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과학입국, 관료 움직여야 완성…과기수석이 키맨"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김인한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23. 12. 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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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이우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과학기술수석, 기존 수석과 달리 국제사회 존경받는 임무 맡아야"
이우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2023년은 과학기술계에 격랑(激浪)이 불어닥친 해다.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이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되고 제도·시스템 개혁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정권을 막론하고 나눠주기식 R&D 개편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그동안 과학기술에 큰 관심이 없던 탓에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때마다 과학기술 석학들과 만나 글로벌 R&D를 지향하고, 국내에선 정부 R&D 시스템 개혁에 쓴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정권을 막론하고 그동안 과학기술은 5%씩 늘려주면 되는 분야였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R&D 제도·시스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987년 설치 근거가 마련된 과기자문회의는 2004년부터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최상위 정책결정 기구다. 이우일 부의장을 비롯한 제1기 과기자문회의 위원들은 세계 최고 연구를 지향하는 도전적 R&D를 위해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벤치마킹한 K-DARPA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했다. 또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처럼 운영돼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문제도 검토 중이다.

이 부의장은 R&D 제도 개편 과정에서 연구현장이 반발한 데 대해 "소통이 부족했다"며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신설 결정을 내린 배경이 이런 소통 문제를 줄이고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기수석은 '플랫폼 수석'으로서 역할을 하고 부처별 중복수행하던 과학기술 이슈를 조정해야 한다"며 "과기수석은 기존 수석들과 달리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제2기 과기자문회의 위원들과 만나 '과학입국'(科學立國)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우리나라는 과학기술만이 살길이다'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돌파하려면 과학기술 기반 성장 외에 방법이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냈다. 과학입국 언급 배경은 확고한 '철학적 믿음'에서 비롯됐다. 국가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과학계 일각에선 내년도 R&D 예산을 깎는 등, 앞뒤가 안 맞는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가 열심히 돈을 벌어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는 것처럼 국가도 미래를 위해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신념은 확고부동하다. 다만 아이가 공부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약간의 충격 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연구비를 N분의 1로 나눠주는 제도·시스템을 개혁하면 예산은 50조·100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 게 대통령의 의중이다. 절차적 매끄러움이 부족했지만 꾸준히 제기된 이슈로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과학계도 R&D 예산의 양적 확대를 거듭한 만큼 변화는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을 줄여야 하는 현장 고통을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소통이 부족했다. 만약 올해 초부터 소통 노력을 했다면 충격은 훨씬 작았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부족하다보니 30조원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 철학을 헤아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장관 등이 대통령실과 소통할 창구가 부족했던 어려움도 있었다. 경제수석실 산하에 과학기술을 비롯해 6개 부문이 있는데 경제부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과기수석실 신설 결정은 이런 소통 문제를 줄이고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을 펴겠다는 의지다.

-어떤 R&D 제도·시스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한국의 과학기술 R&D 패러다임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단 한 번도 전략이 수정된 적이 없다. 이제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선도자(First Mover)로 거듭나야 한다. 기획재정부 중심의 예산 분배 체계를 넘어 범부처 R&D 예산을 심의·조정하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시스템 강화 등이 필요하다.

-제도 개편이 필요한 사례를 들어달라.
▶R&D 평가제도가 대표적이다. R&D는 최고 전문가들이 심사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전문가 풀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R&D를 신청한 연구자와 평가자가 같은 기관이면 안 된다는 '상피제'는 적절치 않다. 상피제 때문에 최고 전문가들이 R&D를 평가하지 않으니 일부에선 나눠주는 시스템으로 전락한 것이다. 연구자들에게는 권한과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면 된다. 아울러 과학기술 연구기관이 공운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던 문제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과기수석은 국제사회 존경받는 임무 맡아야"
이우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과기수석은 어떤 임무를 지녀야 한다고 보나.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는 임무'를 맡아야 한다. 이젠 시각을 바꿔야 한다. 글로벌 시티즌(세계 시민)으로서 과실만 따먹는게 아니라 인류에 공헌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발전에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면, 이젠 반대로 인류 공헌을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자는 말이다. 예컨대 인류 공헌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하면 사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까지 만들 수 있다. 미국·일본은 그런 면모가 있다. 글로벌 시각을 겸비한 과기수석이 나오면 국제사회에서도 존경받을 수 있다. 한 명의 수석 정도는 다른 수석과 달리 인류 공헌에 기여할 수 있는 그림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기수석이 생기면 어떤 변화가 기대되나.
▶어느 정부부처든 과학기술이 관계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과기수석은 '플랫폼 수석'으로 역할해야 한다. 과기수석이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부처별로 중복 수행하는 과학기술 이슈를 조정해야 한다. 예컨대 바이오는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가 별도로 하는데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과기수석 산하에 양자·바이오·AI(인공지능) 등 3~4개 비서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비서관 선임은 늦더라도 수석은 연내 선임이 이뤄졌으면 한다.

-관료주의 특성상 공무원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관료사회가 움직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윤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는데, 공직사회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은 5%씩 늘려주면 되는 분야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누가 뭐래도 이건 바꾸고 넘어가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R&D 제도·시스템 개혁을 강조하고 과학기술을 밀어주기 때문에 관료들이 안 움직일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시스템 개혁 적기다.

-관료사회가 움직이는 게 중요한 이유는 뭔가.
▶윤 대통령이 우주항공청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 이유 중 하나도 관료제도를 전문가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에 민간 전문가가 들어와 성공적 운영방식을 선보이면 선례가 된다. 규모가 작더라도 전문가 중심으로 움직이자는 의미인데 이게 막혀 안타깝다. 국가 선진화는 과학기술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부 시스템으론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개헌·과기정통부 부총리급 격상은 '글쎄'
이우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헌법 제127조에 '과학기술은 국민경제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항목을 개정하거나 과기정통부의 부총리급 격상은 검토되고 있나.
▶없다. 개헌 논의가 있다면 향후 함께 논의할 순 있다. 당분간은 과기수석을 통해 범부처 정책 조정이나 여러가지 이슈를 끌고 가야 한다. 모든 정부부처는 자기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과학기술은 빠지지 않는다. 과기정통부 격상도 대통령이 현재 과학기술을 직접 챙기고 계시기 때문에 하드웨어 변화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예산 30조원 중 최소 20%는 세상에 없는 선도연구에 '묻지마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련 정책은 추진되고 있나.
▶과기자문회의에서 제안한 3가지 중 하나가 세상에 없는 연구를 하는 K-DARPA 프로젝트다.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 시 파급효과가 큰 '고위험·고수익형 R&D'다. 20%까진 못 미치더라도 K-DARPA를 포함해 남들이 안 하는 연구 예산은 약 1조원 정도 된다고 본다.

-한정된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어느 분야를 묻지마 투자해야 하나.
▶공공기술 같은 기후기술이 될 수 있다. 기후기술은 대응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 미국도 DARPA 챌린지할 때 모든 곳에 다 투자하진 않는다. 1~2개에 집중투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반도체·배터리가 중심 산업이다.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크지만 전부는 아니다. 우리도 1~2개 분야를 잘 판단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과거 과기자문회의 성공지표를 '대통령 참석 횟수'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간 자문회의 3번 참석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초반에는 윤 대통령의 직접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인들과 수시로 자리를 만든다. 젊은 사람들도 수시로 부른다. 옛날로 보면 파격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가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자리만 5차례가 넘는다. 수시로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카운팅을 전부 못 할 정도다. 과기자문회의도 2회 이상이고 순방 때마다 과학기술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yunew@mt.co.kr 정리=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사진=이기범 기자 leek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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