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 앞으로’···적해안 가장 먼저 들어가는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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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수륙양용 장갑차’ 시발점
韓해병대, KAAV 200여 대 운용 중
지상전, 보병전투장갑차로 운용 가능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에 참가중인 한·미 해군·해병대 장병들이 포항 훈련장에서 상륙돌격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상륙작전은 해상으로 적지에 상륙해 돌격하는 공격 작전이다. 항공기에 의한 공중기동작전이 상륙작전의 일부로서 상륙작전과 병행해서 실시된다.

상륙작전을 위해 기상조건과 해안·항만·항구의 수로상태, 상륙 및 투하 지역의 조건, 적의 병력과 화력의 배치 등 광범위한 정보와 군수 물자와 무기쳬계 획득이 필요하다. 각 군부대와 함정, 항공기, 화력을 포함한 계획수립·협조·연습 등 세밀하고 방대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작전 초기에 적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는 상륙작전은 최근에 지상과 해상,공중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입체적 상륙작전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상륙작전의 개념을 근간으로 완전히 뒤바꾼 혁신적인 무기체계중 하나가 바로 태평양전쟁을 통해 등장하기 시작한 ‘LVT’다.

LVT가 개발되기 전의 상륙작전에는 주로 상륙주정(LCVP : Landing Craft, Personnel)이 사용됐다. 길이 11m, 폭 3.3m의 덮개 없는 상자 모양을 한 LCVP는 앤드류 히긴스가 1926년 강 하류나 얕은 해변에서 사용하도록 제작한 유레카라는 보트로가 시발점이다.

LCVP는 상륙작전에서 병력과 장비들을 해안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미 해병대가 이보다 더 주목한 것은 도널드 로블링(Donaldo Roebling)이 개발한 악어(alligator)라는 수륙양용 트랙터(amphibian tractor)다. 이 수륙양용 트랙터는 LVT(Landing Vehicle Tracked)를 거쳐 현재 상륙돌격장갑차(Assult Amphibious Vehicle)로 발전했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LCVP는 2010년에 모두 퇴역했다.

‘LTV1’ 과달카날 상륙작전에 첫 출전

LVT와 AAV의 원조로 인정받는 도널드 로블링의 악어는 1928년 플로리다 지방에서 잦은 태풍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 늪지대를 모두 주행할 장비를 만들려는 데서 시작했다.

로블링은 최초 악어를 1935년에 선보였으나 큰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37년 라이프(Life)지에 소개된 부터다. LCVP가 병력이나 장비를 해안까지 수송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파도와 해안 조건에 따라 취약성을 보였다. 미 해병대는 상륙돌격에 적합한 장비를 요구했다. 이에 미 해군에 의해 도입된 ‘궤도형 상륙차량’, 즉 LVT1(LVT Model 1)이라는 이름으로 취역했다. 해병대는 이를 ‘수륙양용 트랙터’로 불렸다. 18~20명의 병력을 타고 해상에서 시속 14km, 육상에서 시속 24km로 주행할 수 있다. 태평양 전쟁 최초의 상륙작전인 ‘과달카날 상륙작전’(1942)에 처음 출전했다.

LVT1은 최초 함정에서 해안까지 보급품을 수송하는 용도로 활용하다 효용성을 인정받아 성능 개량을 통해 병력수송 및 공격용으로 개조됐다. 육상 시속 40km에 M3경전차의 37mm포로 무장한 ‘LVT1A1’, 현수장치와 엔진을 보강한 최초의 병력수송용 ‘LVT2’, 육군용 ‘LVT2A’를 잇달아 선보였다.

그러나 LVT1과 LVT2는 탑승한 병력들이 곧바로 하차해 돌격할 수 있는 문 같은 램프가 없는 탓에 무장한 병력들이 뛰어내려야 하는 단점으로 상륙 후 육상돌격작전을 위해 속도도 더 빨라야 했다. 이에 따라 1943년에 등장한 LVT3는 육상속도를 향상시키고 램프도 달아 신속한 이탈이 가능하게 했다.

1949년에 개량된 LVT3C는 C(Covered)가 의미하듯, 파도와 적의 수류탄 등으로부터 상륙군을 보호하기 위해 상부에 접철식 방호문까지 설치해 지상 보병 전투지원차량으로도 유용성 인정 받았다.

지난 11월 21일 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안에서 ‘2023 호국 합동상륙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들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에서 나와 돌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륙돌격장갑차(Assault Amphibious Vehicle)는 미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할 때 사용하는 수륙양용 장갑차에서 그 용어가 시작됐다. 1972년 최초의 AAV인 ‘LVTP-7’를 실전배치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에 1984년 미국 해병대는 LVTP-7A1을 ‘AAV-7A1’로 명칭을 바꿨다. 따라서 미국은 AAV라고 부르고 한국은 ‘한국형 AAV’라는 의미로 ‘KAAV’로 불린다.

우리 군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해병대만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게는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Korea Assault Amphibious Vehicle)다. KAAV라는 명칭은 통합적 이름으로, 세분화하면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병력수송용(KAAV-P7A1), 지휘용(KAAV-C7A1), 구난·정비용(KAAVR-7A1)이 있다. 이 가운데 병력수송용으로 가장 많이 운용되고 있는 것이 ‘KAAVP7A’1이다. 이 장갑차는 상륙작전을 펼치는 해병대의 대표적인 무기체계 중 하나로 ‘상장’으로도 불리고 있다.

