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삼키는 하림, HMM 곳간 속 10조에 쏠리는 눈…해운업계 “친환경·사업다각화 기틀 마련해야”

2023. 12. 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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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과 연계…중복투자 막을까
2026년 목표 15조원 투자 발표
특수선·종합물류·친환경 투자 가능
“손실 메꾸는 데 활용될수도” 우려도
HMM 컨테이너선 자료 사진[HMM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인수전 승자로 하림·JKL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 규모 현금 유보금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운업계에서는 “해당 자금이 친환경 선대로의 전환과 사업다각화 등에 투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9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이 공시한 지난 9월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0조6585억원에 달한다. 이번 HMM의 인수전에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 본입찰에서 써낸 약 6조4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4조원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HMM은 지난해 비전 선포식을 통해 해당 유보금을 선박 확대와 디지털·친환경화 등에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기타 금융자산과 현금자산을 통틀어 오는 2026년까지 약 15조원의 투자금을 마련하고 ▷선박과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핵심자산 구입에 10조원(친환경 선박에만 4조원) ▷선사·친환경연료·종합 물류 등 사업 다각화 등 미래전략사업에 5조원 ▷ 그 외 디지털 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박진기 HMM 총괄부사장은 “디지털화 부문에서는 HMM이 투자가 늦어서 경쟁사에 비해 상황이 뒤쳐져 있는 상태”라면서 “앞으로 디지털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대한민국이 친환경 에너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운산업의 수익 매개체가 되는 선박 구입 분야에서는 친환경 선박 구입에 4조원을 투입하고, 당시 20여척 수준이던 벌크선 숫자를 2026년까지 55척으로 늘리는 등 컨테이너선 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벌크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HMM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컨네이너 운송 용역을 통해 5조2772억원이다. 반면 벌크 화물 운송 용역을 통한 액수는 9198억원으로, 컨네이너 운송 부문에 매출의 83.26%가 치중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림의 이번 인수가 현실화 할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HMM의 인수 주체가 되는 팬오션은 국내 최대의 벌크선사이며, 이미 호주 등 신시장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림 측도 향후 인수를 통해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림은 19일 낸 입장문을 통해 “HMM과 팬오션이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 및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HMM의 유보금이 종합물류 분야로의 사업 확대, 특수선 도입 확대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HMM과 팬오션 모두 향후 업황 전망이 좋은 자동차선이나 유조선 등 분야에서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MSC과 머스크 등 글로벌 선두권인 유럽의 대형 선사들처럼 종합물류사로서의 역량도 아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거시적인 해운시황의 영향에 따라서 성패가 결정되는 특성이 많은 사업 업종”이라면서 “시황 부진의 리스크를 감소할 수 있는 것은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인데, HMM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현재 컨테이너선 분야의 사업만이 남아 있어 여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선대의 확대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업계에 2050년까지 2008년 총 탄소 배출량의 100% 절감을 주문한 상황이다. HMM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99%에서 오는 2024년 IMO가 시행할 예정인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 수준을 갖추는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글로벌 톱티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향후 하림과 JKL과의 관계 변화는 유보금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인수금액 약 6조4000억원 중 하림그룹이 3조원 이상을 조달하고, JKL파트너스는 5000억원,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특히 3조원 중 상당부분을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이외에 나머지 자금은 계열사 현금성 자산과 선박유동화, 영구채 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은 NH투자증권과 자금 조달안을 촘촘하게 세웠다며 딜 클로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주도로 3조원이상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아놓은 상황이다. 다만 인수금융 금리가 7~8%의 낮지 않은 수준임에 따라 이를 최소화해 재무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재정상황 등에 따라 HMM이 보유한 유보금을 HMM 인수에 들어간 손실을 메꾸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 측은 “HMM의 유보금이 해운업 사업을 영위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HMM 노조는 “HMM이 수익을 창출해 사내에 쌓아놓은 유보금 10조원을 HMM이 해운업에 쓸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매각 주체인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향후 유보금 활용 방침 등과 관련 하림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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