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까지 돌봄 책임진다”던 정부 어디에?…방학이 무서운 워킹맘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2. 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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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 교체 공사가 예정돼 있어 추울 수 있고 공사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돌봄교실은 꼭 필요한 학생만 신청해주기 바랍니다." 12월 초 학교에서 뜻밖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재작년 전라북도 전주의 한 초등학교는 건물 외벽 창틀 및 창문교체 공사로 인해 겨울방학 기간 동안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았고, 돌봄교실도 일정 기간 운영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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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3일 경기 팔달구 수원초등학교에서 열린 늘봄학교를 현장 방문한 가운데 돌봄교실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초보엄마 잡학사전-199] “냉·난방 교체 공사가 예정돼 있어 추울 수 있고 공사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돌봄교실은 꼭 필요한 학생만 신청해주기 바랍니다.” 12월 초 학교에서 뜻밖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냉·난방 교체 공사가 있고 돌봄교실 난방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추울 수 있으니 꼭 필요한 학생만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붉은 색 굵은 글씨로 표기된 통신문을 읽노라니 꼭 정말 필요한 것 아니면 신청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돌봄교실을 안 가더라도 아침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으면 방학 때 뭐라도 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방과후학교 수업료를 납부하면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평소보다 수업료가 적게 나가 가정통신문을 확인해보니 방과후학교 수업 역시 학교 공사 문제로 방학 기간에 운영하는 않는다는 것이다. 두 달 가까이 되는 긴긴 겨울방학 동안 어디서 뭘 해야할지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 0세부터 11세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이 안심하는 책임 교육·돌봄 체계를 완성하겠다더니 과연 이게 정부가 말하는 책임 교육인지 묻고 싶어졌다.

이번 한 번이 아니다.

작년 겨울방학 때에도 도서관 공사를 하느라 공사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아이들만 신청하라고 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중 돌봄교실에서 하는 활동이라고는 하루 50분 과학, 체육, 미술활동 등이 전부다 보니, 알차지도 않은 돌봄교실을 이용하기 위해 아이에게 소음과 추위를 감당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독서 외에는 사실상 하는 게 없어 아이가 돌봄교실에 안 가려고 한다”면서 “차라리 요리, 도예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 키움센터’가 더 낫다”고 했다.

비단 우리 동네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는 화장실 공사로 인해 통상 1주일인 방과후학교 겨울방학을 2주로 늘렸고,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는 이번 방학 때 교사동 외벽개선공사와 노후 냉난방기 교체 공사를 한다.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역시 겨울방학 동안 화장실 전면 개선공사와 보도와 차도 분리 공사 등을 진행한다. 다만 이 학교는 방학 기간에도 방과후수업과 겨울방학 스포츠캠프 등을 운영한다.

방학 중 공사는 학교 시설 노후화에 따라 전국에서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재작년 전라북도 전주의 한 초등학교는 건물 외벽 창틀 및 창문교체 공사로 인해 겨울방학 기간 동안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았고, 돌봄교실도 일정 기간 운영을 중단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는 이번 겨울방학 때 본관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를 진행한다.

방학 기간 반복되는 공사와 자유선택활동이 대부분인 돌봄교실에 실망하다보면 소위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가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방학 때마다 양가 어르신의 일정을 확인하며 아이를 맡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공사를 방학 때 진행하는 것은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하지만,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돌아가며 노후화되는데 공사할 때마다 방학 기간 중 수업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봄·교육 공백이 없게 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새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방과후·돌봄교실이 차질 없이 알차게 돌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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