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취임 2년차…핵심 키워드는 교권·IB·에듀테크

박종대 기자 2023. 12. 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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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학생인권 '균형'에 중점, 가장 교권 목소리 전면 내세워
도내 30곳 IB관심학교 선정, 교과 단원마다 평가 실시해 학생 수준 파악
道 초중고 162곳에 '하이러닝' 시범 운영…2025년부터 전면 확대
[수원=뉴시스]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2층 컨퍼런스룸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8.16.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내년이면 햇수로 취임 3년차를 맞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그는 경기교육 체질 개선을 위해 1년 6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 기간 동안 임태희표 교육정책을 정리한다면 세 가지로 크게 압축할 수 있다. 교권, 국제 바칼로레아(IB), 에듀테크다. 특히 임 교육감은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면서 정책 수립까지 이뤄냈다는 평이다.

혁신교육을 보완한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업 당시 필요성이 대두됐던 에듀테크도 진보교육감 때와 달리 새롭게 눈 여겨볼 만한 정책으로 꼽힌다. 뉴시스는 그동안 임 교육감이 추진해왔던 경기교육 주요 정책과 성과를 '교권', 'IB', '에듀테크'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과거로의 회귀 'NO'…교권·학생인권 '균형' 찾는다

교권 회복은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임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후보자로 나왔을 때부터 강조해왔던 핵심 공약이다. 일각에서는 임 교육감이 교권 목소리를 높이자 이를 진보교육감이 집권하기 이전 시대에 소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던 교단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러한 예측은 기우에 불과했다. 임 교육감이 취임 이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내는 교권 메시지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학생인권과 교권의 기울어진 판을 균형 있게 맞춘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이후 '자율', '균형', '미래'를 새로운 경기교육 비전으로 수립하고, 지난해 7월 다양한 교육 이슈를 둘러싼 여론 수렴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제1회 경기교육 소통토론회'를 열었다.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에서 처음 배출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추진한 첫 번째 토론회였다. 이로 인해 도교육청이 무슨 주제를 채택할지에 경기교육계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당시 도교육청이 선택한 안건은 교권침해 대응 및 교권 보호였다. 임 교육감이 해당 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됐다.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1일 방영된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해 금쪽이 학부모와 면담을 갖고 향후 교육청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금쪽같은 내 새끼' 화면 갈무리) 2023.07.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더군다나 도교육청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때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학생인권의 가치를 전파시켰던 곳이었다.

임 교육감은 해당 토론회에서 "편향된 정책이 아닌 균형을 통해 학교와 교실 안에서 교사 인격을 존중하면서 특정 학생의 잘못으로 다수가 피해를 입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찾기 위해 실무부서와 전문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정책 추진의 균형성을 강조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첫 단추는 '서이초 사건'이 계기가 됐다. 임 교육감은 지난 7월 서울 서이초에서 20대 초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국 교사들의 교권 회복 목소리가 높아지자 즉각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을 차례로 발표했다.

우선 그는 지난 7월 21일 도교육청 남부신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당시 현직 교육감으로서 임 교육감이 처음으로 교권 회복을 위한 구체화된 대책을 내놨던 것이다.

나흘 후인 25일에는 학생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에 대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에서 분리교육 처분을 취하겠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세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2층 컨퍼런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9.21. photo@newsis.com


마지막으로 임 교육감은 첫 교권 보호안을 발표한지 약 4주 만에 교권 종합대책까지 속전속결로 내놨다. 세부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단계별 민원대응시스템 마련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단 운영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이다.

진보교육감 때부터 교사들이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다. 현직 교육감으로서 학부모와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예민한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임 교육감이 교권과 학생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의지는 '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 때도 엿보인다. 지난 8월 해당 사건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자 진상규명을 통한 세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도교육청은 고(故) 이영승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제 통용 IB 도입으로 글로컬 인재 키운다

IB교육도 새롭게 변화된 경기교육을 상징한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학교 교육프로그램이다. 토론과 과정 중심 수업 및 논·서술형 평가를 토대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국내에서는 대구(2019년)와 제주(2020년)가 먼저 IB교육을 도입했다. 도교육청은 후발주자로 출발한 만큼 임 교육감의 취임 2년차를 맞아 올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냈다.

도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도내 IB교육의 초석이 될 관심학교 30곳을 운영에 들어갔다. 이 중 서해중을 포함한 총 18곳은 IB후보학교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IB관심학교는 12곳이다.

