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TXT 고척돔 콘서트엔 '폭포'가 있었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2. 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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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액트 : 스위트 미라지' 피날레 연출한 엄혜정 LP ①
이달 2~3일 이틀 동안 고척 스카이돔에서 앙코르 콘서트
동화 속에 입장한 듯한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오프닝 화제
물 사용 승인해 주는 실내 공연장 전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구현
시야 제한 최소화하고자 위쪽 화면도 적극 활용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앙코르 콘서트 '액트 : 스위트 미라지' 피날레에서는 무대 위에 실제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가 등장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앙코르 콘서트는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일종의 '원형'이 있고, 여기에 약간의 '변주'를 하는 방식이어서 새롭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원형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건 자칫 '답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월드 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의 앙코르 콘서트인 '피날레'(FINALE)를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선보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야구장으로 지어진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많은 객석을 보유해 팬덤의 확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야 제한이나 음향 상태 등이 아쉽다는 반응이 잦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앙코르 콘서트를 본 관객에게선 공연장의 크기가 커져서 더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꽤 나왔다. 전체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규모가 확장된 것을 넘어, 앙코르 콘서트에서만 가능했던 특이하면서 매력적인 연출이 만족스러웠다는 평이다.

'액트 : 스위트 미라지' 피날레 공연 연출은 하이브360 콘서트연출2스튜디오 엄혜정 LP(Lead Professional)가 맡았다. 그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ENHYPEN) 공연, 2021년부터 시작한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맡아 진행했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두 번째 월드 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인물이기도 하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8일 엄혜정 LP를 서면 인터뷰했다. '앙코르' 공연이기에 수월했거나 어려웠던 부분, 고척 스카이돔이라는 장소의 특성이 공연 연출에 미친 영향,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3월 시작한 '액트 : 스위트 미라지'는 총 15개 도시에서 27회 공연했고 서울 앙코르 공연까지 29회를 기록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이미 관객들에게 노출된 공연이기 때문에 수월했던 점보다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엄 LP는 "이미 관람했던 공연이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봐도 재미있거나, 몰입력이 있으려면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할까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엄 LP는 "약 30회의 투어를 진행하면서 퍼포먼스, 멘트의 숙련도를 포함한 아티스트의 무대 매너의 성장이 있었다. 프로덕션도 그만큼 업그레이드된 무대 기술력과 미술, 그리고 '앙코르' 공연에 추가된 새로운 곡에 대한 연출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전했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공연에서도 오프닝이 화제였다. 청아한 종소리가 울리고, 영롱한 밤하늘이 펼쳐진 후 회전목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온 곡이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오프닝은 가장 동화 같은 장면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하늘나라 속 놀이공원처럼 회전목마가 내려오면서 우리만의 시간이 시작되고,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뮤직비디오에서도 등장한 나무에 소년들이 앉아있으면 좋겠다-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었는데요, 구현되는 과정에서 콘서트 오프닝답게 소년에서 왕자님으로 설정이 수정되긴 했습니다만, 천공의 성 위 비현실적인 동화적인 모멘트를 구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신입니다."

"소년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어쩌면 소년기에 머물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라고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설명한 엄 LP는 "'액트 : 스위트 미라지'는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나길 바랐기 때문에, 앙코르 공연이라고 해서 첫 곡을 바꾸려고 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올해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서울 공연 당시 모습. 빅히트 뮤직 제공

동화에 들어간 듯한 오프닝이 이전 공연과 같이 가되 발전된 부분이라면, 처음 시도한 것도 있다. 바로 '네버랜드를 떠나며'의 폭포 신이다. 엄 LP는 이 부분을 앙코르 콘서트에서 "가장 힘을 쓴" 부분이라고 짚었다. 3월에 열린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서울 공연을 기획할 때부터 물을 무척 사용하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9개월 만에 고척 스카이돔에서 이뤄졌다.

'네버랜드를 떠나며'를 처음 들었을 때, 엄 LP는 '물 위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퍼포먼스로 풀어내면 멋있겠다'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물 사용을 승인해 주는 실내 공연장이 거의 없다는 데 있었다. 엄 LP는 "공연장에서 눈에 띌 정도의 폭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조 설계, 물의 하중 문제, 물 누수 이슈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라며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특수 효과"라고 강조했다.

