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는 언감생심…차디찬 냉골 전기장판·핫팩으로 버텨

박수빈 기자 2023. 12.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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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를 먹고 자도 추위 탓에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난로가 있긴 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 날이 아니면 잘 켜지 않습니다. 사실상 체온을 유지할 방법은 전기장판밖에 없어요."

부산의 최저기온이 영하 7.4도(오후 6시 기준)를 기록한 21일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쪽방에서 만난 주민 이모(67) 씨는 온몸을 이불로 꽁꽁 싸맨 채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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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쪽방촌 힘겨운 겨울나기

- “수면제 먹어도 추위에 잠 설쳐
- 난로도 전기료 아끼려 꺼놔요”
- 배관 동파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 배달업체 직원도 칼바람 고생길
- 고드름 위험 등 피해 신고 속출

“수면제를 먹고 자도 추위 탓에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난로가 있긴 하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 날이 아니면 잘 켜지 않습니다. 사실상 체온을 유지할 방법은 전기장판밖에 없어요.”

부산의 최저기온인 영하 7.4도(오후 6시 기준)를 기록한 21일 남구의 쪽방에서 어르신 한 분이 온열기구로 몸을 녹이면서 국제신문 취재진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부산의 최저기온이 영하 7.4도(오후 6시 기준)를 기록한 21일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쪽방에서 만난 주민 이모(67) 씨는 온몸을 이불로 꽁꽁 싸맨 채 이같이 말했다. 3평 남짓한 이 씨의 방안에는 사방에서 칼바람이 들이쳤다. 무릎까지 오는 작은 난로는 30㎝만 떨어져도 온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침대에는 두꺼운 이불과 두 개의 전기장판이 마련됐지만 이 씨는 패딩 조끼를 껴입고 있다. 이곳에서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취재진의 손가락 끝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좁은 방 안에 앉아 있는 동안 쉴 새 없이 부는 웃풍 때문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쪽방촌의 겨울은 혹독하다. 보일러 설치는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고, 전기장판과 후원받은 핫팩으로 차가워진 몸을 데우며 겨울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일부 쪽방에는 온수도 나오지 않아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배관이 동파되면 온수는 물론, 수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씨는 “겨울에는 감기를 달고 산다. 병원비가 필요해 난방을 줄이면 또 감기에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파에 고통받는 사람은 취약계층뿐만이 아니다. 배달업체 직원들에게도 겨울은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오토바이를 주로 타고 다니는 특성상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 놓인다. 기장군 정관읍에서 만난 한 배달업체 직원은 “겨울이면 안면 마스크까지 쓰고 오토바이를 몬다”며 “추위도 문제지만 오토바이를 몰면 안전모 앞부분에 습기가 차 위험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연말 잦은 술자리로 대리운전을 찾으려는 시민도 한파로 인한 불편을 겪는다. 동래구에 거주하는 정모(29) 씨는 지난 20일 밤 11시께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한참이나 차가운 밤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정 씨가 대리운전을 호출한 곳이 번화가와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기사들이 정 씨가 있는 곳까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호출하고 30분 넘게 기다려서야 간신히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추위 때문에 대부분 기사가 승객이 많은 번화가 인근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오래 걸렸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한파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부산소방본부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건물 벽면에 생긴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10건 들어왔다. 전날 오후 4시까지 상수도사업본부에는 계량기가 파손됐다는 신고도 1건 있었다.

부산시는 이번 주말까지 한파가 예보되자 노숙인과 독거노인, 쪽방촌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방한용품을 지원하고 현장 순찰과 응급 잠자리 제공, 안심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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