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금호도 ‘美 6PPD 타이어 소송’ 피소

美 환경단체, 10대 제조사 소송
타이어 마모 줄이는 역할 6PPD
오존 반응하면 치명적 독성물질
연어 폐사… “인체에 유해” 주장
소송 확대땐 車산업 전반 악영향

국내 양대 제조사인 한국·금호타이어를 포함한 글로벌 10대 타이어 제조사들이 미국에서 어업·환경단체들로부터 피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6PPD가 강과 바다를 오염시켜 연어를 집단 폐사시키고 있다며 제조를 중단시켜 달라는 것이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미국 환경운동 단체 어스저스티스는 11월 8일(현지시간) 미국 어업단체들을 대리해, 미국에 법인을 둔 미쉐린·굿이어·요코하마·금호타이어·한국타이어 등 주요 타이어 회사 10곳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타이어 회사들의 6PPD 타이어 제조 중단과 추가적인 피해 방지 조치를 명령해달라는 내용이다. 소송 경과에 따라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내 두 기업은 내년 초를 목표로 미국 법원에 제출할 답변서를 준비 중이다.

이번 소송이 확대될 경우 타이어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제 소송 전문 변호사는 “인체에 미칠 영향이 확인될 경우 타이어 회사들이 치명적 타격을 입기 때문에 소송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전역과 캐나다로도 소송이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환경 소송 전문가는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타이어 마모도가 높다”며 “휘발유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6PPD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6PPD는 공기 중의 오존과 반응해 ‘6PPD-퀴논’을 형성한다. 환경단체는 도로 위에 남은 6PPD-퀴논이 빗물 등에 씻겨 바다와 강으로 흘러가 은연어 등에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독성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전수조사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발견되면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6PPD를 대체할 물질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소장에는 “6PPD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과 근거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우선은 답변서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진행 중인 소송에 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 6PPD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와의 마찰에서 덜 손상되도록 하는 화학물질. 2020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태평양과 북미 대륙 하천을 오가며 서식하는 은연어가 수십 년간 떼죽음을 당한 원인을 6PPD로 지목한 바 있다.

강한·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