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단속? 안 걸려" 무분별 통발 낚시…'씨 마르는' 도루묵

함민정 기자 2023. 12. 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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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해안의 겨울 제철 생선, 도루묵이 최근 씨가 말랐다고 할 만큼 보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바다 온도가 오른데다 통발 낚시까지 마구잡이로 이뤄지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밀착 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둠속에 불빛이 보이는데 모두 도루묵을 잡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전망대에 밧줄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데, 아래에는 통발이 설치돼있습니다. 줄 하나당 통발 하나니까 바다 아래에는 수십 개의 통발이 있는 겁니다.

출입을 막아놓은 곳을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다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위험한 통발 낚시는 계속됩니다.

단속 강화 현수막 바로 앞에도 통발이 여러개 걸렸습니다.

근처 항구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어업인이 아니면 한 사람이 통발 하나만 쓸 수 있지만 무용지물입니다.

[관광객 : 나는 지금 8개. {통발 8개?} 예예. {사람들이 뭐라 안 해요?} 그걸 누가 알아요? 8개인지 1개인지 누가 알아?]

몸길이 11cm 이하는 잡으면 안되지만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암놈을 넣어야 돼. 암놈을. (통발에) 하나씩 넣으면 잘 잡혀.]

도루묵으로 가득 찬 아이스박스를 차에 옮기고 다시 옵니다.

[부천에서 왔어. {가득 찬 거예요? 밑에도?} 다 수놈이야 수놈. {가시는 거예요?} 아니지.]

단속도 비웃습니다.

[이거는 트럭으로 버스로 실어 가도 안 걸려요. 걸릴 수가 없어.]

날이 밝은 뒤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갯바위가 있는 해수욕장 옆 공간에 쓰레기가 쌓여있습니다. 전날 밤 도루묵을 잡으러 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걸로 보이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도루묵 알이 붙어있는 통발부터 시작해서 불판, 부탄가스,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옆쪽에 더 들어와보시면요, 불을 피우고 간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황동수/강원 고성군 거진어촌계장 : 도루묵이 종자 자체가 없어지면 국민들도 맛을 볼라 그래도 못 볼 거 아니에요. (관광객들이) 잡는 건 재미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와 해경은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강원 고성군청 관계자 : 금방 간다고 그러고, 어떤 사람은 그냥 바다에다 버려버리고…]

지구 온난화로 바다 온도까지 올라가면서 더이상 도루묵 보는게 쉽지 않습니다.

제철을 맞은 도루묵을 잡은 배가 지금 막 들어 왔습니다. 안에서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겨울철 이맘때쯤이면 도루묵으로 가득 찼어야 했는데 그물이 지금 군데군데 비어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잡힌 도루묵은 298톤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무분별한 낚시까지 계속되면 앞으론 도루묵을 보기 어려워질 겁니다. 어느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노력해 지켜야할 때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영상디자인 송민지 / 취재지원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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