관심학교는 학교 구성원이 IB철학과 교육목표를 이해·공유하며 운영과제 실천에 노력하는 학교다. 일종의 IB교육을 도입하기 위한 시범학교다. 후보학교는 전 세계 IB학교에서 공유하는 교수학습자료를 활용해 IB수업과 평가를 일부 설계·적용할 수 있다.

[시흥=뉴시스] 경기 시흥시 서해중학교 한 교실에서 교사가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이용한 과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0.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IB컨설턴트 방문 및 온라인 지원을 받으며 IB월드스쿨(인증학교) 신청도 가능하다. 이 단계에 도달해야 IB교육 프로그램 자료를 실질적으로 제공을 받는다. 월드스쿨은 IB본부 심사를 거쳐 최종 인증을 받은 학교로 IB수업과 평가 전 과정을 본격 운영하는 최종 단계다.

IB교육은 진보교육감 시절 도교육청의 대표 교육정책인 '혁신교육'과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교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자기주도적 역량을 교육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IB교육은 결정적으로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틀이 있다. 더욱이 IB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 '혁신교육'을 보완하기도 한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지난 10월 IB프로그램을 적용한 수업 현장을 최초로 언론에 공개한 시흥 서해중 교실을 보면 교사들이 교과 단원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상대로 총괄평가를 진행한다. 해당 학교는 도내에서 처음으로 IB관심학교에서 인증학교로 승인을 받은 곳이다.

서해중은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IB프로그램 단원설계서를 수립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정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교과 과정을 탐구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학생 개인이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정립해보고, 총괄 및 정성평가를 거쳐 학생 수준을 점검한다.

IB교육을 둘러싼 교육계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입 입시제도와 크게 연계되지 않아 국내 교육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임 교육감 체제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보유한 경기교육청이 IB교육을 본격 추진한 이후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IB교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6월 IB탐색학교 31곳을 지정했다.

[수원=뉴시스] 경기도교육청이 15일 IB본부와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의향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2.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해 12월과 올 6월에 대구와 제주를 각각 방문해 직접 IB교육 수업을 참관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가교육위원회 이배용 위원장도 IB월드스쿨인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와 대구 효동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14일 서울대학교와 IB교육정책의 국내 정착을 위해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교육청은 협약을 통해 IB교육의 중심에 학생과 교사의 성장을 두고 정책 실현의 다양한 연구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내 손 안의 선생님 '하이러닝'으로 언제 어디서든 배워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가장 낯설었던 교육현장 진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학생들의 등교 중지에 따른 '원격 수업'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대신 온라인을 통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에듀테크 도입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학생들이 교사의 원격 수업에 참여하려면 태블릿 등 장비가 지급돼야 했다. 또 학생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한 대면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 효과를 확인할 길도 막막했다. 그나마 학원이나 다른 교구재로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가정은 별도의 보충학습을 지원했다.

[수원=뉴시스] 13일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도내 초중고 162곳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9.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부모가 그러한 경제적 여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은 사실상 공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당선된 임 교육감은 이러한 문제가 학교현장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에듀테크'에 주목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학습플랫폼 구축이 필요해보였다.

맞춤형 교육플랫폼인 '하이러닝'은 임 교육감의 이같은 생각이 담긴 그 결실이다. 인공지능(AI) 기반한 교수·학습도구로서 하이러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학생은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학력수준을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향후 보완해야 할 교육내용을 AI가 직접 제시해준다. 더 나아가 학습자의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교육콘텐츠까지 연결해준다.

교사 입장에서도 좀 더 효율적인 교수·학습지원이 가능해진다. 교사의 경우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거나 가르치고 있는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학습기록 및 학력수준을 파악한 뒤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지도를 해줄 수 있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학습자료를 구성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지급된 스마트기기를 통해 즉각 공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가 아닌 학생들과의 능동적인 소통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학부모 역시 AI가 분석한 자녀의 학력 수준과 학습 진도를 파악해보며, 구체적으로 어느 교육과정을 보강해야 할 지 수월하게 가늠해볼 수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9월부터 도내 초중고 162곳에서 초등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교과목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나선다. 내년에는 초등 4~5학년, 중학교 1~2학년, 고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 초등 1~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에서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2.1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교육청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체육교실 운영과 가상현실 기반 학교스포츠클럽대회도 추진한다. IT체육교실에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상세계(메타버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스마트 관련 앱과 장비를 활용한 체육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공간적 제약을 받는 환경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며 안전하게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스포츠클럽 IT스포츠대회는 학생들이 소속 학교 IT 체육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모니터로 경기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며 다른 지역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시·도 간 교류를 넘어 외국 학교와도 스포츠 교류를 확대하고 체육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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