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입고 수면·두 겹 이불·난방 텐트···최강 한파 속 ‘각자도생’ 생존법

윤기은 기자 2023. 12. 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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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직장인 성모씨(28)의 침대 위에 이불 두 장이 놓여 있다. 본인제공

7평 규모의 원룸에 혼자 사는 직장인 최모씨(27)는 두꺼운 수면 잠옷 위에 털 달린 외투를 걸치고 잠자리에 든다. 7000원을 주고 산 털 슬리퍼를 신고 차가운 바닥을 딛는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면 이불을 뒤집어쓴 채 노트북을 켠다.

최씨는 요즘 ‘보일러 안 틀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최씨는 19일 통화에서 “난방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지난달 15만원 정도가 나왔다”며 “전기장판에 드는 전기요금조차도 아깝긴 하지만 잠을 못 잘 것 같아 전기장판은 켜고 잔다”고 말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난방비 걱정에 각자의 ‘겨울나기’ 생존법을 찾고 있다. 지난겨울 이미 한 차례 ‘난방비 폭탄’을 맞은 시민들은 또 인상된 전기·가스요금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직장인 성모씨(28)는 지난 11일 자동이체된 가스요금 납부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10월17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한 달간 사용한 가스 요금은 5만4940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달 성씨가 낸 가스요금은 3만1640원으로 2배에 육박한 금액이었다. 성씨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이불을 두 겹씩 덮고 자고 있다. 성씨는 “올해 초 난방을 자주 틀었다가 가스요금만 월 7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가을에 사용한 가스요금이 5만원대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성모씨의 가스요금 청구서. 본인제공
당근마켓 갈무리

침대나 요 근처에 설치해 열기를 가두고 외풍을 막는 ‘난방 텐트’를 찾는 시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난방 텐트 판매 글이 올라오자마자 속속 ‘예약 중’ 혹은 ‘판매 완료’ 상태가 뜨고 있었다.

고물가 시대 난방 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며 실내 온도를 20도 아래로 유지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추위에 맞서는 궁여지책들을 마련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을 때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다는 김모씨(28). 그는 책상에 핫팩을 올려두고 손가락 부분이 뚫린 장갑을 낀 채로 컴퓨터 작업을 한다고 했다. 김씨가 일하는 공공기관의 실내 난방 온도는 18도에 맞춰져 있다. 야근할 때면 난방이 가동되지 않고, 개인 전열 기구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김모씨가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핫팩. 본인제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난방비만 20만원 나왔다”고 호소하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가스비 절약 11가지 방법’ ‘겨울철 난방비 절약 꿀팁 5가지’ 등도 공유됐다. 해당 글에는 실내 습도 40~60도 유지, 보일러 배관 밸브 잠그기, 러그 깔기, 단열 벽지 시공하기 등 각양각색의 ‘꿀팁’이 담겨 있었다. 계량기 동파 사고도 잇따르면서 “수리비 몇십(만원) 나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 나오는 쪽으로 돌려라” “세탁기 호스 커버를 마련하라”는 조언이 공유되고 있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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