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겨울 어느 날 화성(華城) 산책

2023. 12. 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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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엔 그곳에 가야 한다
화성 우음도(牛音島) 가는 길
연말 잔잔한 위로 전하는 풍경

화성 우음도의 갈대 습지
춥고 쓸쓸하고 스산한 계절이지만 오히려 잔잔한 위로를 전해주는 풍경이 있다. 한 해의 끝자락, 겨울은 홀연히 왔고 시리고 공허한 상념이 가슴 속 어딘가에서 스멀거릴 때 혼자만의 여행을 꿈꿔본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을 때, 이곳이 좋다.
우음도(牛音島), 바람 부는 날엔 그곳에 가야 한다
우음도. 섬의 생김새가 소를 닮아서 혹은 바람이 불 때면 먼 육지로부터 소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시화호 간척지 개발로 육지로 바뀐 곳이다. 이젠 송산그린시티 건설로 인해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아쉬운 풍경이다.
시화호 물막이 공사로 육지가 된 섬들
우음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2.4㎞, 면적 0.42㎢인 작은 섬이었다. 지금은 섬의 꼭대기에 그린시티전망대가 서 있고, 그곳에 오르면 공룡알 화석산지까지 드넓게 펼쳐진 갈대 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섬이었던 원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운 대신 갈대 습지가 아름다운 공룡알 화석산지까지를 포함해서 우음도의 풍경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개발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는 우음도가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 된 것은 광활한 갈대 습지 덕이다. 우음도는 약 18억 년 전이라는 가장 오래된 지질명소로, 전망대가 우뚝 선 원래의 우음도로 가기 위해선 공룡알 화석산지를 지나야 한다. 이곳은 알려졌다시피 요즘 표현대로 ‘뷰 맛집’이다. 조금 과장을 해서는 ‘한국의 세렝게티’라고 명명하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 그 사이로 드문드문 한 그루씩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은 더 이상 없을 세상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는 우음도 갈대습지
어느 때보다도 운치 있다는 살짝 흐린 기상 조건 덕에 광활한 갈대밭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툭 터진 시야는 거칠 것이 없었고 한 그루씩 피어 오른 나무들은 마치 꽃봉오리를 보는 듯했다. 바람이 일렁이는 은빛 갈대밭 사이로 난 데크를 따라 멀리 보이는 작은 섬을 향해 걸어간다.
시화호 물막이 공사로 육지가 된 섬들 사이로 이어진 탐방로는 공룡알 화석산지 유적으로 안내하지만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산책로다. 우음도 근처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은 세계적 규모로 평가받는다.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공룡 집단 서식지로 추정되고 있는 이곳에서는 공룡알 둥지 화석 30여 점과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공룡알 화석산지
‘삘기’라 불리는 띠와 갈대, 나문재와 산조풀이 평원을 이루는 드넓은 간척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만약 눈이 내린 어느 겨울 날, 이곳을 찾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목도할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노을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니 웬만하면 해질 무렵에 찾아갈 것을 권한다. 화석산지 갈대밭은 오후 4시 30분까지 입장 가능하고 오후 5시에 문을 닫으니 갈대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서두르는 게 좋다.
갈대습지
이제 곧 사라질 우음도 풍경
우음도 초입에는 공사가 한창이고 그 옆으로 우음도 지질명소 탐방안내센터인 에코락이 있다. 우음도는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전곡항 층상응회암 등과 함께 화성지질공원의 중요한 스폿으로 가장 오래된 암석이 있는 곳이다. 우음도 서쪽에는 선캄브리아시대의 변성암이 넓게 분포하고 이를 뚫고 들어간 중생대 화강암이 다양한 크기의 암맥으로 나타난다.
우음도는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다. 시화호 방향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거대한 평원을 이루고 그곳의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끔 창공으로 연을 날리거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만나 볼 수 있다.
(좌)송산그린시티전망대 (우)연 날리는 사람들
우음도 정상에 세워진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는 시화호의 물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상을 랜드마크화한 것으로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높이는 해발 100m 정도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공룡알 화석산지까지의 갈대 습지와 시화호 철새 도래지, 그리고 간척지 너머 서해바다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5층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면 유리창 같은 가림막이 없어 360도로 멋진 뷰를 즐길 수 있다. 더 늦지 않게 꼭 한 번이라도 그곳에 올라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우음도의 기억을 남겨놓는 것은 어떨까.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위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 운영 시간 동절기 10:00~17:00(월요일 휴관)
우음도 위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1262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위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산1-38 운영 시간 10:00~17:00(토·일요일 휴관)
빼놓을 수 없는 화성의 바다, 궁평항과 전곡항
궁평항 피싱피어
짧은 겨울 해가 지기 전에 바닷가에 당도하려면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장엄한 노을의 대서사를 맞이할 수 있을까. 서해안에는 곳곳에 유명한 노을 명소가 많지만 그 가운데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화성 궁평항이다. 화성8경 중 4경에 속하는 궁평항 낙조는 특히 맑은 날이 많은 겨울에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다.
