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군의날 행사 예산 80억원 확정…정부안 대비 68억 ‘껑충’

유새슬 기자 2023. 12. 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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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억원 편성한 국방부, 국회서 108억원 증액 요청
“하마스 전쟁에 국민 안보 의식 제고·방산 수출 연계”
국군의날과 서울수복기념일·방산전시회 연계 구상
건군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돼 군장병 및 장비들이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내년도 국군의날(10월1일) 기념 행사 예산으로 12억원 규모를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국방부가 정작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108억원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전쟁 상황에서 대국민 안보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등의 이유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해 68억여원이 증액된 80억원 수준으로 최종 확정됐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국군의날 행사 예산을 정부안 11억7400만원에서 68억1100만원 가량 증액해 통과시켰다.

애초 국방부는 내년 국군의날 행사를 소규모로 추진할 것이라며 관련 예산에 11억74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에서 “2023년은 제75주년 국군의날 행사 시행 연도로 대규모 행사를 실시”했다며 “제76주년(2024년) 국군의날 행사는 소규모 행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좀 더 확장된 국군의날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며 108억원을 증액한 120억원 규모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만에 시가행진을 재개한 올해 국군의날 예산(102억원)도 훌쩍 넘는 액수다. 국방부는 올해 시가행진에 참여한 장병들의 사기가 고취됐고 국민의 호응도 컸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가행진은 1998년부터 5년마다 진행됐다가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한 차례 뛰어넘고 올해 10년 만에 재개됐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120억원 책정을 추진하면서 시가행진 규모를 대폭 키워 연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국회에서 증액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국제 분쟁과 방산 수출을 이유로 들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차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을 좀 더 국방부가 선도적으로 제고하고 공감을 얻는 행사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행사가 전시성이 아니라 우리들의 방산 역량을 국민에게 알리고, 관련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리의 역량을 올릴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했다. 김 차관은 “아직 세부 계획은 아니지만 대략 구상하고 있는 것은 서울수복기념일(9월28일), 서울안보대화 등과 총체적으로 연결해 국민한테 홍보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서울수복기념일은 6·25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이 3개월 만에 북한군으로부터 서울을 탈환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방위 예산결산심사 소위 위원들은 반발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대국민) 안보 의식을 고취하려면 홍보사업비를 올리거나 방산 전시회를 더 내실 있게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해야지, 108억원(증액)짜리 국군의날 행사를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그것을 납득하겠나”라며 “이 사업이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돈이 없어서 난리인데 이런 전시성 행사를 100억원씩 증액한다고 하면 국민이 뭐라고 얘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병이나 군 간부를 위해서 증액을 해야지 행사에 증액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도 보류됐다. 결국 국군의날 예산안은 여야 의원들이 소규모로 모이는 이른바 ‘소소위’를 거쳐, 정부안에서 68억1100만원 가량을 증액한 약 79억9000만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요청한 예산을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어서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합의한 것이다. 밀실 예산은 아니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내년 국군의날 행사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올해보다 큰 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 방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는 국군의날을 전후로 밀리터리 페스티벌 주간을 설정해 전국구 단위 축제를 계획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방부는 올해 국군의날 행사 예산으로 총 101억9000만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확정된 2023년도 예산 79억8000만원에서 22억1000만원 가량을 추가 투입한 것이다.

건군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돼 군장병 및 장비들이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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