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②"발효처리 분뇨, 냄새 거의 안나요"

김호천 2023. 12.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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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여마리 돼지 사육' 동백팜, 미생물로 분뇨 발효 후 액비로 순환
배출 공기도 살균·소독 처리…악취관리 우수양돈농가로도 지정
고정훈 대표 "농가끼리, 행정기관과 노하우·데이터 공유하며 함께 가야"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아기 돼지 안고 있는 동백팜 고정훈 대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 동백팜 고정훈 대표가 아기 돼지를 안고 분만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18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 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옛날처럼 돼지 분뇨를 불법 배출하면 지하수가 오염됩니다. 우리 세대, 자식 세대, 후대의 후대가 먹을 물인데…"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운영하는 고정훈(45) 동백팜 대표의 말이다.

고 대표는 분뇨 처리와 더불어 악취 저감에도 남다른 주의를 기울인다. 양돈장에서 배출되는 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악취도 줄이는 자신만의 '비법'을 활용하고 있다.

동백팜은 1만1천9㎡ 부지에 전체면적 3천708㎡의 창문 없는 돈사, 2천t 규모의 액비저장조, 퇴비사 등을 갖추고 있다.

돈사는 종부사, 임신사, 분만사, 자돈사, 육성사 2동, 비육사 4동으로 나뉘어 있고, 총 3천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한다.

돼지들은 성장단계에 따라 각 돈사 내에 구분된 작은 돈방들로 이동한다. 이때 한 돈방에 있던 돼지들이 모두 다른 돈방으로 이동하면 돈사 밑 슬러지 피트에 있던 분뇨를 모두 1차 처리장으로 보낸다.

그런 다음 미생물이 가득 들어있는 액비로 돈방을 청소하면서 슬러지 피트에 미생물이 고이게 된다.

그러면 그 돈방에 새로 들어온 돼지들이 배출하는 분뇨가 미생물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며 메탄가스나 암모니아가스의 발생을 억제한다.

액비로 돈사 내부 청소하는 동백팜 고정훈 대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 동백팜 고정훈 대표가 돼지 분뇨를 발효해 미생물이 가득한 액비로 돈사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2023.12.18 khc@yna.co.kr

다시 말하면 1차 처리장에서는 고액분리기를 이용해 분뇨에 섞인 털 등 고형물을 걸러내고, 2차로 원심분리기에서 미세 찌꺼기들을 추출한 뒤 미생물과 함께 분뇨를 액비저장조로 보낸다.

계속해서 액비저장조에 24시간 산소를 공급하면 미생물이 증식하며 분뇨가 완전히 발효돼 냄새가 나지 않는 액비가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액비를 다시 돈방 청소 및 새로 발생하는 분뇨 발효에 사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다.

지난 6일 기자에게 농장을 안내하던 고 대표는 1차 고액분리기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맨손으로 덥석 집어 들더니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으며 "냄새가 거의 안 난다"고 말했다.

2차 원심분리기에서 나온 찌꺼기와 퇴비사에 있던 퇴비도 바로 손으로 잡으며 기자에게도 냄새를 맡아 보라고 권했다. 실제로 냄새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액비저장조에서 처리 중인 분뇨도 떠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살짝 메탄가스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이내 별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이곳 미생물 처리 시스템의 효과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돼지 분뇨에서 분리된 고형물 냄새 맡는 동백팜 고정훈 대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 동백팜 고정훈 대표가 돼지 분뇨를 1차 처리하는 고형분리기에서 나온 찌꺼기를 맨손으로 잡고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2023.12.18 khc@yna.co.kr

고 대표는 모든 돈사의 돼지들에게 함초 미네랄이 들어 있는 물을 공급한다. 분뇨 분해와 냄새 제거, 사료 효율 향상 및 육질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돈사 내 냄새가 곧바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돈사와 돈사 사이를 비닐하우스로 막고 안개 분무 시설을 설치해 이산화염소를 탄 물을 뿌려준다.

환풍기를 통해 돈사에서 배출되는 공기가 살균, 소독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가도록 한 것이다.

감귤 과수원과 가까이 붙어 있는 일부 돈사에는 공기 정화 및 냄새 제거 효과가 좋다는 플라스마 오존 발생장치도 설치했다.

고 대표는 2021년 11월 빚을 내 45억원에 이 농장을 인수하자마자 친환경 농장을 만들기 위해 각종 시설을 바꿨다.

개선한 시설을 운영하는데 매월 전기요금 150만원, 미생물과 이산화염소 구입비 160만원 등을 포함해 약 400만원이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1억원을 들여 농장 주변에 방호벽을 치고, 향기가 좋기로 이름난 은목서와 동백나무 등으로 화단도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은 결과적으로 돈사 내에서의 폐사율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 돈방에 입식한 돼지를 한꺼번에 다른 방으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올 인 올 아웃'(All in All out) 시스템과 분뇨를 액비로 순환시키는 시스템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제주 양돈장 동백팜 인증 기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 동백팜이 보유한 인증 기록들. 2023.12.18 [동백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농장 인수 당시 모돈당 연간 출하 두수(MSY)가 22.2두였으나 현재 27두로 크게 늘었다. 사료요구율(FCR)은 2.88에서 2.6으로 낮아져 생산비가 많이 감소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네팔인 직원 3명뿐인 이 농장의 총매출액은 약 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동백팜에서 생성되는 분뇨가 모두 액비로 순환되지는 않는다. 일부 분뇨는 1주일마다 전문 처리업체를 통해 공공처리장으로 나간다. 1·2차 처리장에서 발생한 고형물들은 퇴비장에서 후숙된 뒤 농사용 비료로 반출된다.

동백팜은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과 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제주도로부터 악취관리 우수양돈농가 지정됐고, 올해 9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도 지정됐다.

고 대표는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성과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에 제일 민감하다"며 "분뇨 처리는 확실하게 하고, 냄새도 최선을 다해 줄여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돈농가끼리, 그리고 행정기관과 함께 분뇨 처리나 악취 제거 방법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확산하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며 "양돈하는 주변 선후배들과 함께 모든 데이터를 공유하고 같이 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친화축산농장인 제주 동백팜 전경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환경친화축산농장인 동백팜 고정훈 대표가 돈사를 가리키며 무창돈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18 khc@yna.co.kr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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