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알알이 영근 사랑’…‘불의 가시’ 피라칸타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12. 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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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시인의 '가족'이다.

피라칸타 나무의 원산지인 중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시인에게 황량하고 시린 겨울 내내 붉은 열매를 피워내는 피라칸타(Pyracantha)의 강인한 생명력이 인상깊게 와닿았던 것 같다.

피라칸사스, 페라칸사스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피라칸타의 열매를 일컫는다.

피라칸타 열매는 '적양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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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쯔강 이남이 원산지…라틴어로 ‘불의 가시’ 의미
개량종 무늬피라칸타 노지 월동…삭막한 겨울에도 붉은 열매
오뉴월에 눈이 온 듯 하얀꽃…겨울 붉은 열매 눈 뒤집어써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피라칸타 붉은 열매가 빽빽히 다닥다닥 붙어있다. 열매는 여름철 하얀 꽃보다 더 아름답다. 서울 용산 용리단길에서 10월 27일

<머리에 피를 흘리며/ 가방을 꼬옥 쥔 채 빙판길에 쓰러진/ 가장의 출근길// 먹이 사냥을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바나의 수많은 생명같이/ 사내는 눈을 뜬 채 말이 없다// 구급차가 오고 응급조치를 끝내자/ 사내의 눈꼬리엔 마른 눈물자국// 가족이 올 때까지/ 보살피는 어느 손길/ 창밖엔 피라칸타 열매가 붉다>

조승래 시인의 ‘가족’이다.

피라칸타 붉은 열매에 한겨울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2022년 1월. 서울 용산 용리단길

피라칸타 나무의 원산지인 중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시인에게 황량하고 시린 겨울 내내 붉은 열매를 피워내는 피라칸타(Pyracantha)의 강인한 생명력이 인상깊게 와닿았던 것 같다.피라칸타는 중국 양쯔강 이남이 원산지인 상록 활엽 관목이다.

경기 남양주 프라움악기박물관 뜨락의 푸른 잎과 함께 붉은 열매를 피워올린 피라칸타. 2023년 10월1일

겨울철 공원, 길거리에서 붉은색 또는 주황색 열매를 빽빽하게 달고 있다. 열매가 지름 5~6mm 정도로 작지만 정말 다닥다닥 많이도 달려 있다.

피라칸타는 라틴어로 ‘Pyr(불)’+ ‘akanthos(가시)’의 합성이다. 영어로 ‘불의 가시(Firethorn)’를 뜻한다. 열매가 불처럼 붉고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쌍떡잎식물로 장미목 장미과의 늘푸른 상록관목이다. 붉은 열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열정을 느끼게 한다.

유럽 남쪽에서 중국 서남부에 걸쳐 6종이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중국 서남부산인 앙구스티폴리아(P.angustifolia)를 흔히 심고 있다. 키가 작고 열매가 주황색이다.

경기 남양주 프라움악기박물관 뜨락의 피라칸타. 초겨울 날씨에도 붉은 열매가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다. 2021년 11월28일

근래에는 남유럽에서 아시아 서부 원산인 콕키네아(P.coccinea)와 중국과 히말리야산 크레눌라타(P.crenulata) 등도 함께 심고 있다. 서양피라칸타는 키가 크고 열매가 선명한 붉은색이다. 개량종 무늬피라칸타는 추위에 아주 강한 편이며, 노지월동도 가능하고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영하의 날씨에도 푸르름을 유지한다. 내한성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적응력을 과시한다.

상록활엽의 교목으로 울타리나 담장을 조성하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줄기는 가지마 많이 갈라지며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에 가깝다. 가장자리가 밋밋한 편이고 두꺼운 잎의 뒷면에 털이 빽빽하다.

꽃은 오뉴월에 윗쪽 잎겨드랑이에서 산방꽃차례로 핀다.눈이 소복히 쌓인 듯 하얀색 꽃이 장관이다.추위에도 잘 견디고 번식이 빠르며 전국 어디에서도 잘 자란다.

피라칸타는 오뉴월에 흰꽃이 핀다.

열매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인 10∼12월에 등황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겨울을 나며 이듬해 봄까지 달고 있으며 화려한 색감으로 두번째 꽃을 피운다. 삭막한 겨울을 즐기기에 좋은 나무다.

추위에 약해 원래 대전 이북 중부지방에서는 실외에서 월동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면서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생울타리 등으로 심어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나무 이름을 국립수목원이 관리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피라칸타’로,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목록에서는 ‘피라칸다’로 표기한다. 피라칸사스, 페라칸사스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피라칸타의 열매를 일컫는다.

피라칸타 열매는 ‘적양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건위, 소화, 혈액순환, 지혈 등의 효능이 있다.

피라칸타의 꽃말은 ‘알알이 영근 사랑’이다.춥고 배고픈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 훌륭한 먹이를 제공한다.그래서 꽃말이 ‘사랑’인가 보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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