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2700여명 꿈에 날개 달아준 ‘서울시 예술영재 교육지원’

이성희 기자 2023. 12. 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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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중위소득 미만 가정 청소년 대상
안목 키워주고 기초까지 탄탄히 교육
“다양성·창의성 배우며 발전·성장”
서울시 예술영재 교육지원 위탁기관인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에서 ‘기악합주’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초등학교 4학년 양은혜양(11)의 장래희망은 세계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나 클래식DJ가 되는 것이다. 음악에 흥미를 갖고 꿈을 갖게된 데는 숙명여대 음악영재교육원의 역할이 컸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 곳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는 은혜양은 얼마 전 국내 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플루트도 이 곳에서 처음 배웠다. 하지만 은혜양이 부담하는 비용은 일체 없다. 경비는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까지 지난 16년간 ‘예술영재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한 예술영재는 총 2738명에 이른다. 예술영재 교육지원은 경제적 문제로 예술적 재능과 꿈을 키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기준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미만 가구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음악영재는 숙명여대와 건국대에, 미술영재는 한양대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민간위탁 방식이다. 매년 3월 교육생을 선발해 그해 12월 수료하는 1년 과정이다. 해당 학교 교수진들이 교육을 맡는 만큼 영재교육원별로 특화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숙명여대 음악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1~6학년 중 전공분야를 정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재능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예술교육이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은혜양이 3년 전 피아노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플루트을, 올해 다시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은혜양 어머니 장해란씨(47)는 “아이가 악기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고액 레슨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했다”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다양한 악기들을 경험해보고 싶어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기 음악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에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가르친다. 음악융합수업(음악코딩·연극·무용)과 앙상블수업, 여름캠프, 마스터클래스, 영재콘서트 등 커리큘럼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한양대 미술영재교육원에서 한 학생이 교수에게 1대1 레슨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은 한양대 미술영재교육원에서 교육받는다. 이 곳에선 연령과 상관없이 미술 실력에 따라 9단계로 반 편성이 이뤄져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진행된다. 수료생 최모양(16)은 “다른 친구들이 새로운 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모양(13)도 “멘토 선생님들이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시고 다양한 기법들을 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미술 분야도 넓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예술영재 교육지원 사업은 단순히 수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생들과 그 가족에게 수준 높은 음악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해 예술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쌓은 예술적 감각은 그대로 실력이 된다. 지난 16년간 수료생들의 외부대회 수상 이력은 총 532회나 된다. 이들 중 185명은 예술중학교와 예고·예대 등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 중인 이들도 많다.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선씨(21)가 대표적이다.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 출신인 김씨는 ‘2018 티보르바르가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한 인재다.

그는 “음악영재교육을 받으며 가장 감사했던 부분은 훌륭한 선생님들을 통해 ‘감각’을 깨우는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영재수업 중 시창청음과 이론은 ‘듣는 감각’을, 마스터클래스는 ‘연주하는 감각’을, 실내악은 ‘배려하며 하나가 되는 감각’을, 교수님들의 레슨은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감각’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키워온 감각들이 큰 자양분이 되어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향유하는 기반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수료생과 교육생 간 멘토링 제도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예술영재교육 지원은 재능있는 청소년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뜻깊은 사업”이라며 “더 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을 통해 꿈을 이룬 수료생들과 꿈을 꾸는 교육생들의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 예술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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