사진작가들이 특히 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가 궁평항인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해안과 갯벌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어 궁(宮)에서 관리하던 땅이 많았고 그래서 ‘궁평’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명성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사시사철 몰려든다.
궁평항 수산시장의 명물인 튀김 푸드트럭
특히 이곳에 있는 ‘피싱피어’는 서해안 최고의 명물로 통한다. 바다 한 가운데로 길게 놓인 바다낚시 데크인 피싱피어는 전국의 낚시꾼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시설로 유명하다. 바다 풍경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궁평항의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궁평항은 국화도와 입파도를 운항하는 서해도선 여객선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궁평항이 어항 특유의 정겨움이 있다면 그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전곡항은 럭셔리하다. 세계요트축제가 열렸던 곳으로 항구에는 아름답고 늘씬한 자태의 요트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정박해 있다.
전곡항은 서해에서는 드물게 밀물과 썰물에 관계없이 24시간 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항구다. 전국 최초로 레저어항 시범지역에 선정된 다기능 테마 어항으로 요트와 보트 등의 수상 레저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파도가 적고 3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는 수상 레저의 최적지로 꼽힌다. 매년 이곳에서 국제보트쇼가 열리는 것도 이 같은 조건 때문이다.
해무에 휩싸인 전곡항
전곡항이 럭셔리한 레저어항으로 거듭나는 데는 지난 2021년 12월 개통한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도 한몫을 했다. 화성시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이 케이블카는 2.12㎞ 구간을 자동순환식 곤돌라로 연결한 케이블카로, 전 구간이 해상으로 연결돼 국내 해상 케이블카 가운데 바다 구간만 따지면 최장 길이다. 한 대에 10명까지 탑승 가능한 캐빈 41대를 배치, 시간당 최대 1,5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서해랑 케이블카가 놓이면서 전곡항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의 백미는 훨씬 많아졌다. 서해랑 케이블카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볼 수 있고, 특히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에서는 신비한 갯벌과 갯골의 모습을 바로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위)전곡항 요트마리나 (아래)서해랑 전곡정류장의루프톱 테라스 카페 호연담
서해랑 전곡정류장도 핫한 여행지다. 곳곳에 멋진 포토존이 펼쳐져 있고 루프탑 테라스 ‘호연담’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제부도 일대의 풍경도 압권이다. 서해랑 케이블카와 제부도 바닷길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고렴산수변공원도 전곡항 여행에서 빠뜨려선 안 될 코스다.
Healing Spot
화성의 자연을 가꾸는 비봉습지공원 비봉습지공원은 시화호로 유입되는 개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삼화천과 동화천, 반월천이 만나는 지점에 조성한 인공습지다. 갈대와 부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통해 수질을 정화하고 깨끗해진 물이 시화호로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자연정화 시스템으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습지다. 경관보다 기능을 중시한 습지공원으로 조성됐지만 서수원에서 20분, 안산 상록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이웃 도시인들도 드라이브 겸 산책 코스로 애용하는 곳이다.
비봉습지공원
데크를 따라 양쪽에 피어 있는 갈대의 정취를 한겨울까지 감상할 수 있으며, 겨울 철새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100여 종의 식물과 160여 종의 곤충, 60여 종의 조류와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그 밖의 다양한 철새와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미개방 구간으로 보호되고 있다. 대모잠자리, 금개구리, 뜸부기, 삵, 수달 등 천연기념물들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서식하고 있다.
위치 경기도 화성시 새솔동운영 시간 10:00~18:00(월요일 휴장)
비봉습지공원
미술관이 된 찜질방, 소다미술관 얼핏 보면 짓다가 만 듯한, 사연 있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띈다. 소다미술관, 화성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이자 도시재생의 상징적 공간이다. 당초 찜질방 사업을 계획했던 건축주가 공사를 시작한 후 1층 철근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만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공사를 멈췄고, 그것을 현재 미술관 관장 부부가 의미 있는 예술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공사가 중단된 한쪽 건물은 지붕도, 문도 없고, 노출 콘크리트 벽과 벽 사이에는 나무와 풀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다. 짓다 만 찜질방을 재활용해 소금방, 녹차방, 맥반석방 등으로 사용됐던 방들은 그 모습 그대로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술관은 크게 실내 전시장과 야외 전시장, 그리고 아트박스, 쇼박스, 드링크박스 등 세 개의 컨테이너가 놓인 루프톱으로 구성돼 있다.
소다미술관
야외 갤러리에 있는 스카이 샤워장은 소다미술관의 백미다. 목욕탕으로 건설하면서 확보해 놓은 물을 활용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샤워장을 만든 것으로 하절기에만 운영하는데 그 인기가 꽤나 뜨겁다. 소다미술관이 진행해온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도 인상적이다. 화성의 스토리가 담긴 건축, 디자인, 예술 공간을 연결하고 공간을 따라 여행하는 셀프 투어 프로그램으로 소다미술관을 넘어 우음도, 남양성모성지,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매향리 평화기념관, 궁평 오솔 아트파빌리온, 융건릉 등 화성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받았고, ‘2015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위치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효행로 707번길 30
운영 시간 수~일요일 10:00~18:00(월·화요일 휴관)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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