해 놓은 부분이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운을 좋게 하기 위하여 8가지 실천을 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인생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운’이라고 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면 적어도 40세는 되어야 하는데 겨우 16~17세의 고교생이 어떻게 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었단 말인가!

운을 받으려면 먼저 쓰레기 줍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여겼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흘린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하였다는 점이 놀랍다. 쓰레기를 잘 줍는 매너는 일본 문화에 박혀 있는 것 같다. 축구 경기 끝났을 때 일본 관중들이 관중석 쓰레기를 주워서 가는 장면을 자주 본다. 인사하기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가 먼저 상냥하게 인사하는 것이 운을 좋게 한다고 여겼다. 심판을 대하는 태도라는 항목도 적어 놓았다. 자기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심판에게 심한 불만을 표출하는 언행을 하지 말자는 다짐일 것이다. 자기가 던진 공이 분명히 스트라이크인데 심판이 자꾸 볼이라고 하면 열 받는다. 이때 불만을 적당히만 표출하고 심하게는 표출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읽힌다. ‘물건을 소중히 쓰자’도 있다. 글러브나 야구 배트를 함부로 던지지 말자일 것이다. ‘응원받는 사람’도 있다. 나는 대중과 팬들로부터 응원받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자기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자각은 사람을 여유롭고 관대하게 만들어 준다. 관대할 때 사람의 인품이 형성된다. 책 읽기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도 예전에 ‘팔자 바꾸는 방법 6가지’에서 독서를 꼽은 적이 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에서 배울 게 많다.

어떻게 계획한 일을 이룰 것인가. 오타니는 핵심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과제를 단계별로 분류해서 하나씩 돌파해갔다. 정확한 과제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실천과 끈기다./나무위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