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남청의 원반 "훌륭한 DLC에 떡밥을 떡칠하다니"

최은상 기자 2023. 12. 19. 15: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캐치프라이즈에 걸맞는 최적의 콘텐츠, 그에 반해 빈약한 스토리와 최적화

포켓몬스터 9세대 '스칼렛 바이올렛' DLC 후편 '남청의 원반'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정말 '포켓몬스러웠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캐치프라이즈가 무엇인가. 모두 잡는다는 의미의 'Gotta Catch 'Em All'이다.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근본은 역시 도감 완성을 목표하는 포켓몬 수집이다.

이런 관점으로 남청의 원반을 보면 꽤 근본에 충실한 DLC다. 과거 8세대 DLC '왕관의 설원'이 다이맥스굴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것과 다르다. 블루레크라는 독특한 콘텐츠로 포켓몬과 함께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히든 포켓몬 '메로엣타'를 잡는 기믹은 3세대 '루비 사파이어' 암호판을 해독해 레지 시리즈를 잡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물론 "이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거지"라는 의문이 가득하지만, 이 방식은 전설, 환상의 포켓몬이란 이름에 걸맞는 나름의 전통이다.

- 메로엣타와 같은 포획법은 나름 익숙한 방식이다

나쁜 의미의 포켓몬스러움도 가져왔다. 9세대 역시 일종의 트릭을 의미하는 맥거핀 덩어리로 마무리됐다. 본편부터 뿌려놓은 떡밥은 무수하지만, 정작 회수된 내용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엔딩을 본 시점에서 무수한 의문 부호가 머리를 맴돈다. 

6세대 'X Y'를 절정으로 매 세대마다 지적된 사항이다. 몇몇은 "남겨놓음으로서 유저들끼리 계속 추측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적당해야 맥거핀이다. 3할이 남아버리면 맥거핀이 아니라 그냥 미회수 떡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9세대 와서 심해진 버그와 프레임 드랍을 비롯한 최적화 문제가 해소되지 못했다. 블루레크를 위해 필드 플레이타임 비중이 매우 높은 DLC이기에 이런 불편은 그 어떤 세대보다 플레이 경험을 저해한다.

- 프레임 드랍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장르 : 오픈월드 RPG
출시일 : 2023년 12월 14일
개발사 : 게임프리크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 결국 떡밥으로 전락한 에리어 제로와 패러독스 포켓몬

9세대 스칼렛 바이올렛은 저열한 그래픽과 최적화 등의 문제로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스토리 하나 만큼은 5세대 '블랙 화이트' 다음 가는 호평을 받았다. 

남겨놓은 무수한 떡밥이 있었지만 아직 DLC가 남아있었다. 오히려 DLC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유저들끼리 스토리와 떡밥 풀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며 커뮤니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9세대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남청의 원반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풀리지 않았다. 매 세대마다 반복되니 이 정도면 게임프리크가 떡밥을 회수할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란 의문이 들 정도다. 

- 미스테리 서클의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에리어 제로의 비밀과 패러독스 포켓몬이다. 에리어 제로에 있는 미스테리 서클과 수수께끼의 플레이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알 수 없다. 두 떡밥 모두 1편 도서관 스칼렛북, 바이올렛북에 따로 명시할 정도로 꽤 비중있게 다룬 내용이다.

스칼렛북, 바이올렛북은 작중 시점 200년 전 팔데아 대공을 탐사한 관측대의 기록을 다룬 내용이다. 언급된 내용들은 에리어 제로에 진입한 본편 최종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역사 수업에서는 본작으로부터 800년 전, 팔데아 제국이 대공 탐사에 무수한 자본을 부었지만 탐사에 실패, 이로 인해 국력이 약해져 인근 국가에 합병돼 현재의 팔데아 지방이 됐다고 설명한다. 

탐사의 실패했으니 팔데아 대공 밑바닥에 있는 미스테리 서클과 플레이트도 그 당시 만들어진 게 아니란 뜻이다. 애초에 플레이트는 현시대 과학 기술로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중세 기술로는 가공조차 불가능하다. 결국 남청의 원반에서도 해당 떡밥에 대한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 

- 수수께끼의 플레이트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패러독스 포켓몬 의문도 풀리지 않았다. 스칼렛북, 바이올렛북에 '환상의 포켓몬 상상도'라는 내용의 패러독스 포켓몬 언급이 있다. 이는 남청의 원반에서 풀린 '꿰뚫는화염'에 대한 묘사다. 

