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도 ‘명당’이 있다
[아무튼, 레터]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렸다. 맹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걷다가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았다. 12월은 전통적으로 기부의 계절. 자선냄비는 가장 오래된 모금 방식이다. 행인 대부분은 그 앞을 바삐 지나갔지만 몇몇은 지폐를 꺼내 냄비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몇 가지 궁금한 게 떠올라 구세군에 전화를 걸었다.
자선냄비라는 원시적인 모금방식은 송금·ARS전화 같은 방식에 밀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구세군은 “최근 3년간 거리 모금액(작년 기준 23억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답했다. 자선냄비를 열어 보면 1000원권이 68%로 가장 많고 1만원권(21%), 5000원권(10%) 순이다. ‘모금 명당’도 있는지 묻자 “수도권에서는 서울 명동성당, 잠실 트레비 분수, 강남 고속터미널이 1~3위다. 지방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대구 롯데백화점에서 모금이 잘 된다”고 했다.
자선냄비의 첫 종소리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울렸다. 배가 좌초하는 바람에 난민이 된 1000여 명을 도울 궁리를 하던 한 구세군 사관이 큰 쇠솥을 들고 부두로 나갔다. 이런 글씨를 써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Keep the pot boiling)!’
자선냄비라는 온정(溫情)의 시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탄절에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줄 만큼의 기금이 마련됐다. 한국에는 1928년 12월 서울 명동에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그해 서울 20여 곳에서 당시 화폐로 846.67원이 모였다. 빨간색은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12월 한 달 동안 전국 330여 곳에서 자선냄비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현금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는 시대다. 거리 모금에서 모바일 결제 등 디지털 모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라고 했다. 기자 초년 시절에 구세군 사관을 취재한 적이 있다. 누가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지 궁금했다. “말쑥한 옷차림을 한 행인은 대부분 휙 지나갑니다. 허름하게 입은 사람들이 주머니 정을 베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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