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아듀(adieu) 2023 저출산이여 안녕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시인 2023. 12.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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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문제는 심각한 저출산이 회복될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 데 있다.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저출산에 대한 또 다른 원인은 치열한 경쟁 중심으로 과열된 교육환경과 낮은 양성평등 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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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시인

새삼스레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베이비 붐 학창 시절에 수많은 동급생이 신었던 검정 고무신 신발이 멋진 운동화나 구두로 변했다. 남루한 옷차림은 두툼하고 따뜻한 옷으로 학교에서 꽁보리밥 도시락 대신 하루가 다르게 맛있는 점심밥을 먹는다. 어느덧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것을 학교 급식식단에서도 느낀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최근 들어 그 많던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농촌지역 초등학교 폐교는 이제 다반사다. 지방대학들은 생존책 차원에서 대학 간 통합된 글로컬 대학으로 갈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노령층만 남아 있는 공동화 현상은 이미 새삼스럽지도 않다. 문제는 심각한 저출산이 회복될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 데 있다.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알리는 세계적인 인구학자 콜먼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2022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 정도까지 떨어져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미래 전망이 암울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부장적 가족문화이다. 가사와 육아가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자녀의 교육까지 슬그머니 그들의 몫이 되면서 출산 부담을 매우 크게 느낀다. 저출산에 대한 또 다른 원인은 치열한 경쟁 중심으로 과열된 교육환경과 낮은 양성평등 지수이다.

이와 같은 저출산에 대한 근본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근시안적으로 출산비를 지급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을 하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때우기식 미봉책을 쓰다 보면, 콜먼 교수가 경고했듯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침몰하는 배처럼 우리 대한민국이 먼 훈 날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 공직사회에서부터 먼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만 5세 이하의 자녀를 둔 교직원들이나 직원들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유연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한 집안의 자식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되었다. 각자도생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한 아이를 키울 때 온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키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요람에서 학교까지 한 여성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키워야 한다. 이런 자세부터가 저출산을 해소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베이비 붐 시대 학창 시절에는 비록 도시락 하나 변변치 않을 정도로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도 동네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는 친구들이 많아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울음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듀(adieu) 2023. 저출산의 액운이여 안녕. 다가올 2024년 갑진년 용띠해에는 웅비하는 청룡처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미봉책이 아닌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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