이는 패러독스 포켓몬은 투로/올림 박사가 타임머신을 개발하기 전부터 팔데아 대공 안에 존재했다는 뜻이다. 관측대가 갔을 때부터 존재한 포켓몬이기 때문이다. 즉, 타임머신의 폭주로 고대/미래 포켓몬이 팔데아 대공으로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테라스탈 에너지를 바탕으로 타임머신을 개발한 것처럼 "테라스탈 에너지 본체인 '테라파고스'의 에너지가 시공간을 뒤틀 정도로 너무 강력해 패러독스 포켓몬을 불러왔다" 정도의 추측이 가능하다. 이렇게 마무리하기엔 너무 찝찝하다.

팔데아 대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테라파고스는 언제부터 팔데아에 있었을까. 또한, 테라파고스의 힘으로 팔데아 대공에 테라스탈 광석이 생성된 것이라면, 테라파고스의 영향이 적은 팔데아 지방 전역에 있는 자연산 테라스탈 광석은 대체 어떻게 생성된 것인가. 이제는 알 방법이 없다. 

- 수많은 맥거핀만을 남긴채 끝난 9세대 스토리 

 

■ 이상적인 포켓몬식 콘텐츠 '블루베리 스페셜 레크리에이션'

- 다양한 활동을 하며 BP를 수집하는 콘텐츠 

줄여서 블루레크라 불리는 '블루베리 스페셜 레크리에이션'은 다양한 미션을 클리어, 아카데미 내에서 사용되는 통화 '블루베리 포인트(BP)'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다. 남청의 원반 알파이자 오메가다. 

DLC 모든 콘텐츠는 블루레크로 통한다. 도감을 모두 채우는 것이 포켓몬의 엔드 콘텐트인데, 블루레크로 모은 BP를 소비해야 '테라리움 돔' 내에 있는 모든 포켓몬이 하나씩 해금되기 떄문이다. 유출과 다르게 전설의 포켓몬 역시 해당 작업으로 하나씩 풀린다. 즉, 블루레크를 하지 않으면 도감을 모을 수 없다.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맛도 있다.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수록 한 단계 더 높은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며 BP를 얻는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처음에는 20, 30BP 정도의 일반 미션을 얻는다면 나중에는 50, 60까지 증가한다.

- 전설의 포켓몬 역시 블루레크 서클미션을 해야 해금이 된다 

친구들과 함께 포켓몬을 교환하는 등 1세대부터 소셜적인 콘텐츠를 추구하는 게임프리크답게 블루레크도 커뮤니티 친화적이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즐기는 '서클 미션'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혼자서 하면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BP를 모을 수 있다. 한 사람씩 미션을 맡아 수행하니 모으는 속도도 빠르지만, 빨간 보너스 미션 3개를 클리할 때마다 등장하는 황금색 서클 미션이 무려 BP를 600이나 준다. 

노가다성 플레이는 피하지 못했다. 각 에리어의 신규 포켓몬을 해금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3000BP, 총 네 개의 에리어가 있으니 최소 1만2000BP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서클미션으로 빠르게 모은다고 해도 꽤 고된 작업이다.

- 각 에리어 추가 포켓몬 해금에만 3000BP가 필요하다 

다만, 포켓몬 도감 수집이란 콘텐츠 자체가 1세대부터 늘 노가다, 반복성 플레이가 수반됐다. 3, 4세대 500칸이 넘는 칸 중 단 한 곳에서만 50%로 등장하는 '빈티나' 노가다, 난입 배틀을 통한 이로치 노가다 등 없었던 적이 없다.

오히려 블루레크는 모든 세대 통틀어 가장 이색적인 콘텐츠에 속한다. 수영하는 포켓몬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힌트를 보고 포켓몬을 잡는 등 플레이어에게 포켓몬과 함께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소셜 요소는 굉장히 강화됐다.

장점

1. 블루레크로 포켓몬을 포획하고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재미
2. 리그부 꾸미기, 투구폼 변경 등 추가적인 치장 요소



단점

1. 스토리의 상당 부분이 떡밥으로 남아버리며  끝남
2. 블루레크 콘텐츠의 강제성이 강한 노가다성 반복 플레이
3.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최적화 문제 



 

anews9413@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