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전망 결국 다 틀린거?…급락, 역전세대란 없었다 [부동산360]
부동산 시장 경착륙 중 연착륙
내년은 공급 축소 우려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2023년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hard landing) 중에 연착륙(soft landing)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빅스텝에 따른 충격은 물론 같은 해 10월 터진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태 등으로 주요 부동산 개발사업이 멈췄고 회사채 금리가 요동쳤으며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하는 등 위기설이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채 충격으로 금융위기 시기에 보았던 신용경색(상호 신뢰가 깨지면서 대출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는 1·3부동산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서울 4개구(강남, 서초, 송파, 용산)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 푸는 것으로, 대출과 세금, 청약, 정비사업 등에서 규제 사항이 패키지로 완화됐고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주요 핵심지에서의 거래량과 가격 회복세가 빨라졌다. 이처럼 집값이 회복되고, 우려했던 역전세마저 발생하지 않으면서 연초의 부동산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매매가격 양극화…거래량은 예년 대비 회복세=연간 변동률만 놓고 보면 2년 연속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가격 회복세를 서울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이 주도하고, 수도권 외곽지나 지방은 여전히 침체돼 있어 월간 기준으로 지역별 가격변동을 확인해 한다. 서울의 경우 3월에 -0.47% 변동률로 저점을 찍고 6월까지 하락폭이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7월 상승반전 이후 11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면 지방은 국지적 하락세에 있고 수도권 전역이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은 10월이므로 가격 회복 움직임에 차별화는 물론 양극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과 어느 지역 등에 집중해서 시장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과도기 시점에 처했다. 다만 금융위기 등의 특수한 시기가 아니라면 보통의 가격 회복 경로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해 광역시와 지방으로 퍼지는 만큼 선도지역과 물건들의 가격 추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일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다만 비아파트 보다는 아파트 유형 위주로만, 지방 보다는 수도권 지역 위주로 제한적으로 수요가 유입됐다.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뚜렷한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거래량이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소 거래량을 나타냈지만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우상향을 시작했다. 거래 증가로 가격 회복이 빨라지면서 수요층 부담감이 커지자 최근(10~11월) 들어서는 전반적인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해 거래 절벽 상황을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거래량 증가세는 주택 유형 중에서도 아파트 유형에 한정된 결과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 초부터 10월까지 누적거래량 중 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비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 회복세에 지역적인 차별점도 있지만 물건 유형에 따른 차별점도 있어 완연한 시장 회복 여부는 내년 분위기에 달려있다.
▶역전세 우려 컸지만 서울 위주로 전세가격 하락 둔화=올해 상반기 전세시장은 2020년 7월말 시행된 임대차3법(3법 중 2법 상한제, 갱신권) 영향력이 컸다. 2020년과 2021년 급등한 전세가격의 2년 만기가 도래하며 올 상반기 내내 전세사기와 역전세 이슈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들어 서울 지역부터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이후 11월까지 상승세가 점차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악의 상황에서 상승 반전한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가 7월부터 전세보증금반환 특례대출을 시행하며 임대인들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된 부분이 작용했다. 여기에 임대차3법 시행 3년차 진입해 제도가 안착 중이고, 1년 6개월 간 하향 조정된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출이자 부담이 급등한 월셋값 부담 대비 상대적으로 덜해졌다. 서울 전세가격 기준 변동률을 살펴보면 2월에 -0.94%로 저점을 찍은 이후 6월까지 하락폭이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7월 보합 전환 이후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내년 공급 부족 본격화=내년에는 '인허가, 분양 공급'과 '준공, 입주 공급' 모두 축소 경향이 강해질 예정이다. 지난해 급감한 인허가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부실 우려가 2024년의 분양물량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3년여의 공사기간을 끝내고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또한 올해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2024년 예정된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대비 3만3,520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줄어든 물량의 대부분이 서울(2만1853가구 감소), 인천(1만7551가구 감소)에 집중돼 있다. 즉 수도권에서의 신축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내년 전월세 임대차 시장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3년 하반기 상승 반전한 전세가격의 추세를 강화하는 중요 이슈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수요층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환경에서, 높아진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신축 공급은 잘 안 되는 환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신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재고물량(기존 주택 매물)에 대한 매매 갈아타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24년은 그동안 신축 분양가 위주로 반영되던 물가 상승분이 기존 구축 주택(실물)으로 반영 속도를 높이는 해"라고 평가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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