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글로벌사업 성과 '절실'
글로벌 맡은 김동원, 가시적 성과 낼지에 관심
내년 글로벌사업 강화에 드라이브 걸 것이란 관측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올해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으며 글로벌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경영승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해외사업, 신사업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임기 두 번째 해를 맞는 내년에는 글로벌사업 강화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 후계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과 방산 부문을, 김 사장이 금융 부문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 부문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경영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후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을 거쳐 9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CGO로 선임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디지털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올해부터는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김 사장 외에도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디지털혁신팀장 등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보험사 오너 3세 가운데 경영승계 준비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2014년 3월 한화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내년이면 회사 생활 10년을 채우게 된다. 한화생명이 보험사 중 오너 3세 경영시대가 가장 먼저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생명은 현재 여승주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전에는 부회장과 사장 2인 체제로 이뤄졌다. 형인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머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사장이 리더십 검증대에 오른 만큼 임기 두 번째 해를 맞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해외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3개국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 김 사장이 향후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노력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생명은 베트남 시장에서 호실적을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올 3분기 순이익은 2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했다. 여승주 부회장은 지난 8월 베트남 법인 진출 15주년을 맞아 2030년 베트남 시장 톱5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과 관련해 "설계사 채널 역량 강화와 함께 방카슈랑스 등 전략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자산 운용 역량 제고, 고객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법인은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김 사장의 과제로 남아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 3분기 9억 원 순손실을 냈다. 전년 말(12억 원) 대비 적자 폭은 줄었으나 현지 경기가 침체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보험업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리포손해보험(PT Lippo General Insurance Tbk)의 지분 47.7%를 인수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Lippo)'그룹의 리포손해보험 지분 인수 등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뿐 아니라 주가 흐름과 주가 부양책에 대한 고민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의 대주주인 한화 지분의 2.14%, 한화생명 지분의 0.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10년 넘게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관리는 손 놓은 거냐'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빗발치지만 회사는 최근 2년 연속 무배당을 이어가는 등 떨어지는 주가를 되돌릴 만한 뾰족한 묘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종가 기준 한화생명은 전 거래일(2765원) 대비 1.08%(30원) 하락한 2735원을 기록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2020년 3월 27일 장중 주가가 800원대까지 떨어지며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는 등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공모가 8200원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임원 16명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한화생명은 올해 배당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2년 동안은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등의 이유로 배당을 못 했지만 현재는 허들이 모두 제거됐다"며 "실적과 생명보험업계 분위기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영승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글로벌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일각에서는 고령화·저출산으로 보험 가입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신사업 방안 등 수익사업의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성장세가 멈췄고 미래가 그렇게 밝지 못하다. 해외사업, 신사업 등 새로운 수익사업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에서 업계 리딩 대형사로서의 김동원 사장 행보가 기대된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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