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디젤…현대차 엔진 2종 생산 중단

정부 환경규제 깐깐해져
포터 등 상용차도 LPG 전환
국내 세단중 디젤모델 전무
소비자도 하이브리드 선호
매년 경유차 판매 30% 급감

국내 디젤 승용차 판매량이 매년 30%씩 줄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최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2개 디젤 엔진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국내 제조사가 판매 중인 세단 중 디젤 모델은 없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A엔진'과 2.0ℓ 'R엔진'의 제조를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엔진이 완전히 단종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생산 물량이 줄어들어 울산공장 내 엔진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R엔진은 현대차·기아가 생산하는 주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탑재된다. 200마력대의 준수한 출력으로 2009년 기아 2세대 쏘렌토에 최초로 탑재되며 데뷔했고, 이후 싼타페, 투싼, 제네시스 GV70 등 주요 모델로 적용 대상을 넓혀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현대차·기아 주요 차종의 디젤 모델들이 사라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현대차·기아에서 판매 중인 모델 중 2.0ℓ 디젤 엔진을 적용한 차량은 투싼 디젤 1개 차종뿐이다.

A엔진은 배기량 2.5ℓ의 4기통 디젤 엔진으로 쏘렌토 등 SUV와 더불어 포터 등 상용차에 탑재된다. 특히 포터 탑재분이 많았는데, 최근 포터가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액화석유가스(LPG) 모델로 주력 파워트레인을 바꾸면서 생산 수요가 줄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디젤 1t 트럭은 수도권 주행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유류비 측면에서도 LPG 모델이 유리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의 일부 디젤 엔진 생산 중단으로 추후 국내 디젤 엔진의 퇴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와 수입차의 디젤 승용차 판매량은 10만4392대로 집계됐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16만8091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39만2054대, 2021년 24만6033대 등으로 판매량 감소세는 매년 30%대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신차 등록 대수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카에 판매량을 추월 당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줄어든 디젤 차량 수요는 디젤 모델 단종과 디젤 엔진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승용차 전용 디젤 엔진으로 S엔진과 R엔진 두 종만을 생산하고 있다. 그나마 S엔진은 베라크루즈의 단종으로 기아의 SUV 모하비에만 탑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의 경우 2018년 중형 SUV 캡티바가 국내에서 단종되면서 디젤 엔진의 생산을 멈췄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 차량 엔진의 경우 전량을 수입분으로 충당하고 있다.

주요 차종 중 디젤 모델을 없앤 사례도 최근 5년 새 10여 건에 달한다. 현대차는 최근 중형 SUV 싼타페의 5세대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디젤 모델을 없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세단 라인업인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의 디젤 버전을 차례차례 삭제했고, 제네시스 역시 세단인 G70·G80의 디젤 모델을 단종했다. KG모빌리티는 베스트셀러인 티볼리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승용차 중 디젤 모델이 남아 있는 차종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70, 기아 쏘렌토·모하비, KG모빌리티 렉스턴 시리즈 등에 불과하다.

[박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