"(물) 사용을 허가받기 위해서도 사전 협의나 설계가 꼼꼼히 진행됐다. 또, 물이 조명에 따라서도 보이는 게 달라 신(scene)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라는 엄 LP는 "자칫 아티스트의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 아쉽게 피날레 무대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엄 LP는 "다행히 고척돔과 협의, 그리고 파트너사와 저희 제작실의 꼼꼼한 설계로 연출을 구현할 수 있었다. 물의 떨어지는 각도에 따라 누수 문제나 수조 하중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설치 과정도 정말 쉽지 않았는데 문제없이 진행되어 정말 다행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가장 언급하고 싶은 무대를 물었을 때도, 엄 LP는 "애정의 '네버랜드를 떠나며'"라고 답한 바 있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Can't You See Me?) '데빌 바이 더 윈도우'(Devil by the Window) 등 자주 언급된 무대 연출에 관해서도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엄 LP는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는 회전목마가 주는 임팩트가 상당히 컸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앙코르 콘서트에서는 가로 57m-세로 9~14m의 대형 LED와 상부 U자형 LED, 고척돔 내 설치된 대형 전광판 등으로 시야 제한을 최대한 보완하고자 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이어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은 앞선 곡 '날씨를 잃어버렸어'와 연결해 상부에 얼어붙은 소년의 마음을 대변한 '눈'의 아름다움이 레드 조명과 함께 '재'로 변하는 연출 신을 좋아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사람 마음, 상황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아름다웠다가도, 끔찍해질 수 있는 신을 생각했다. '데빌 바이 더 윈도우'는 레이저 그래픽을 활용해 악마의 미소를 구현한 점을 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에 나타난 휴닝카이의 독무 등 여러 무대에서 '빛'을 아낌없이 썼던 이번 공연. 엄 LP는 "조명을 사용할 때는 의외로 노래 '가사'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가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조명 감독님과 많은 고민을 한다.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와닿는 부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엄 LP는 "공연장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결로 연출이 되었을 때, 무대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응원봉 연출팀과도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응원봉 연출은 조명-LED 그래픽 소스에서의 연출 신을 정리한 후, 노래 구간별 색상을 담당하는 팀과 논의한다. 역시 노래 가사에 따라 연출 신을 설명하고 의뢰하는 편이다.

앙코르 대기 중 화면에서 별이 반짝일 때 응원봉이 노란색으로 발광한 것, '네버랜드를 떠나며' 시작 전 모아봉으로 파도를 연출한 것, '물수제비' 시작 전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 모아봉으로 물 파장을 표현한 것도 모두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체조경기장에서 연 콘서트를 고척 스카이돔이라는 새로운 장소로 옮겨야 했던 엄 LP는 두 공연을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체조경기장에서는 메인 무대를 타원형으로 감싼 공연장의 원형 형태가 몰입감을 상승하게 했다면, 고척돔에서는 더 넓은 시야로 연출을 체감해 전체적인 규모감을 느꼈으면 했다. 이를 위해 고척돔 공연용으로 추가 제작한 트럭 이동차와 곡별 세부 세트, 비주얼 그래픽 소스, 레이저를 포함한 특수 장비와 효과, 장치물, 음향을 업그레이드했다"라고 밝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트위터

또한 엄 LP는 "고척돔에서 공연했을 때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요소가 '팬터칭'(fan touching)이어서 특히 돌출 무대 디자인에 신경 썼다. 3월 체조경기장에서 보여드린 연출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고척돔 맞춤 팬터칭 돌출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이번 무대 디자이너인 제작실 실장님과 많이 고민했었던 것 같다.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출 무대도 연출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돌출 무대도 체조경기장과 고척돔에서 다르게 연출됐다. 체조경기장의 돌출 무대는 '마법진' 전개라는 비주얼 테마를 유지하면서 사이드 및 2~3층 관객까지 고려해 공연 중간중간 팬터칭이 가능하게끔 연출했지만, 고척돔은 규모 때문에 이런 연출이 쉽지 않았다고. 엄 LP는 "야구장으로 지어진 곳이라 바닥 보호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면적도 제한적이고, 아티스트가 한 곡 안에서 커버할 수 있는 동선이 한정돼 있으니 물리적으로도 원형 테두리를 마냥 키울 수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엄 LP는 "처음 좌석 배치도가 공개되었을 때 모아(공식 팬덤명)분들이 '사람 모양 같은 돌출'이라 표현해 주셨는데, 이런 테두리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도 최대한 구석구석 팬터칭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동차에서 하차 후 본무대까지 돌아가는 동선도 최대한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기 위해 '사람 다리' 형태의 반(반타원 로드를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가로 57m-세로 9~14m의 대형 LED와 상부 U자형 LED, 고척돔 내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이번 공연에 함께했다. 시야 제한을 보완하고 관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공들였는지 묻자, 엄 LP는 "제가 한 명의 관객으로 공연을 관람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작은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더라. 중앙에서는 다섯 멤버가 고루 보이지만, 사이드석에서는 다른 멤버에 가려서 혹은 옆, 뒷모습이 많이 보일 때도 있어서 그러한 점을 해소하고자 상부 U자에 다섯 멤버의 분할 중계 화면을 삽입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객 몰입을 위해선 아티스트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대 위의 모든 요소가 노래 스토리텔링을 위해 최선의 비주얼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곡에 맞는 세트, 그래픽 소스, 특수 효과, 장치물 하나하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잘 짜인 세트 리스트, 화려한 세트도 관객 만족의 큰 요소이긴 하나, 무엇보다 팬의 입장에서는 아티스트가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고척돔 공연이라 더 좋았다'라는 팬들의 반응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엄 LP는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커진 규모만큼이나 연출자로는 부담되는 부분이 많아서다. 예를 들면 체조경기장에 최적화해 설계한 공연 세트가 고척돔에서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 넓은 공연장 구석구석 어떻게 팬터칭을 해야 하는가를 비롯해 음향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라고 털어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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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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