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라이벌 된 고양이… 몸값 26조원 日캐릭터 산업 주역 됐다

윤수정 기자 2023. 12. 16.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로키티’ 50주년 日 산리오
쓰지 도모쿠니 대표 인터뷰
산리오 대표 캐릭터 ‘마이멜로디’(왼쪽)와 ‘헬로 키티’(오른쪽)를 안은 쓰지 도모쿠니 대표. /산리오

“산리오 캐릭터를 도시락 통, 필통, 학교 가방 등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고, 팬들 곁에 살아있는 친숙한 친구로 만드는 게 목표였죠. 그게 여러 세대에 걸친 키티의 지지를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내년 50주년을 맞는 ‘헬로키티’의 인기 비결을 묻자 쓰지 도모쿠니 산리오 대표(35)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1974년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가 출시한 ‘헬로 키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품 종류를 가진 인기 글로벌 캐릭터다. 130여 국에서 상품 5만여 종을 파는 이 캐릭터의 추정 자산 가치만 200억달러(약 26조원). 신칸센과 비행기 래핑 광고는 물론 유니세프 친선 대사, 애브릴 라빈 같은 유명 팝가수 노래 제목과 가사로까지 등장한 키티는 반세기가량 ‘캐릭터 공화국 일본’의 명성을 지탱해 왔다.

도모쿠니 대표는 ‘헬로키티의 아버지’로 유명한 쓰지 신타로 산리오 창업주(현 산리오 회장)의 손자이다. 2014년 산리오에 입사, 2017년 전무로 승진했고, 2020년 서른두 살 나이로 실질적인 경영을 맡는 대표 자리에 올랐다. 도쿄 증시 1부 상장 기업 중 최연소 CEO 기록이었다. 당해 산리오는 팬데믹 여파로 12년 만에 처음 어닝 쇼크 위기를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만인 올해에는 북미 라이선스 수입에서 전년 동기 대비 95%, 일본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도 42%와 139% 성장을 이뤘다.

도모쿠니는 “헬로키티를 처음 접했던 10대가 이젠 60대가 되어 자녀와 손주들에게 키티를 사주는 사이클”을 산리오의 변함없는 강점으로 꼽았다. 또한 키티가 출시 직후 유럽과 북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비결로 “셀럽들의 키덜트 소비를 팬들이 따라 하면서 점차 퍼지게 된 것 같다”며 “1990년대부터 산리오는 ‘캐릭터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란 개념을 깨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하나의 단일화된 고정 스토리텔링이 잘 확립되지 않은 게 산리오 캐릭터들의 장점”이라고 했다. “캐릭터의 입지가 자유롭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헬로키티, 마이멜로디를 자기 분신처럼 친근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모쿠니는 인터뷰 직전 ‘키티를 ‘50세’처럼 나이 든 표현으로 언급하는 건 피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도모쿠니의 인식은 창업주 신타로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일본 야마나시현청 공무원이었던 신타로 회장은 본디 1960년 잡화 취급 회사로 산리오를 창립했고, 스누피 관련 증정용 선물 상품을 판매했다. 이후 스누피에 어울릴 자체 캐릭터로 ‘의인화된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입이 없고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키티에 반영시켰다. “소비자들이 감정을 투영하려면 표정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결과 아직도 전 세계 키티 팬들은 “키티는 고양이냐 소녀이냐” 여부를 두고 다투는 걸 ‘밈(Meme)’처럼 즐기고 있다.

그래픽=정인성

도모쿠니는 “스스로는 키티는 고양이도, 소녀도 아닌 그냥 ‘키티’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서 키티의 정신은 ‘모두 사이 좋게’란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헬로키티 리본 디자인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이, 입 디자인에는 ‘먼저 태도로 보여주자’는 마음이 담겼다고 배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리오는 자사 캐릭터에 범죄나 폭력, 음주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현재 산리오는 키티 외에도 후배 캐릭터 450여 종을 선보이며 다각화 전략인 ‘캐릭터 믹스(Mix)’에 집중하고 있다. 키티 관련 상품들에 차세대 캐릭터를 함께 등장시키며 서로의 인지도를 함께 높이는 전략이다. 그 결과 2017년 북미 매출 90%를 차지했던 키티 비율이 2022년 62%로까지 감소했고 대신 믹스 캐릭터(14%), 쿠로미(3%) 등이 영역을 조금씩 넓혔다.

산리오는 38년째 매년 ‘산리오 캐릭터 인기 총선’을 진행 중이다. 연간 4500만명의 팬이 몰려 아이돌 오디션 경쟁 프로처럼 각자의 최애 캐릭터에게 표를 던진다. 키티는 여기서 최다 우승 기록(15회)을 갖고 있지만 올해는 시나모롤, 폼폼푸린, 쿠로미, 포차코 순에 밀려 5위에 그쳤다. 도모쿠니는 “Z세대에겐 ‘시나모롤’과 ‘쿠로미’가 아이돌처럼 인기가 많고 M세대에겐 ‘폼폼푸린’과 ‘마이멜로디’가 주목받는다”며 “키티도 50주년에 맞춰 상대적으로 지지가 약한 Z세대에게 그 매력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향후 캐릭터 산업의 가장 큰 먹거리를 “웹 3.0과 생성형 AI”로 꼽으며 “버추얼 퓨로랜드 등 다양한 디지털 전략도 수립 중”이라고 했다.

한국과의 협업도 다각화 전략의 중요한 열쇠다. 도모쿠니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국내 IP 회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지난달 28일 79개 K콘텐츠 기업들과 국내외 바이어 551명이 참여한 ‘대한민국 콘텐츠 IP마켓’에 기조연설자로도 참석했다. 도모쿠니 대표 스스로도 한국 웹툰과 캐릭터 스토리 등 투자 가치가 있는 한국 기업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산리오가 한국 연예 기획사 SM과 함께 진행한 보이그룹 NCT와의 협업을 통해 K팝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산리오 매출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향후 캐릭터와 K팝 아이돌의 협업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