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의 역주행, 다사다난했던 엑소를 향한 선물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12. 22. 15: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그룹 엑소가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뉴스는 대단하긴 해도, 놀랍지는 않은 소식이다. 그러나 그 노래가 10년 전에 발매한 곡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숏폼 안에서 자체적으로 탄생한 화제성이 잠들어 있던 원곡마저 깨웠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던 엑소에겐 그야말로 선물 같은 역주행이다. 

19일 기준 멜론 톱100 및 일간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은 엑소의 '첫 눈'이다. 한동안 차트 1위를 장악했던 르세라핌을 밀어냈다. 21일에는 주요 음원차트에서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 12월 2주차 차트에서도 '첫 눈'은 1주 만에 47계단 상승한 2위를 기록했다. 에스파, 태연, 정국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음에도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첫 눈'은 2013년 12월 공개된 엑소의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의 수록곡이다. 첫 눈이 내리는 겨울 어느 날, 1년 전 떠나보낸 첫사랑을 떠올리며 지난 1년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고백하는 아름다운 가사가 인상적이다. 발매 이후 특유의 아련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첫 눈'이라는 제목답게 추운 겨울 눈이 오는 날이면 필수로 들어야 할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올해는 눈에 띄는 상승 폭을 기록하며 역주행의 대표 사례 중 하나가 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듯, 역주행도 특정한 기폭제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위아래', '좋니', '롤린', '사건의 지평선' 등 역주행의 대표적 사례에는 직캠, 라이브 영상, 유튜브 댓글 모음 등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으게 한 콘텐츠가 있다. '첫 눈'의 경우에는 숏폼 챌린지다. 한 틱톡커가 안무를 만든 첫눈 챌린지가 계속해서 퍼지면서 유행을 탔고 음악으로까지 관심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첫 눈'이 익숙하지 않은 10대들에게 노래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자연스레 차트에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숏폼에서의 인기가 실제 음원 차트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와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큐피드'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숏폼을 의식하고 발매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했다. 내부에서 숏폼이라는 수단을 끌어들인 셈이다. 반대로 '첫 눈'은 숏폼 내부에서의 화제와 파급력이 원곡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숏폼이 수면 밑에 있던 '첫 눈'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렇가도 '첫 눈'의 역주행이 오롯이 숏폼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첫 눈'이 이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던 건 결국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다. 계절감이 돋보이는 '첫 눈'은 매년 이 맘때 쯤 차트에 이름을 올려왔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는 멜론 일간차트 28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같은 차트 22위를 기록했다. 차트 유지력도 괜찮은 편으로 지난해 월간 차트에서는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때가 되면 찾아 듣게 만드는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에 숏폼과의 시너지가 날 수 있던 것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유난히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던 엑소에게 '첫 눈'의 역주행은 그야말로 선물같은 상황이다. 올해 초 엑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의 인수전이 벌어지며 여러 잡음이 있었다. 이를 지나온 엑소는 완전체 컴백을 준비했으나, 카이가 미룰 수 없는 군입대에 돌입하며 7인 체제로 컴백했다. 그 시기 첸, 백현, 시우민과의 계약 잡음이 일기도 했다. 세 사람과의 계약은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렀으나 이후 도경수가 컴퍼니수수로 이적했다. 

순탄하 만은 한 해 였지만, 역주행이라는 뜻 깊은 선물을 받은 엑소는 기분 좋은 추억과 함께 2023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엑소의 '첫 눈'이 모든 차트를 집어삼킨 21일, 세훈이 군 복무를 위해 팀 내 마지막으로 입대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인 카이를 포함하면 두 명의 멤버가 병역의 의무를 수행 중으로 엑소 완전체는 2025년 말미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23년을 기분좋게 마무리한 엑소가 2024년, 나아가 완전체가 돌아오는 2025년까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