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두의 꼬치 COACH] “비선출 향한 시선? 잘해서 인정받으면 돼요” 신한은행 이휘걸 코치

조영두 2023. 12.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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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현재 KBL과 WKBL에는 총 46명의 코치가 각 팀의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중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있는 반면, 선수 시절 다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코치도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은 아니었지만 지도자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12월호 주인공은 인천 신한은행 이휘걸 코치다. 육상선수 출신인 이휘걸 코치는 용인 삼성생명 트레이너로 농구계에 입문했다. 실력을 인정받으며 컨디셔닝 코치로 승격했고, 중국 상해 프로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9년에는 신한은행 코치로 부임해 구나단 감독을 보좌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비선출의 성공 신화를 보여준 이휘걸 코치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육상선수였는데 어떻게 트레이너의 길을 걷게 됐는지?
대학교 2학년까지 육상을 하다 군대로 도망갔다. 육상에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역해서 대학교로 돌아왔는데 교수님 중 한 분이 대구 오리온스, 포항 스틸러스, 용인 삼성생명 등 여러 종목 프로팀들의 동계 트레이닝을 맡고 계셨다. 교수님께서 나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트레이너의 길로 접어들었다.

농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에 한 달 동안 서울 대진고 농구부 컨디셔닝 코치로 파견을 갔다. 그때 우리나라 농구에는 컨디셔닝 코치가 아무도 없었다. 원래 한 달만 있으려고 했는데 코치님과 학부모님들이 더 있어 달라고 하셔서 2년을 있었다. 덕분에 입소문을 탔고 U16, U17, U18 대표팀 트레이너로 가게 됐다. 당시 멤버가 허웅, 최준용(이상 KCC), 문성곤(KT), 이종현(정관장) 등이 있었다.

2011년 삼성생명 트레이너로 합류했는데?
삼성생명이 교수님께 동계 트레이닝을 받으러 꾸준히 왔었다. 당시 이호근 감독님께서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트레이너로 데려가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삼성생명 트레이너로 여자농구에 입문하게 됐다.

2014년에는 컨디셔닝 코치로 선임됐는데?
사실 나는 트레이너라는 명칭을 싫어한다. 외국에서는 트레이너가 아니라 무조건 코치다. 하지만 한국은 정서상 코치라고 하면 농구인들이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코치 직책을 달 만한 전문성을 가진 트레이너들도 없었다. 한국농구에서 컨디셔닝 코치는 내가 처음이었다. 나는 교수님께 많은 걸 배웠고, 농구에서 쓸 수 있는 움직임으로 웜업을 진행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다.

2016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 여자 프로팀 컨디셔닝 코치로 합류했다.
삼성생명에 있으면서 농구에 딜레마가 생겼다. 그래서 팀에서 나와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상일 감독님이 3개월만 도와달라고 해서 상해를 가게 됐다. 이후 삼성생명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상해팀에서 나를 붙잡았고, 그렇게 6년을 있었다. 당시 구단주가 야오밍이었는데 NBA에서 유명한 피지컬, 컨디셔닝 코치들을 다 데려왔다. 나도 그 팀의 멤버로 있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팀에서 점점 인정을 받았고, 남녀 프로팀과 청소년팀까지 나에게 다 맡겼다. 내가 농구에 도움 되는 것들을 잘 가르쳐서 그런지 처음에 30분만 맡기다가 나중에는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상해에서 구나단 감독과 처음으로 만났는데?
구나단 감독이 당시 상해 여자팀 코치로 있었다. 그때만 해도 친분이 전혀 없었다. 한국말을 아예 안 쓰고 영어로만 지도하더라. 그래서 대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상해 한국 지도자 모임을 나갔는데 그 자리에 있었다. 나와 나이가 같아서 급격하게 친해졌다. 훈련 끝나면 매일 카페에서 만나서 농구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한 팀에서 하게 되면 정말 재밌겠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지금 현실이 됐다(웃음).

“정상일 감독님 덕분에 농구에 대해 많이 배웠다”
상해 프로팀에서 이름을 날리던 이휘걸 코치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 코치로 합류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정상일 감독이 그를 원했기 때문이다. 2021년 정상일 감독이 건강 문제로 사퇴했지만 구나단 감독과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이때부터 선수단 몸 관리와 더불어 농구에도 좀 더 신경을 쓰며 코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이제는 웬만한 농구인 부럽지 않은 지식을 보유한 지도자가 됐다.

2019년 정상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신한은행 코치로 합류했다.
예전에 정상일 감독님이 한국에서 감독을 맡으시면 도와드리기로 했었다. 근데 중국에서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라 쉽게 오라고 못 하시더라. 연봉도 2배나 차이가 났다. 감독님과의 약속 때문에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일 처리가 너무 빨라서 상해팀과 계약 해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에 가기로 결정이 됐다. 거짓말을 치고 한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상해팀에서 알아버렸다. 나에게 얼마를 주면 남겠냐고 하더라.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이야기 해줬다. 지난 시즌 마치고 상해에 다녀왔는데 또 계약 기간이 언제까지냐고 물어봤다(웃음).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단 부상 방지에 특히 신경 썼을 것 같은데?
맞다. 잠이 되게 중요하다. 수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선수들 몸 상태를 일일이 수기로 적었는데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잠은 몇 시간 잤는지, 수면 품질은 어떤지, 훈련 끝나면 얼마나 통증이 있는지 등을 다 볼 수 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본으로 부상을 방지하고 있다.

