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말더듬이 작가가 빅뱅우주의 단서를 제공했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12. 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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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당시 유행하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신하들에게 "너무 재미있다. 이 사람이 쓴 다음 책도 구해 오라"고 엄명을 내린다.

신하는 속히 달려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 찰스 럿위지 도지슨의 다음 책을 구해온다.

말에 자신이 없었던 도지슨은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이것이 나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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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쓴 英 수학자 겸 사진가
찰스 럿위지 도지슨 (1832~1898)

19세기 중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당시 유행하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신하들에게 "너무 재미있다. 이 사람이 쓴 다음 책도 구해 오라"고 엄명을 내린다.

신하는 속히 달려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 찰스 럿위지 도지슨의 다음 책을 구해온다. 신하들이 구해온 책의 제목은 '연립선형방정식과 대수적 기하학에 적용된 행렬식에 관한 입문서'였다.

도지슨은 소설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수학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화가이자 사진작가였으며 진화론에 조예가 깊은 생물학자이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독창적이면서도 방대하고 뛰어난 지식이 담보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나중에 출간된 후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세상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수많은 철학자·물리학자·수학자·심리학자들이 영감을 얻었고,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지금도 양자역학, 빅뱅 우주론, 카오스 이론, 상대성 이론 등을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문화예술적으로는 초현실주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

영문학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만들어낸 신조어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사전에도 수록됐다.

필자는 이 책의 총체적인 완결판이자 해설서로 얼마 전 출간된 150주년 기념 에디션 'ALICE IN WONDERLAND'(꽃피는책 펴냄)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지슨은 1832년 잉글랜드 북부 체셔에서 성공회 성직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었던 도지슨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사색과 독서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도지슨은 20대 때 성공회 성직자 서품을 받지만 말더듬증 때문에 실제 사제 역할은 할 수 없었다. 1850년 도지슨은 옥스퍼드대에 들어가서 수학을 전공한다. 졸업 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강단에 섰지만 말더듬증 때문에 유능한 선생은 되지 못했다. 이때 도지슨의 인생을 뒤바꾼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크라이스트처치 학장 딸인 앨리스 플레전스 리들과 친해진 도지슨은 그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말에 자신이 없었던 도지슨은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이것이 나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도지슨은 초창기 사진계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도지슨은 아이들의 인물사진을 즐겨 찍었는데 증명사진이 아닌 자연스러운 포즈를 유도해 인물사진을 만든 첫 번째 사진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지슨이 이처럼 인물사진에 집착한 이유가 있었다. 그에겐 심한 안면인식 장애가 있었다. 하루 전에 식사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콤플렉스가 도지슨으로 하여금 인물사진에 집착하게 했다.

그의 약점이 그를 역사에 남는 위인으로 만든 셈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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