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겨울잠도 못자는 일본의 곰... 12월에도 ‘깜짝 출몰’ 이어져

박용하 기자 2023. 12. 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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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 NHK 화면 캡처

일본에서 곰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는 현상이 12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는 현상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동물들의 겨울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20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각지에서는 지난 가을철부터 늘어난 곰의 출몰 사건이 겨울철인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후쿠이현 가쓰야마시에서 곰이 민가에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전날에는 도야마현 구로베시 등에서 곰의 출몰이 목격됐다. 지난 16일에는 이시카와현에서 곰이 사람을 공격해 3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일본에선 지난 가을철 곰들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자, 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가 되면 피해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곰들이 겨울잠도 자지 않고 사람을 공격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시카와현의 경우 12월에 곰이 출몰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곰의 먹이가 되는 나무 열매가 최근 줄어들며 먹이가 부족해진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서둘러 동면하는 곰도 있지만, 겨울잠을 위한 영양을 충분히 비축하지 못한 곰이 잠에 들지 못한 채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2월이나 1월에 곰을 목격한 사례가 과거에도 간혹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구온난화가 곰의 동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곰들은 대개 기온이 특정 온도 이하로 떨어져야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날씨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곰 출몰 사건이 잦아진 삿포로의 경우, 11월 평균 온도가 6.7도로 평년 대비 1.5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곰을 키우는 일부 시설에서는 선풍기로 차가운 바람을 보내는 등 겨울잠을 재우기 위한 대책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곰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현재 곰을 ‘지정 관리 조수’로 정해 포획이나 서식 상황에 대한 조사 비용을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토 신타로 환경상은 전날 각의 후 기자 회견에서 곰의 지정 관리 조수 지정 문제를 두고 오는 26일 전문가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까지 관련 의견들을 취합한 뒤 3월에는 정부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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