2021년 정상일 감독이 건강 문제로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빨리 정신을 차렸다. 정상일 감독님께서도 ‘정신 차려라.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그전부터 구나단 감독이 공격을 맡았고, 내가 수비를 담당해서 선수단 훈련을 진행했다. 그래서 구나단 감독과 계획을 빠르게 짰다. 이렇게 해서 안 되면 어떤 팀에 가도 성공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했다. 체력훈련보다는 전술훈련을 많이 했다. 구나단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과 농구 철학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실점을 줄이자고 하는데 평균 득점에 더 신경을 쓴다. 평균 75점을 올리면 승수를 더 쌓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구나단 감독을 믿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술에 맞게 선수단 몸을 만들려고 신경 썼다.

이때부터 농구에도 더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구나단 감독이 5대5 훈련을 시킬 때 옆에서 지켜봤다. 많이 물어보면서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리고 따로 공부를 했다. 박신자컵에서도 구나단 감독의 전술 안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일부러 어린 선수들 위주로 출전시키기도 했다. 성적이 나면 좋겠지만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길 바랐다.

농구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사실 중국에 있을 때 정상일 감독님이 많이 가르쳐주셨다. 내가 비주전팀을 지휘하면서 주전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줬다. 그걸 몇 년 동안 하니까 공부가 많이 되더라. 전술적인 미팅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수비 드릴 짜오라고 지시하시면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 칭찬을 많이 해주셨고, 농구인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아직 농구인들과 비교하면 수박 겉핥기 수준이지만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지식을 쌓았다.

농구선수 출신이 아니라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삼성생명에 있을 때는 농구보다 선수단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을 다녀오면서 농구 전문 컨디셔닝 코치가 됐다. 지금은 좋지 않은 시선을 반대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들이 인정할 수 있도록 내가 보여주면 된다. 나는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그들이 나에게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 나는 해외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봤다는 자부심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인성”
벌써 신한은행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휘걸 코치는 선수들의 엄마 같은 존재다. 몸 상태뿐만 아니라 식단, 심리 상태 등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때로는 선생님처럼 인성 교육을 하기도 한다고. 매년 그랬듯 올 시즌 신한은행은 약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휘걸 코치는 지략가 구나단 감독과 함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정규리그 종료 후 어떤 위치에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벌써 신한은행에서 5시즌째 보내고 있는데 매년 다르게 훈련방식을 가져가고 있는지?
매년 프로그램을 바꾼다. 똑같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농구에 도움 되는 걸 추가한다. 지금도 상해팀과 교류를 하고 있어서 NBA 출신 컨디셔닝 코치들의 프로그램을 참고한다. 일본 전지훈련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에게 좋은 훈련을 시키려고 한다. 지루하니까 웜업부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서 재미와 효율을 둘 다 잡을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많이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어디에 좋고, 경기 끝나면 물을 얼마나 마셔야 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좋은 글귀나 명언들도 보여주려고 한다. 작년에는 선수 한 명씩 마음에 드는 사자성어를 준비해서 이유와 함께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식단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은데?
내가 팀에 오자마자 식단을 가장 먼저 바꿨다. 선수들이 야식으로 라면을 엄청 먹더라. 그래서 부식창고에 있는 라면을 다 없애버렸다. WNBA 선수들은 피자, 치킨 같은 걸 먹으라고 해도 안 먹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채워 놨다. 대신 망고맛, 포도맛 등 원하는 맛을 구매했다. 선수들이 훈련 끝나고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훈련 강도가 강할수록 탄수화물이 중요하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만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맞지 않는다. 예전에는 구나단 감독과 과일, 프로틴을 함께 갈아서 주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해도 건강하게 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몇 년 동안 나와 있다 보니 우리팀 선수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편의점 가서 과자를 사도 영양 성분을 먼저 본다.

농구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프로팀 코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은데?
내가 노력한 걸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구단 관계자분들, 감독님, 선수들까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따라와 줬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이 내 전성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안심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된다.

이휘걸 코치만의 지도 철학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다. 외국선수를 봐도 인성이 바른 선수는 빨리 성공한다.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타인과 대화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이 단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간절함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벼랑 끝에 몰려야 간절함이 나온다. 선수들의 간절함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은 리더십이다. 선수들 마음을 빨리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심리상태를 파악해서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사실 상해팀에 있을 때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오퍼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아직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제의를 안 주시더라. 내가 좀 더 인정을 받아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웠던 모든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다. 대표팀에 가면 좋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평소에는 내 노하우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데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모든 걸 내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이휘걸 코치
생년월일
1982년 6월 30일
신장/체중
182cm/82kg
출신학교
신라초-계림중-경주고-동국대
지도자 경력
2011~2015 용인 삼성생명 컨디셔닝 코치
2015~2019 중국 상해 남녀 프로팀 통합 컨디셔닝 코치
2019~현재 인천 신한은행 코치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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