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에 붙은 빼곡한 메모지..주민들 "감사했어요" 애도 물결, 무슨 일[따뜻했슈]

조유현 2023. 12. 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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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도, 일요일에도 혹여나 동네에 아픈 사람이 있을까 문을 여시는 그런 분이셨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떠나 마음이 공허합니다." 39년 동안 영업해 온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동현약국은 약사 A씨가 최근 별세하며 영업을 종료했다.

사연자는 "(A씨 부부가)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던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라며 약국 앞에 붙은 쪽지들을 두고 "그동안 그분들께 받은 친절함과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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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된 천호동 동현약국 약사 별세로 폐업
"친절했던 약사 선생님 기억할게요" 애도
작가 '키크니' 만화로 따뜻한 사연 그려내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현약국에 붙은 추모의 메모지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밤늦게도, 일요일에도 혹여나 동네에 아픈 사람이 있을까 문을 여시는 그런 분이셨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떠나 마음이 공허합니다."
39년 동안 영업해 온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동현약국은 약사 A씨가 최근 별세하며 영업을 종료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쪽지로 애도를 표한 사연이 전해졌다.
어둑한 골목 밝혀주던 등대같던 동네 약국

동현약국의 사연은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키크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키크니는 사연을 보내면 만화로 이를 그려낸다.

키크니 작가 계정에는 '저희 동네에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약국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김동겸 약사와 그의 아내가 운영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어둑한 골목을 밝혀주는 약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쯤을 기점으로 며칠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동네 당근마켓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약국 노부부를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약국 출입문에는 약사 A씨의 부고장이 붙었다. 이를 본 동네 주민들은 A씨에 대한 고마움과 명복을 비는 쪽지를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현약국 /연합뉴스
"나의 마법사 같던 약사 선생님" 어린이도 편지

자신을 '소정'이라고 밝힌 한 어린이는 "항상 친절하시고 다정하셨던 약사 선생님을 기억하겠다"라고 메모지에 남겼다.

한 주민은 "아침 일찍 열고 밤늦게 닫아서 약국 간판이 이 동네의 등불 같은 존재였다. 항상 아이들 데리고 가면 비타민 같은 것도 주시는 좋은 분이었는데 안타깝다"라고 남겼다.

또 "어렸을 때 약사라는 직업은 아픈 걸 낫게 해주는 마법사 같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저의 마법사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메모도 보였다.

사연자는 "(A씨 부부가)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던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라며 약국 앞에 붙은 쪽지들을 두고 "그동안 그분들께 받은 친절함과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라고 전했다.

"아버지 쑥스럽지만 행복해 하셨을 것" 딸이 감사인사

A씨의 딸이라고 밝힌 B씨는 키크니 작가 게시물에 댓글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B씨는 "아버지 사연이 올라온 걸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라면서 "동현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버지께서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B씨에 따르면 지난해 어머니가 녹색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이후 온가족이 간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긴 입원 끝에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사인 아버지가 폐동맥 혈전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이후 대량 출혈로 인한 합병증으로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B씨는 "어제 친구가 '너 보면 또 울 것 같지만 누가 키크니님께 사연을 보내준 것 같다'고 알려주더라.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 주실지 몰랐다. 감사함에 눈물 흘리게 된다"라면서 "저도 꼭 부모님처럼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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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슈 #동현약국 #키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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