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경매 빌라 900만원까지 '뚝'

안다솜 2023. 12.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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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 등 강제경매 매물↑…시세 차익 기대 '뚝'
"내년 하반기까지 매물 증가 계속"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최근 역전세와 전세 사기 우려로 임대차 시장에서 기피 현상이 심화된 빌라가 경매 시장에서도 줄줄이 유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매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까지 경매물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낙찰가와 낙찰가율 등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서울 은평구의 빌라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2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수는 전월(5137건)보다 약 35% 증가한 6925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314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126건)과 비교해 약 48% 증가한 수치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뉜다. 임의경매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로 저당권, 근저당권, 전세권 등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채무금액을 변제기일까지 받지 못하면 법원에 매각 신청을 한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을 통해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법원에 신청하는 경매로 대표적인 예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대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집합 건물의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선 건 2018년 11월(3093건)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전세 사기와 역전세, 고금리 기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강제경매 절차를 진행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빌라의 경우 매물은 쌓이지만 선순위 임차인 등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위법건축물 여부 등 아파트 경매보다 따져야 할 요소가 많아 낙찰률도 저조하다.

이날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의 매각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아파트 경매건수는 2252건, 이 중 매각건수는 633건으로 매각율이 약 30%에 달했는데 연립·다세대주택의 경매건수는 1만221건, 매각건수는 1136건으로 매각율이 11%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A빌라 한 가구(토지 면적 28.5㎡, 건물 면적 29.99㎡)는 지난해 8월 강제경매가 개시됐지만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 유찰됐다. 감정평가액은 2억7500만원,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40% 수준인 1억1200만원대였는데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경기 부천시 역곡동 B빌라의 한 가구(토지 면적 14.7㎡, 건물 면적 24.4㎡)도 지난해 5월 강제경매가 개시됐으나 지난달까지 여덟 차례 유찰됐다. 감정가는 1억7000만원대인데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의 5% 수준인 98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전문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동안 경매 건수는 늘고 낙찰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고금리로 인한 부담 대비 투자 이익이 적어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신청 건수가 작년에는 8만건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0만건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경매 절차를 고려했을 때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물건이 경매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도 참여자들이 대거 '관망세'로 전환되고 있고 물건당 경쟁률도 연초 대비 감소하는 추세라 내년에도 낙찰가율, 낙찰률을 포함한 모든 지표가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일반인들이 경매를 인지하는 시점은 접수일로부터 빠르면 5개월에서 7개월이 지난 뒤다. 경매 시작 전 이해 관계인들에게 경매 진행 사실을 알리고 감정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접수한 물건들이 내년에 대거 풀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립·다세대 주택 경매 시장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 소장은 "연립·다세대 주택은 낙찰률이 10% 수준인데 그마저도 절반 이상은 선순위 임차인이 가져간다"며 "예를 들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은 2억원인데 주택 시세는 1억80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2000만원 이상을 떠안고 낙찰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유찰을 거듭해서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낙찰받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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