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법’ 국회 문턱 못넘는 이유는 [한양경제]
정부 “분양시장 침체로 자금마련 어려워 입주 못해”
야당·전문가 “갭투자 등 투기 성행 우려 신중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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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중인 ‘실거주 의무 완화’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까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와 관련해 “전셋값 안정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조속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에 조속한 법안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실거주 의무 조항 폐지가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정안 처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양경제는 현재 논쟁중인 실거주 의무의 쟁점사항이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규제는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2021년 2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은 최대 5년까지 실거주 해야 한다. 공공택지 분양 주택은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 미만 5년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100% 3년이고, 민간택지 분양 주택은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 미만 3년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의 80%∼100% 2년이다.
당시에는 전월세가격이 크게 오르자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실거주 규제가 도입되기 직전 해인 2020년 한해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는 993건이었는데, 도입 직후인 2021년 297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르고 거래가 급감하면서 분양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3일 실거주의무 폐지를 발표했다. 분양을 받은 수요자가 여건에 맞는 거주지를 선택하거나 잔금 마련이 어려워 임대로 내놓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입주 시점에 전세금 반환 지연 등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실거주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 4만8000여 가구 중 3분의 1 가까이가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1년 가까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기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게 되는 4만8000가구 중 특별한 사정으로 준공 후 즉시 입주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실거주 의무를 둔 것은 과열된 시장에서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시장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쓴 약은 겨울에는 거둬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거주 의무는 국민 주거 이전을 제약하고 신축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실거주 의무 법 개정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야당과 업계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갭투자 수요가 증가해 전세사기판을 깔아 주는 요인이 된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게 줄었던 분양·입주권 거래는 지난 1월 정부가 전매제한과 실거주의무 규제 패키지를 모두 완화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1월 20건에서 4월 들어 57건으로 상승해 5월 82건, 6월 86건, 7월 85건으로 올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가 하루 걸러 하루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가 통과되면 갭투자 수요 및 깡통전세를 추가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 분양시장 활기를 찾을 수 있지만 갭투자를 비롯한 전세 사기 등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선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의 문턱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국회 국토위는 이날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을 보류했다.
권태욱 기자 lucas45k@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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