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땐 합법, 지금은 불법"… 선진국은 허용한 '약 배송' 꽉 막힌 한국

전다윗 2023. 12. 22.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숨통 트인 비대면 진료…'반쪽짜리' 지적은 여전
글로벌 대세 된 약 배송 허용…미국·일본 다 된다
안정성 담보할 기반 시스템부터 마련하란 지적도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야간·휴일 초진 허용을 골자로 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서 '약 배송'까지 허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약 배송 없는 비대면 진료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약 배송을 허용한 상태다.

22일 비대면 진료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휴일·야간(오후 6시 이후)에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됐다. 올해 6월 시범사업 전환 후 고사 위기에 내몰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만든 보완책이다.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6월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완 방안 시행 후 비대면 진료 업계는 다소나마 숨통이 트인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탁터'는 15일 당일부터 주말 동안 진료 예약 요청이 쇄도하며 비대면 진료 접수가 전주 동기 대비 67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전 진료 요청 건수는 일일 10건 안팎에 그쳤다. 또 다른 플랫폼 '탁터나우' 역시 주말인 지난 16~17일 진료 요청 건수가 4000건을 넘어섰다. 일 평균 190건 수준이던 전주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제 비대면 진료 업계는 핵심인 약 배송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현행 체계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은 여전히 이용자가 약국에 직접 가서 사야 한다. 반쪽짜리 서비스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세트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는 "의료 접근성 해소를 위해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했는데, 약은 여전히 대면 수령해야 하는 원칙을 고수한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을 때 다수 이용자가 약 배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케어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하고 있는 블루앤트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 직전 1년간(2022년 6월~2023년 5월) 올라케어를 이용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자 중 65.7%가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퀵을 통한 약 배송은 90.2%가 평균 3시간 이내에, 택배 약 배송은 82.1%가 처방전 발행 후 48시간 이내 받았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대다수 국가들도 이미 약 배송을 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G7 모든 국가와 OECD 38개국 중 36개국이 의약품 배송을 허용한다. 일본은 지난 2014년 6월 약사법 개정으로 대부분 일반 의약품의 인터넷 구매가 가능해졌다. 지난해부터는 전문 의약품도 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약국에 가지 않고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오는 2025년부터는 온라인으로 복약지도를 받는 조건으로 기존 대면 판매 의무가 남아 있던 일부 약의 인터넷 구매를 허용한다.

미국은 비대면 진료 후 의사로 하여금 환자가 선택한 약국에 이메일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온라인 약국 아마존 Pharmacy가 공식 출범한 뒤 처방약 배송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환자의 집까지 약을 당일 배송하는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의약품을 택배로 받는다. 환자가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통해 약국 사이트나 민간 배송업체에 접속해 배송을 주문하면 되고, 처방전은 스캔 등을 통해 전달한다. 이 밖에 호주, 영국, 중국, 인도 등도 약 배송을 제도화한 상태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약 배송 이전에 기반이 되는 시스템부터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처방전 문제다. 현행 의료법상 처방전은 종이처방전과 전자처방전만 인정된다. 비대면 진료에는 진위 확인이 가능하도록 전자서명이 들어간 전자처방전이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모든 병·의원과 약국을 연결하는 전자 처방 전달 시스템이 없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의사와 환자 협의 하에 팩스로 종이 처방전을 보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불법으로 위·변조한 사본 생성이 쉽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의약계에선 이를 악용한 '불법 약물쇼핑'이 성행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형 약국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과 약 배송 과정에서 변질과 오염, 오배송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이윤표 서울시약사회 디지털콘텐츠이사는 "약사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환자들도 안전하게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