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천재’ 파브르 탄생 200주년 기념우표[우정 이야기]

2023. 12.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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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발행하는 영원우표



“개미집을 추적한다고 칩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파내면 땅속의 개미집이 무너져 버려 확인할 길이 없잖아. 그런데 파브르는 갈대를 꽂아놓고 조금 파고, 다시 갈대를 꽂고 파 내려가기를 반복하면서 복잡한 개미집의 통로를 확인하거든.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당시로선 ‘콜럼버스의 달걀’이었지.”

한국 곤충학계의 원로인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81)가 2010년 3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파브르 곤충기>의 한국어 완역을 마치면서 파브르를 “천재”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1823~1915)는 프랑스 남부의 시골 마을 생레옹에서 가난한 농부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매일 먹을 빵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면서도 자연과학, 특히 곤충의 생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파브르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26세에 중학교 화학 교사가, 30세에 고등학교 물리 교사가 됐다. 교직에서 물러나 50대 중반에 아르마스 지방에 조각 땅을 구해 개인 곤충연구소를 열었다.

그는 56세에 ‘소똥구리의 경단 만들기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약 30년 동안 <파브르 곤충기> 10권을 펴냈다. 제10권을 마쳤을 때 나이는 84세였다.

파브르는 50대 중반 이후에 집필을 시작한 책으로 인기를 얻으며 스웨덴 스톡홀름 학사원에서 린네상을 받았다. 프랑스 훈장 중 가장 명예롭다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곤충의 사소한 모습이나 행동을 철학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서술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추천되기도 했다.

그는 <파브르 곤충기>를 출간하기 3년 전에 <식물기>를 먼저 출간했다. 당시 찰스 다윈은 파브르를 “견줄 데 없는 최고의 관찰자”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국내 완역본은 지난 10월에 처음 출간됐다.

우정사업본부가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발행하는 영원우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 62만4000장을 오는 12월 22일 발행한다고 밝혔다.

기념우표는 소똥구리를 관찰하는 파브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파브르는 <파브르 곤충기>에서 소똥구리가 자신의 체중보다 무거운 소똥을 굴려 알집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먹을 호리병 모양의 경단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이후 소똥구리를 발견한 기록이 없다. 환경부가 2014년부터 몽골 소똥구리를 도입해 인공 증식기술로 지난 9월 충남 태안에 방사했다.

박규택 과학의전당 이사장은 지난 11월 ‘지식의 지평’에 게재한 글 ‘위대한 자연과학자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에서 “파브르는 소똥구리 두세 마리가 경단을 굴리는 것을 보고 ‘곤충도 협업할까?’, ‘암수가 함께 일하는 것일까?’와 같은 의문을 가졌다”면서 “그만이 가진 호기심이나 관찰력으로 곤충의 세계를 파헤쳐 나가는 철학적 사고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우표는 우편요금이 인상돼도 사용일 당시의 국내 기본 통상 우편요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원우표로 발행된다. 구매는 우체국이나 인터넷우체국에서 가능하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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