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샤넬도 이젠 쿠팡에서... 유통시장 뒤흔드는 ‘지네발 쿠팡’

송혜진 기자 2023. 12.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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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 6500억원에 인수
그래픽=양인성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했다. 19일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는 파페치 홀딩스를 인수하고, 5억달러(약 65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건 2020년 싱가포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훅(hooq)을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업계에선 쿠팡이 이번 파페치 인수를 통해 온라인 시장을 넘어 오프라인 패션 및 명품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간 식품이나 공산품 분야에선 강점을 보여왔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명품·패션 부문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은 최저가로 상품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배송 혁명’을 일으키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음식 배달과 택배 물류, 화장품·전자제품 배송, 여행업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손을 뻗치며 온갖 업종의 시장 질서를 흔드는 업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런 쿠팡이 패션·명품 시장까지 진출하겠다고 나서자, 쿠팡의 유통 시장 뒤흔들기가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덩치 키운 쿠팡, 파페치까지 인수하다

2007년 영국에서 출범한 파페치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400여 개가 입점해 있는 명품 전문 플랫폼으로, 미국·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190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약 3조원(23억1668만달러) 정도였다. 신(新)명품으로 불리는 ‘오프화이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 뉴가드그룹과 미국 스타디움 굿즈도 파페치 소유다. 업계에선 쿠팡이 이번 인수를 통해 쿠팡의 물류 시스템과 파페치의 부티크 섭외 능력을 결합함으로써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진출하는 첫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그간 유통 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렸다. 롯데·신세계 같은 국내 유통 대기업도 부진한 실적을 보여준 상황에서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올해 3분기엔 8조원 매출을 내면서 분기 최대 매출을 찍었다. 올해 첫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은 ‘이마트, 롯데, 쿠팡(이마롯쿠) 순서’였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뒤집혔다. 올해 1~3분기 매출에서 쿠팡은 연초부터 이마트·롯데쇼핑을 잇따라 앞서면서,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도 ‘쿠팡, 이마트, 롯데(쿠이마롯)’ 순서로 바뀌었다.

◇커지는 反쿠팡 전선

쿠팡은 현재 배달 사업인 ‘쿠팡이츠’와 택배 물류 사업인 ‘쿠팡 로지스틱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 가전제품을 배송·설치해주는 ‘로켓 설치’, 여행 사업인 ‘쿠팡 트래블’, 화장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로켓 럭셔리’ 사업까지 진출한 상태다.

반(反)쿠팡 전선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이 진출하는 영역마다 기존 업체들과 갈등을 빚는 것이다. 배달 앱 시장에 가장 늦게 진출한 쿠팡이츠는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4월엔 쿠팡 와우 멤버십 고객에게 쿠팡 이츠 배달료 1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배민·요기요를 위협하는 전략을 썼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서도 쿠팡 플레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 티빙과 웨이브를 앞지르면서 국내 OTT 1위로 자리 잡고 있다. 와우 멤버십 고객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정책, 유럽 축구 시청자 확보 전략 등이 통했다. 여행 플랫폼 쿠팡 트래블 역시 야놀자, 여기어때에 비해 점유율은 낮지만 숙박 예약 100% 환불 정책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기존 업계 양강 구도를 흔들고 있다.

쿠팡이 커질수록 쿠팡의 가파른 성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납품 업자들에게 지나친 수수료를 받거나 무리하게 최저 가격 판매를 요구하는 ‘갑질’을 함으로써 일방적인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쿠팡의 상품 판매 마진율을 뜻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29.9%로, 온라인 쇼핑몰 평균(10.3%)의 3배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공정위가 말한 수수료는 쿠팡 전체 매출의 3%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특약매입 수수료”라며 “다른 소매 업체의 중개 수수료와 달리, 쿠팡 전체 수수료 중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쿠팡의 특약 매입은 판매자의 상품만 제공하면 구매와 보관, 배송, 고객 서비스를 모두 알아서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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