상륙돌격장갑차(KAAV)는 물과 땅을 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육지와 수상 주행이 모두 가능한 전전후 무기체계로, 상륙함에서 발진해서 적해안에 상륙군 안전하게 수송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상륙돌격장갑차가 물 위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것은 차량 후방의 좌우측에 장착된 ‘해수추진장치’로 덕분이다.

또 아랫갑판(하갑판)에 장착된 4개의 배수펌프가 분당 400리터의 물을 내부에서 외부로 배출해줘 수상에서 안전하게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부와 외부가 접촉되는 부분이 고무 패킹으로 감싸져 있어 평소에도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됐다.

특히 상륙돌격장갑차는 측면 장착된 부가장갑 보호키트 EAAK로 승무원과 상륙군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육상에서도 보병을 지원하며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韓해병대, 2만8천여명 2개 사단급 규모

국내에 상륙돌격장갑차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 당시 한화테크윈이 BAE시스템과 계약해 기술도입 방식으로 국내에서 면허 생산하면 시작됐다. 현재 해병대에서 200여대를 운용하고 있다. 해군이 보유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강습상륙함인 ‘독도함’은 KAAV 7대를 탑재할 수 있다. 생산 기술력에 노하우가 쌓이면서 2016년 4월에 한화테크윈은 600억원 규모의 필리핀 상륙돌격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KAAV의 원 제작사인 ‘BAE시스템’을 누르고 공급 사업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18년 쌍용훈련에는 미 해병대가 한국 해병대의 KAAV를 함께 탑승해서 처음으로 포항에서 연합상륙작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한미 연합상륙작전 최초로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상륙작전에 투입됐다. 전면전 발생하면 포항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1사단은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해병대인 제31해병원정대와 함께 원산에 상륙해 평양으로 직진하는 작전을 펼치게 된다.

현재 한국 해병대는 2만8000여명 2개 사단급 규모로 200대의 ‘KAAV-7’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2018년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을 창설했지만, 2200명으로 1개 여단급 규모에 AAV-7 52대를 운용하고 있다. 적은 병력이지만 중무장을 하고 있다.

KAAV 제원은 승무원 3명에 수용병력 21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길이 8.1 m, 폭 3.2 m, 높이 3.7 m다. 중량은 21톤, 최대 속도 지상 72 km/h, 해상 13 km/h다. 항속거리는 육상 480㎞, 해상 7시간로 엔진은 400 마력에 달한다.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가 실시한 전반기 야외종합훈련에서 상륙돌격장갑차가 편제화기 사격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병대 2사단

전시에 함정에서 적의 해안으로 상륙해 내륙 목표지점까지 병력과 장비·보급품을 수송하는 상륙돌격장갑차는 해상전투를 비롯해 부가장갑 보호킷 부착을 통한 방호력 증대로 육상에서도 전투 및 기계화작전 수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병대의 핵심전력으로 상륙돌격장갑차대대에서 운용되는 이유다. KAAV는 한국군 전체에서 유일하게 해병대만 보유 및 운용 중이다.

현재 주력인 KAAV-P7A1은 막강한 화력과 최신 보호장갑, 지휘, 통제, 병력·화물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3m의 높은 파도와 접근이 어려운 해변 등 거친 지형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선박 형태의 독특한 차체 디자인과 강력한 해수추진장치, 파워 트레인은 KAAV의 기동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일조했다.

장착된 무장으로는 포탑에 12.7㎜ ‘K6 중기관총’, 40㎜ ‘K4 고속유탄기관총’이 있다. 알루미늄 차체는 상륙군을 소화기 사격과 포탄 파편 등 섬광 화상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또 성형장약의 침투를 방어하고자 부가장갑(EAAK·Enhanced Applique Armor Kit)도 추가됐다. 부가장갑 장착 덕분에 ‘14.5㎜ 직사화기’와 ‘155㎜ 포탄’ 파편에 대한 방호가 가능하다. 아울러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 화재진압 장치와 NBC(화생방) 방어 시스템도 탑재했다.

KAAV 운용 인력, 소수정예 40명만 선발

KAAV-P7A1 주요 임무는 상륙작전에 투입되면 신속한 기동으로 상륙 해안의 적 화기로부터 상륙군을 방호하고 환자 수송 및 보급품의 전방 추진, 보충병력 수송 등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완전무장한 소대급 병력이 탑승한 후 육·해상 기동함으로써 지상작전에서 내륙 종심 기동수단 및 보병전투장갑차로서 운용도 가능하다.

연안·해안선 작전에서는 적해안과 애로 지역 개척, 도하작전 수행까지 가능하다. 평시 상황 발생에서는 신속대응 부대의 기동 및 대응 작전에도 활용된다. 이 같은 능력과 위상 덕분에 평시 도서 방어나 해안경계작전, 동맹국과의 상륙 및 기동연합훈련, 해군과 연계한 국외 평화 작전, 재외국민 보호 등의 임무에 꾸준하게 투입되고 있다.

한편 특수목적 장갑차인 만큼 KAAV 운용 인력도 소수정예로 선발해 운용한다. 조종수는 해병대 1사단과 2사단을 포함해서 단 40명만 최종 선발된다. KAAV 조종수가 되기 위해선 도로교통법과 수상안전, 상륙장갑차 운용 및 특성에 대한 필기 시험 등 여러 시험을 치러야 한다. 지원자들은 필기시험 통과 후 실무를 위한 조종수 집체교육도 받는다. 이후 육상 기동 시험과 해상 기동 시험에서 최종 통과해야 선발 될 수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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